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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포르투 : 동 루이스 1세 다리, 그리고 세라 수도원 /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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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북부에서의 마지막 날. 어제 미처 못가게 된 기마랑이스를 갈까, 아니면 너무나 아름다운 포르투를 걸어다닐까 고민하다가 후자로 정했다. 기마랑이스도 좋다고는 하지만 포르투만큼 좋을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이상하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졌다. 보통 여행을 하게 되면 이른 아침부터 악착같이 다니는 편인데, 이상했다. 그래서 밍기적대면서 느즈막히 아침식사를 하고, 천천히 씻은 다음, 여유 있게 준비하고 나왔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조금 따가운 날이었다. 리베르다드 광장으로 나와 상벤투역을 지난 다음 다리 쪽으로 걸었다, 오늘의 첫 목적지를 언덕 위에 있는 둥글고 흰 건물로 정했기 때문에.


포르투 대부분의 지역에서 보이는 흰 원통형의 건물이 있다. 옛날에는 수도원 건물이었다고 전해지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단아하고 예쁜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꼭 가봐야겠다 생각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관련된 여행정보가 적었다. 막상 가면 별로이지 않을까, 그래서 여행 정보가 없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왠만한 곳은 모두 가봤으니 한 번 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 건물의 이름은 '세라 수도원(Mosteiro da Serra do Pilar)'이다. 이 건물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의 2층을 걸었다

'도우루강(Rio Douro)'과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이 내려다 보였고

하늘도 맑아 기분이 청량해졌다



뒤에서 덜컹덜컹 소리가 나더니 전차가 다가왔다

시간을 머금고 있는 풍경과는 약간 이질적인 노란색의 신형 전차

이 사진을 찍겠다고 다리 맞은편으로 냉큼 건너갔더랬지



건너간 쪽의 난간 너머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

두 개의 길이 아주 자연스럽게 구도를 만들었다

진짜 이 도시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도시다



다리는 개방적이어서 양쪽 인도를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

전차가 안다닐 때는 가운데로 걸어도 되었고



수도원이 만드는 그림자가 와이너리가 있는 곳과 도우루강에 드리워졌다

사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럴 것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당시에는 뭔가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포르투 역사지구 쪽은 동 루이스 1세 다리가 만들어 낸 그림자에 드리워져 있었다

저렇게 그림자가 지니까 이 다리가 크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의 2층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망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진이 약간 미니어쳐처럼 나왔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귀엽고

그 앞에 일렬로 쪼로록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앙증맞고



수도원 바로 아래에 있는 지역으로 원래는 절벽이었으나

포트와인 와이너리로 사용되었던 곳

확실하지는 않은데,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듯 했다

(포르투 시에서 절벽 복원 공사를 하는 것 같았음)



거의 다왔다, 세라 수도원

수도원이 다른 곳보다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데, 그 언덕을 '필라(Pilar)'라고 부르더라

다리를 건너고 그 길로 계속 가다보면, 왼쪽에 언덕같은 입구가 있었고

수도원이라는 이름이 아닌 '공원(Parque)'으로 안내판이 있었던 것 같다

사진 속 둥근 건물은 성당, 긴 건물은 수도원이다



세라 수도원에 있는 둥근 원통형 성당

이끼가 올라오지 않고, 눈부신 흰색은 이곳이 잘 관리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문득 크로아티아의 자다르에 있는 성 도니타 성당이 생각났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없었다

나와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그리고 이 곳을 물청소하는 직원 두 명, 그 뿐이었다

이렇게나 멋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치 전지전능한 자가 되어 인간 세상을 굽어보는 느낌을 받았다

지대가 높고 날씨가 좋아서 그랬겠지만

혹시라도 수도원이라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덕을 걸어서 올라간 다음, 수도원 앞에서 바라본 풍경

동 루이스 1세 다리에서 본 것과 비슷하나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맛이 있었다



저 멀리서 보던 건물을 가까이서 보니 뭔가 이질감이 생겼다

분명히 관리는 되는 거 같은데, 이끼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건물에 올라온 이끼야말로, 포르투갈 건물들의 묘미(?)라며



자그마하게 보이는 입구

저 안으로 들어갔더니, 세 명의 사람이 나를 쳐다보더라



포르투에서 남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지역에 '그리조(Grijó)'라는 작은 지역이 있다. 그 곳에 수도원이 하나 있었다. 사실, 그 수도원은 원래부터 그 곳에 있던 것은 아니고, 다른 곳으로부터 1235년에 그곳으로 옮겨 온 것. 그러나 16세기에 어떤 이유로 인해 수도원이 무너져 폐허가 되어 버린다.


그 후, 수도원의 위치를 ;옮기자는 논의가 오가고, 결국에는 수도원은 다시 한 번 이전을 하게 되는데, 그 곳이 현재의 '세라 수도원(Mosteiro da Serra do Pilar)'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 모든 성직자들이 이전에 찬성한 건 아니었으며, 결국에는 하나의 수도원이 둘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 곳 세라 수도원처럼 그리조에 가면 수도원 건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곳은 1672년에 완공되었다.


건물의 입구로 들어가니 세 명의 직원이 날 맞이해줬는데, 1) 이 곳은 자유관람이 불가하며 무조건 가이드가 동행한다. 2) 군사보호지역이니 참고. 3) 입장료가 있음, 3유로. 이 정도의 안내를 받았다. 아마도 내가 그날 첫 손님인 것 같았다.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되돌아가기는 좀 그래서 들어가는 걸로 했다. 다만 직원들이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나는 결국 아기를 데려온 부부와 함께 투어를 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프랑스에서 온 모양이었다

임신한 가이드는 나를 위해 영어로 먼저 이야기 한 후

그들을 위해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했다



그 가이드는 내용 전달의 목적보다는 그냥 의무감으로 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내가 알아듣기는 매우 어려웠다

이 원형 광장은 바닥의 숫자와 그림자를 이용하여

시계의 역할을 했다고도 한다




중앙에 분수가 있던 이런 모습이었는데, 대단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냥 음.. 그냥 광장(?)이구나, 싶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고래 척추가 연상되는 이 아치형 천장이

그렇게 인상에 남더라



원통형 건물로 들어가는 복도에 있던 석상

가이드에 따르면 뭔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다 알아듣지는 못하고, 나중에 자살했다는 것만 이해했다



세라 수도원에 있는 원통형 건물에 들어와서 올려다 본 천장

신비한 느낌이라, 돌로 만든 시계라든가

타임머신의 느낌이 살짝 나는 것 같았다



마누엘 양식의 채플이 여럿 있었고, 2개 정도가 독일군의 약탈로 비워져 있었다

세계 2차 대전 때, 문화재를 수집하던 독일군으로부터 채플을 지키려고

검은색 페인트를 엄청 발라서 일부로 훼손시키면서까지 지킨 유산들이라 했다



둥글둥글한 이 성당은 24-70mm렌즈로는 촬영이 매우 힘들었다

게다가 가이드와 일행이 기다리는 것이 미안해서

사진을 대강 찍고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성스럽고 경건했다



이 원통형의 성당을 나서서 가이드를 따라 어딘가로 걸어갔다. 갔더니, 군인 두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는데, 둘 다 군복에서 향긋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이 곳은 포르투갈 군이 상주하고 있는 군사시설이라 보안 때문에 군인 둘이 따라 붙는 것 같았다. 군인들은 앞에서 한 명이 안내하고, 맨 뒤에 한 명이 붙어서 따라오더라. 그래서 우리는 앞 뒤로 배치된 군인 둘에게 낀 형태가 되었다. 군인들은 무장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소총은 없었다.


군인들을 따라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갔더니, 매우 좁은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그 계단을 올라갔더니, 원통형 건물(성당)의 옥상에 올라올 수 있었다.



포르투 시내가 더 낮게 내려다 보였다

이미 여러 번 봐서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와볼만 한 것 같다

사진처럼 동 루이스 1세 다리와 시내가 함께 보이니



이건 성당 꼭대기에 있는 돔

마찬가지로 화각이 좁아서 담기에 수월하지 않았음



돔을 제외하고도 걸을 수 있는 공간은 제법 넓었다

일찍와서 그런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군인은 나를 따라다니지 않고, 출입구에 서서 대기하더라는



천장의 디테일



수도원 쪽을 바라봤는데 두 개의 십자가가 있었다

똑같은 위치에 갈매기가 앉아 있어서

재미있어 하면서 사진을 담았다

배경으로 보이는 건물에는 포르투갈 군이 상주하고 있다



도우루 강과 세라 수도원을 함께 담은 모습

수도원 건물에서 군복입은 사람들이 나와 분주하게 오가더라는

역시 이 곳은 군사시설이었구나



1층에는 민속자료를 가지고 박물관으로 꾸려 놓았는데

딱히 볼만하다거나 인상적인 것은 없었다

이 탈들은 초등학생이 만든 것처럼 보여도 엄연한 유물이다



떠나기 전에 담은 세라 성당

그래, 나는 저 안에 들어가봤고, 저 옥상에도 가봤지



포르투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내가 돌아가긴 하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또 오리라고 다짐했다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시간이 좀 이르긴 했지만, 와이너리 투어를 가볼까 싶어서

빌라 노바 데 가이아 지역으로 이어지겠다 싶은 길을 걸었다

인적이 드물었고, 있더라도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이었다



맨 오른쪽의 말쑥한 건물과 함께 있던 후줄근한 건물들을 담았다

어쩌면 이게 진짜 포르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저런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포트와인의 생산지, 빌라 노바 데 가이아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터라 그냥 와이너리를 구경하는데에 의의를 두고자 했다

게다가 와인을 좋아한다거나,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이 지붕들은 모두 와이너리이다

저 지붕 아래에 포트와인이 엄청나게 있다는 건데

공장 형태도 아니고, 빌딩도 아니라서 매우 의아했다

뭔가를 만들거나 제조하기 위해서는 공장이나 빌딩이 있어야 한다는 내 선입견



그리고 가는 길에 보았던 새로이 단장한 건물

이 나라는 건물 외벽에 페인트로 저렇게 때가 타기 쉬운 색을 쓴다는 특징이 있다

관리를 잘 하면 예쁘겠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아서

건물에 따라 매우 지저분하거나 이끼가 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수업에 늦은 듯한 여학생이 엄청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저 앞으로 사라져버린 골목

골목 자체만으로도 매우 분위기 있고 좋았다



바위를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벽을 쌓았다

그리고 그 벽은 일종의 축대가 되어 다른 건물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적어도 내가 사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친화적인 풍경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다 내려왔다

도우루강과 리벨로를 바라보며 와이너리에 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포르투에 왔으면 포트와인은 마셔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포트와인 와이러니 투어. 와인을 좋아한다거나, 와인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정한 곳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간다는 '샌드맨(Sandman)'. 솔직히 가볍게 들어갔다가 나올 생각으로 그 투어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투어가 끝난 이후에는 포트와인에 홀딱 반해서 심지어 와인을 두 병이나 사서 들고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