성벽투어를 마치고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혼자 배낭여행을 왔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에 같이 크로아티아에 있던 약간 소원했던 친구들. 낯선 나라에서의 익숙한 얼굴.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우연의 일치. 드라마에서는 그런 만남을 로맨틱하게 그려 놓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을 경험해보니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더라.
나는 혼자였고, 친구들은 셋이었다. 나는 오늘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해서 스트라둔을 걷고, 성벽투어를 했었다. 한편 그들은 며칠 전에 벌써 도착해 있었고, 오늘은 로크룸 섬에 가서 수영을 한다고 했다. 좁고 좁은 두브로브니크 안에서 각자의 일정을 소화하고, 저녁 때가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이미 플리트비체에서 한 번 만났던 친구들이라 익숙해져 있었다.
스르지 산의 정상에서 바라 본 로크룸 섬과 아드리아 해
조금만 일찍 올라왔으면 좋았을텐데, 우리 앞에서 케이블카 줄이 잘리는 바람에..
그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Dubrovnik)'라지만, 석양은 '자다르(Zadar)'를 못 따라가더라
이 도시에 대해 찾아봤다면, 한 번 쯤은 봤을만한 앵글의 야경사진
저 성벽 안의 마을은 참 오밀조밀했다
그런데 케이블카의 케이블과 기둥이 참 거슬렸다
한국에서 잘 못보던 친구들인데, 크로아티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세상 참 좁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아마, 해외에서 MF 만난 걸로 치면 내가 제일 많을 듯하다
영국 어학연수에서 4명, 그리고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3명
도시보다는 바다에 초점을 두고 담아봤다
역시나 케이블카의 케이블과 기둥이 걸리적거렸다
9월 중순이지만 해가 지니까 추워졌는데, 바람막이도 긴팔도 밑에 두고 왔었더랬다
밤의 두브로브니크의 화려함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저 아래에서 도시를 내다보던 사람들이 조금 전의 내 모습이었는데
나는 이제 2층에서 그들과 도시가 어울린 풍경을 관찰했다
뒤쪽으로는 산이 보였는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저 너머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더라
산 이름은 잘 모르겠다,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아서
스르지산의 꼭대기에는 전망대와 카페가 있었다
2층에서 바라본 카페와 구시가와 로크룸 섬, 그리고 아드리아 해
풍경이 정말 멋졌다, 여긴 올라올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진 삼매경에 빠진 친구들
나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게 중요한데
친구들 중 한 명이 자기는 자기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조금 더 어두워졌다
이렇게 어두워지니, 걸리적 거리던 기둥과 줄이 잘 안보이게 되었다
두 번째 사진은 전망대가 아닌, 옆에 있는 십자가 근처에서 담은 것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참으로 로맨틱한 야경이었다
여기 올라온 사람들은 십자가에 한 번씩 들리는 듯 했다
사실 구시가 사진은 전망대가 아닌, 여기서 담아야 더 잘 나온다
크로아티아 독립전쟁 때 파괴된 걸 다시 세웠다고 한다
다시 구시가로 내려와서 이렇게 예쁜 골목길을 걸었다
밤인데도 거리는 환했고 사람들은 많았다
네온 사인으로 밝았으면, 이런 분위기가 나지 않았을테지
플라차대로/스트라둔의 밤
1층에 있는 상점의 불빛을 바닥의 대리석이 반사해서
거리 전체가 빛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밤의 스트라둔, 그리고 JH
이 아이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어릴 때 보다도 지금이 훨씬 더 예쁘기도 하고
그리고 다른 두 친구인 HG, 그리고 HJ는 어디서 저녁을 먹을지 의논 중
밤의 스트라둔은 사랑하는 사람과 걷고 싶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나중에 누군가와 꼭 같이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상의 후에 결정된 곳은 '달마치노(Dalmatino)'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사진은 위쪽에 있는 간판을 찍으려 했는데
HJ가 갑자기 뒤돌아보는 바람에 사진에 함께 담기게 되었다
식당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혼자 온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며, 친구들 덕분에 호사를 누린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없었으면 아마 또 어디선가 초코바나 빵을 먹고 있을 터였다
가리비를 조리한 다음 치즈가루를 솔솔 뿌려서 나온 음식인데, 너무 맛있었다
허구헌날 초코바, 빵, 조각피자, 케밥 등에 길들여진 내게는 천상의 음식이었다
음식보고 눈 돌아간다는 게 이럴 때 쓰이는 듯
그리고 버터구이 새우와 으깬감자 요리도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누리기 힘든 호사였다
이런 고급요리를 어떻게 혼자와서 먹는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중간에 있는 파스타와 와인까지
너무나도 오랜만에 내 입과 혀와 위장이 호강한 날이었다
심지어 음식 값도 친구들이 냈다
식사를 끝내고 나가기 전에 한 컷
포만감 때문인지, 다들 표정이 너무 부드러웠다
식당을 나와서 걸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시간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대개 유럽은 해지면 전부 집으로 들어가는데, 좀 특이했다
사람들은 식사를 하고 있거나, 숙소에 있거나
이 앞의 길이 비어 있었다
친구들이 흐바르(Hvar)섬에서 사온 와인을 먹자고 하여, 친구들 숙소로 가는 중
숙소 가는 길에 마주친 기타치는 말
결혼반지 이야기가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열정적으로 기타를 잘 치더라는
이 분들은 광장에서 공연하는 건 아니고
사진의 오른편으로 술집이 있었는데, 그 쪽 소속인듯 했다
그쪽을 향해 앉아서 공연을 했고, 사람들은 이들에게 집중했으니까
가는 길에 서서 공연을 잠깐 보고서는 운동도 할 겸 잠시 걸었다
스폰자 궁전 앞이자 렉터 하우스를 지나기 직전
그리고 잠시 항구에 들러서 바람을 쐬었다
저 멀리 밝게 검역소 건물이 밝게 빛났다
그리고 마치내 도착한 친구들의 숙소
이들이 흐바르에서 사온 와인을 너무 맛있게 먹었고,
벌꿀 맛 나는 맥주, '카를로바코(Karlovacko)'도 마셨다
머나먼 타지에서 우연히 친구들을 본다는 건,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어떤 기분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얼떨떨했으나 이내 반가움으로 바뀌는 감정의 변화는 신기하기도 했고, 어딘가 모르게 웃기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던지 간에 얼굴을 보니 남는 건 반가움 뿐이더라. 사실 이 친구들과는 일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사이인데도 마치 여태까지 매일 만났던 친구처럼 지냈으니.
나는 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모스타르를 포기했다. 친구들이 내일 오후에 떠나기 때문에, 만약에 모스타를 보고 왔다면 길이 엇갈려서 못만났거나 아니면 한 두시간 정도 밖에 못봤을 것이다. 친구들 덕분에 혼자 여행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었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뭔가 동료가 있다는 게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긴 하더라. 아무튼,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서는, 나만 내 숙소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