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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브라가 : 봉 제수스 성당(Bom Jesus do Monte) / 20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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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고생해서 버스에 타자 안도감이 들었다. 목적지는 종점이니까 어디서 내릴지 긴장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음 편하게 창 밖을 바라보니, 살며시 도시의 느낌이 빠지면서 외곽의 풍경으로 전환되었다. 문득, 나처럼 길을 헤멜 사람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버스타는 곳을 잘 정리해둬야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20여분을 갔다.


중간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키 큰 백인 남자애가 탔는데 형광노랑색 바람막이를 입고 있어서 엄청 튀었다. 작은 백팩에 이어폰을 끼고 있었는데, 포르투갈인은 아니고, 독일이나 그보다 북쪽 지방에서 온 친구 같았다. 그냥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종점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와 그 친구 둘 뿐이더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인가 싶어 다가갔는데, 푸니쿨라였다

(푸니쿨라 : 에스컬레이터처럼 경사진면을 올라가는 궤도형 엘리베이터/케이블카)

이 때, 버스에서 같이 내린 그 친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친구 : "이거 타고 꼭대기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음."

나 : "응, 고마워. 그런데 나는 걸어가야겠어."



내가 성당의 초입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그 친구는 휘리릭 올라가 버렸다

버스 종점 바로 옆에 있는 봉 제주스 성당의 입구인데

뭔가 엄청나게 오래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성당의 입구에 있는 계단에서 반대쪽을 바라본 모습

아름드리 나무가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니

옛날에는 저 멀리서 여기까지 걸어왔을 것만 같은 추측이 들더라



산 중턱에 있는 이 입구에 들어서서는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트래킹 코스처럼 보이기도 하고, 산책 코스로 보이기도 하는 길을 따라

여러 개의 채플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의 내부를 살짝 담아봤다



산 속 곳곳에 있는 채플 중 하나

하나하나 그 의미가 다르겠지만 내 눈에는 똑같이 보였다

지붕의 이끼와 색바랜 벽이 오래된 유적 같은 느낌



산 길은 이렇게 돌계단으로 포장되어 있었고

길이 굽어질 때마다 채플이 거의 하나씩 있었던 것 같다



이쯤에서 멘붕이 오는 일이 터졌다. 사진을 찍다보니 초점이 나간 채 뿌옇게 찍힌 사진이 있어서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찍었는데, 먼저 찍었던 사진과 똑같았다. 그래서 카메라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멘붕이 터지고야 말았다.


초점이 고정된 상태에서 조정이 불가했고, 노출 조정도 안되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후에 2초간 뜨는 미리보기도 안되었고, 사진 보기도 안되고.. 암튼, 셔터를 제외한 모든 전자적인 기능이 작동하질 않았다. 멘붕도 이런 멘붕도 없었다. 뉴질랜드의 거센 비바람도 이겨낸 카메라인데, 왜 갑자기 망가졌는지..


그순간 수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 시내로 내려가 아쉬운대로 보급기 카메라라도 사서 사진을 찍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10여분을 공황 상태로 멍하게 있었는데.. 하아.. 진짜 울기 직전이었다.


그러다가 AF-ON 버튼이 왼쪽으로 심하게 눌린 채 카메라 바디에 걸려있는 모습이 우연히 보였다. 어? 이상하다싶어 바디에 걸려 있던 그 버튼을 꾹 눌러 제자리로 돌려놓으니, 그제서야 카메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아, 대박! 너무 기뻤다. 너무나도 기뻐서 아무도 없던 그 습한 산 속의 길을 이히히히~ 소리를 내면서 신나게 오르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

천천히 걸으니 산책하는 기분도 들고



저 멀리 '브라가(Braga)' 시내가 보였다

날씨만 조금 더 좋았으면 좋았을텐데



대략 15분 정도 걸었던가?

드디어 봉 제수스 성당의 진짜 입구에 도착했다

너무나 멋지게 색이 바랜 모습이라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냥 보기만 해도 성스럽고 경건해지는 풍경이었다

옛날에는 성소로 여겨져 무릎으로 기어서 올라갔다고 전해지는데

지금도 '이스터(Easter)' 전 주나 이스터가 낀 주의 일요일에는

네 발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오르다보니 기하학적으로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이 나왔지만, 벽이 시간을 짙게 머금은 때문인지

사진에 잘 표현되지는 못했다



이 계단에는 총 5개의 분수가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처음에는 좀 괴기스러울 수가 있다

각각의 분수는 오감(시각, 미각, 청각, 촉각, 후각)을 상징한다

성소에 다가가기 전에 오감을 성스럽게 다스리라는 의미일 것이다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이 분수는 미각을 상징하는 분수이다

분수 위에는 'Vir Sapiens - Florete flores quasi lilium et date' 라고 라틴어로 쓰여 있었다

'현명한 남자 - 백합과도 같은 네번째 꽃을 보내다' 라는 뜻



계단을 오르다가 뒤돌아서 담아보았다

계단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되게 길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119M 높이라고 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곳은 성스럽게 여겨져 산 꼭대기에 작은 성소가 있었다고 한다

이 계단은 비교적 최근인 1722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계단이 완성된 후에는 성당도 새로이 지은 모양이다



계단을 오르는 벽은 원래 흰색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시간을 짙게 머금고 있었다



수백년 동안 '브라가(Braga)' 시내를 내려봤을 석상들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다보니

드디어 언덕 꼭대기에 있는 봉 제수스 성당에 도착했다

낡은 건물과 잘 가꾸어진 정원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성당이 있는 위치는 예로부터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석상들이 성당을 에워싸고 있었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라인의 바깥 끄트머리에는 채플이 배치되어 있었다

뭔가 설계할 때 기하학적으로 상당히 고민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조각 하나를 조금 디테일하게 담아봤다

성당을 둘러싸면서 지키는 것 같아서 엄청 멋있었다는



성당의 정면은 생각보다 화려하거나 위압감을 주진 않았다

유명세에 비해 상당히 소박한 느낌이었다



성당을 둘러싸고 있는 석상의 일부와 여러 채플 중 하나

그리고 왼편의 건물은 호기심에 다가갔다가 호텔임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랬다

이제는 이 곳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올 수 있더라



성당의 내부도 생각보다 작은 편이었다

마누엘 양식이 아니라서 내부도 덜 화려했고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성당이라 원래는 화려한 게 맞는데

마누엘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을 한 번 보고나니 소박해졌다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정교한 느낌이었다



정면의 제단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있었다

이번 여행 중, 제단 정면에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있던 성당은 못본 것 같은데

이 곳이 뭔가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성당의 내부는 사람도 없어서 조용했고

찬송가가 아주 작은 볼륨으로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냥 나가기가 아쉬워, 잠시 서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왔다



사람이 없어서 마음껏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담았다



'봉 제수스 성당(Bom Jesus do Monte)'의 또 다른 볼거리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브라가(Braga)' 시내를 나도 모르게 보고 있게 된다




잠시 작은 연못 근처와 정원을 거닐었다

완전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고, 사람에 따라 스킵하는 경우도 많은 곳이라 한적했다



아까 계단 아래서 내게 말을 걸었던 친구가 와서는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몇 장 담아주고 나서 담은 사진

조금 부옇기는 하지만, 브라가 시내가 한 눈에 보이던 곳



포르투갈에 여행와서 발견한 것 중 하나

포르투갈은 건물 벽에 밝을 색을 쓰는데, 이게 때가 굉장히 잘 탔다

심지어는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건물도 녹색의 이끼가 끼는 경우도 허다했다

사진 속 건물도 때가 타고 이끼가 벽을 타고 올라온 경우



이 곳의 전체적인 모습은 이러했다

상당히 화려하고 잘 다듬어진 정원과 그 정원에서 가장 끄트머리이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성스러운 교회



정원에서 교회로 이어지는 계단인데

곡선이 너무 예뻐서 한 장 담아봤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계단을 내려갔다

앞으로 살면서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까 올랐던 계단을 다시 내려왔다

구름 낀 하늘 사이로 잠시 햇살이 비쳐 계단을 또 담아봤다

먼저 찍었던 사진에 비해, 흰색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옛날에는 그러하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이 계단까지도, 그리고 저 성당까지도 차로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이 뚫려 있었다

뭔가 상실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역시나 성당만큼이나 소박한 문을 지나 봉 제수스 성당을 떠났다



포르투갈 북부의 '브라가(Braga)'라는 도시는, 포르투갈 제 2의 도시인 '포르투(Porto)' 인근에 있는 도시이다. 포르투에서 고속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은 편이라, 메인 관광지로 삼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생각하는 여행자들이 많은 것처럼 보였고, 나 또한 그러하였다. 그래서 기마랑이스와 함께 세트로 구경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관광객들이 브라가에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봉 제수스 성당(Bom Jesus do Monte)'을 보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어로는 그냥 성당이라 불리지만, 옛날부터 성스럽게 여겨져 성소가 있던 곳이라 매우 특별한 곳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정식 명칭은 Cathedral 이나 Chruch 가 아닌 Sanctuary 이다.


특히, 성당을 오르기까지의 지그재그로 보이는 계단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더라. 사진으로봐도 멋있었는데, 실제로 보고 그 계단을 오르니 어딘지모르게 신비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더 좋았다. 브라가에 온 목적이 오로지 이 성당을 보기 위함이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가니 아까 그 어린 친구가 있어,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버스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버스를 타고 브라가 시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