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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여행 -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로.. 그리고 여행의 끝 / 201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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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투어를 마치고 친해진 3명의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싸서 나와 제이슨을 만났다. 그리고는 제이슨이 게스트 하우스 측에 요청한 택시를 함께 타고 두브로브니크 공항으로 갔다. 하지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렸다. 자그레브 현지 기상 사정으로 비행기가 결항된 것.



두브로브니크 공항의 모습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고

항공편이 두브로브니크-자그레브 뿐이라 한산했다



그런데 체크인 할 시간이 되어도

체크인을 하지 않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심지어 출발 30분 전까지 직원도 한 명 없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2시간 전인데 카운터가 닫혀있고, 직원이 없는 게 이상했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을 떨쳐내려했다. 비행기가 결항까지는 아니고, 딜레이가 조금 되리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FIDS에 결항되었다는 안내가 나오고, 카운터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대 대혼란이었다. 그 와중에 어떤 한국인 진상 여자는 되지도 않는 영어로 본인 시간을 보상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는.


내가 여행하면서, 비행기가 결항된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전직 항공사 직원이고, 공항에서도 일을 해봤으니, 전후 사정을 짐작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 때 상황은 카오스와도 같았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1) 오늘 비행편은 자그레브 현지 기상 사정으로 결항.

2) 내일 비행기는 만석으로 추가 예약 불가.

3) 1시간 내로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를 마련할 예정.

4) 자그레브까지 버스는 12시간이 걸림.

5) 버스 이용시 환불 불가.

6) 버스를 이용하려면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게 아니면 카운터에서 환불 신청할 것.


제이슨과 나는 논의 끝에 여기서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자그레브로 향하기로 했다. 밤 12시가 된 상황에서 당장 숙소를 구해야 하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제이슨이 본인이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에 전화해서 잠자리를 마련했다. 침대가 없어서 나는 매트리스를 깔고 도미토리 바닥에서 잤으나, 그렇게라도 잠을 잘 수 있었던 게 천만 다행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남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일어나, 짐을 챙겨 동이 트기 전에 숙소에서 나와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 자그레브행 버스를 타고는 12시간을 여행했다. 아, 힘들었다는..


자그레브에 도착해서는 지난 번에 묵었던 마유자야 호스텔로 갔다. 공교롭게도 나와 제이슨은 방이 달랐다. 제이슨은 자그레브에 왔던 게 아니라서 잠시 데리고 나가서 여기저기를 함께 둘러봤다.



밤의 성 마르코 성당

지난 번에 왔을 때는 낮이었는데

밤에 보니, 더 낭만적인 것 같았다



그리고 밤의 스톤 게이트(Kamenita Vrata / Stone Gate)

제이슨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밤의 거리를 걸었다



밤의 자그레브 거리

두브로브니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진짜 도시의 밤 같았다는



그리고 배가 출출해서 들린 햄버거 가게, 핑빈(Pingvin)

자정너머까지 영업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아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다



친절했던 아저씨와 제이슨



그리고 핑빈에서 먹은 햄버거

속이 알차고 맛있었다



여정이 피곤했는지 나는 씻지도 않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에 일어나보니 제이슨은 귀국편이 출발하는 오스트리아로 이미 떠나고 난 뒤였다. 한편, 나는 자그레브에서 모스크바를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제이슨에게는 어제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해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아침에 보니 공항에 가야 할 시간이 조금 여유로웠다. 그런데 왠지 여기서 넥타이를 타고 싶어져서, 체크아웃을 조금 일찍했다. 나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반 옐라치치 광장 근처에 있는 크로아타 매장으로 갔다. 그리고는 내 빨강 넥타이와 엄마의 스카프 등을 포함해서 순식간에 50만원이나 질렀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쇼핑 안 하는데.. 나 자신에게 놀랬다.


그리고는 자그레브 플레소 공항으로 향했다.

2013년 9월 크로아티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몬테네그로로 이어지는 여행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