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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주인은 가고 덩그러이 남은 빈 집 - 히로쓰 가옥(신흥동 일본식 가옥) / 201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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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군산세관'을 떠나 '히로쓰 가옥'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도 앱에서 아무리 히로쓰 가옥으로 검색해도 나오는 게 없어서 블로그 검색으로 전환! 여러 개의 블로그를 들어갔다 나왔다 한 끝에, 겨우 주소를 찾았다. 항상 여행을 하면 관공서나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를 하나씩 챙기는데, 이번은 왜 빼먹은 건지. 여튼 길 한가운데에서 인터넷 한다고 애먹었다. 


히로쓰 가옥 / 신흥동 일본식 가옥 주소 : 전북 군산시 신흥동 58-2 번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고, 걸으면서 동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걸어가다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 세 명을 보고서는, '딱 봐도 여행온 거 같으니, 저들을 따라가면 되겠구나' 싶은 생각에 거리를 두고 살짝 따라가다가 이상한 곳을 먼저 들리게 되었다. '구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사택'이라는 건물이었는데, 현관으로 들어가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사는 것 같아서 냉큼 나왔다. 잘 모르겠지만, '구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사택'은 관광지가 아닌 듯.



문방구인지 구멍가게인지 모를 곳을 지나는데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우리집도 옛날에는 저렇게 구멍가게를 했었다



'구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사택'의 현관

들어가자마자 사람이 사는 흔적을 느낄 수 있었고

현관만 기웃기웃하다가 나왔다



작지만 알찬 정원이 있었고, 정원 내에 좁은 길이 있었는데

너무 좁아서 들어가지는 않고 사진만 담았다



이 건물도 일본식 건물이라, 현관도 처마도 모두 신선했다

심지어 배경으로 있는 아파트 조차도 낯설더라




'구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사택을 나와 골목길을 조금 걸으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고, 순간적으로 '아, 저기다!' 라는 느낌이 들어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군산 여행에 빠지지 않는 여행지 답게, 제법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있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고, 건물 안에는 안내인이 한 분 계셔서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좁고 어두웠지만, 해질녘이 되니 빛이 아주 예쁘게 들어오는 그런 집이었다.



그리고 살짝 돌아돌아 도착한 '히로쓰 가옥'

이제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으로 불린다고 한다



마루바닥은 걸으면 삐걱삐걱 소리가 났었는데, 오래되서 그런 게 아니라,

자객의 침입을 쉽게 탐지하고자 했던 일본식 가옥의 특징이라고



바닥은 물론이고 천장도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다미 방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출입문의 높이가 낮은 것이 특이했고

출입문 위쪽으로 환풍구가 있는것도 내게는 낯설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빛이 잘 들어오더라



여기는 조금 어두운 다다미방

가구들이 몇 점 있었으나, 실제로 사람이 살진 않았다

관리인 한 분이 계셔서 관광객들을 맞이해주고 계셨을 뿐



2층에서 내려다 본 정원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졌다



2층도 해가 지기 시작하니까 빛이 참 예쁘게 들어오더라



좁고 어두운 복도였지만, 창문으로 스미는 빛이 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었다

내부는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뭔가 훵한 느낌이었다

역시 집은 사람이 살아야 하나봐



건물 뒷편에는 아직 우물이 있었는데, 실제로 쓰이는 것 같진 않았다

뒤에 보이는 에어컨 공조기 옆에 세탁세제가 있고, 그 옆에 수도꼭지가 있더라는



정원에 있는 푸른 단풍나무에 빛이 내려 앉았다



정원에서 올려다보니, 2층이 저렇게 1층에 업혀 있었구나

1층과 2층이 하나라는 느낌보다는 1층에 2층이 억지로 얹혀진 느낌이 드는건 왜였을까?



그리고 입구 쪽에 있는 또 다른 별채

그냥 내 맘대로 생각하기에는, 문에 가까우니까 시종들이 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사진을 담고 나서, 히로쓰 가옥(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걸어나왔다



일본의 건축물은 우리나라의 건축물에 비해 직선화 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처마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건물은 아래로 불록하게 살짝 곡선이 들어가 있는 데에 비해, 일본의 건물은 사진에서 보듯 직선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매우 정교하고 정확하다. 우리나라의 건물이 세세한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는 것에 비해.


이 곳은 굳이 일본에 가지 않아도 그러한 일본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 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그것도 일반 가정집을 말이다. 일본에 가더라도 이런 기회는 쉽게 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날, 호화롭게 집을 짓고이 집에 살았을 '히로쓰'라는 사람. 그는 어디로 떠나고 이렇게 집만 덩그러이 남았는지. 재산도 많았을 거고, 권력도 어느 정도 있었으리라. 삐걱거리는 마루를 걷다보니, 문득 허무해지더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 다음 목적지인 동국사에서 답을 찾아보자며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