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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일직선인 처마가 일본을 떠오르게 하는 절 - 동국사 / 201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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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을 나와 동국사로 향했다. 지도를 보니 오래 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다리가 조금 아팠지만, 차를 저 멀리 이마트에 두고 왔으니, 걸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서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아이 두 명이 있었다. 카메라를 내게 건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둘의 다정한 모습을 담아주었다. 그런데 그들도 나와 비슷한 타이밍에 동국사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동국사로 향하는 길을 한 아이가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 아이가 없었다.


별 생각없이 '그러는가 보다' 싶었는데, 횡단보도를 건너서 뒤를 돌아보니, 다른 한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 아이 곁에 제법 큰 강아지 한마리가 함께 있었다. 그 아이가 강아지를 돌아보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보니, 강아지가 그 아이를 쫒아오는 모양이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그 아이가 길을 건너는데, 그 강아지도 아이의 뒤를 쫄랑쫄랑 따랐다. 그 아이는 강아지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널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지,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강아지를 향해 정색을 하고 발을 구르며 따라오지 말라고, 네 갈 길 가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풉~'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동국사 가는 길에 있던 집

세월의 흔적이 멋스럽게 담긴 것 같아서 담았다



동국사로 가는 길은 일종의 관광특구(?) 같은 것으로 지정이 되었는지

예쁜 카페와 갤러리 등등 정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건물들도 참 예뻤다

그리고 저런 낙서도 참 정감있었고



천천히 걷다보니 동국사 입구에 도착했다

유명한 절은 대개 산 속 깊숙히 있는 게 보통이지만

동국사는 그냥 도로 변에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맞이하게 되는 풍경

대웅전의 일자 처마가 마치 일본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대웅전 앞에 있는 부처님 조각상도 한 번 담아보고

뭐랄까, 왠지 좀 인자해보였다는



그리고 절 한 켠에 있는 종루

그런데 종이 엄청나게 작아서 마치 장난감처럼 보였다





종루를 에워싸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부처님 부조들

표정도 포즈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종루 안에 있는 종의 모습

우리나라 종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다는

소리는 어떨까? 왠지 가벼운 느낌이 날 것만 같았다



대웅전 뒤쪽으로는 강아지 두 마리가 있었는데

이 아이는 그 중에 작은 아이, 새끼였다

같이 거의 20분은 놀아준 듯..



키가 아주 큰게 제법 오래된 것 같고 운치도 있었지만

축대 위에 있어서 들어가거나 할 수는 없었던 대밭



일본식 건물의 특징인 칼같은 정확도로 마감한 처마

언젠가 일본에 가서 일렬로 가지런한 처마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대웅전 옆 쪽으로 있던 작은 정원

저 굽어진 나무가 특이했다

어떻게 저렇게 굽어졌을지



경내를 거니는 커플의 모습

나는 혼자왔지만 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조큼 부러웠다

보고만 있어도 이쁘네



처마 끝에 달린 풍경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절 중 거의 유일하게 일본색을 많이 지닌 절이다. 일제시대에 일본인이 세운 절이라 그럴 수 밖에 없었고, 게다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음에도 이국적인 절이라는 이유로 그 유명세는 대단하다. 내가 갔을 때에도 본연의 목적으로 절에 갔던 사람보다는 나같은 관광객이 더 많아서 사찰이라기 보다는 관광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유명세에 비해 경내는 작고 아담했다. 건성으로 서둘러 둘러보면 5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좀 더 클 것이라 예상하고 와서 '에잉?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산에 왔다면 반드시 들려야 할 필수코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동국사를 정문을 나오는데, 옅은 선글라스를 낀 젊은 여자가 말을 걸었다. 본인의 핸드폰을 건네주며, 사진을 담아달란다. 그래서 동국사 현판 앞에 그 사람을 두고 사진을 찍은 다음 핸드폰을 건네줬다. 혼자 여행온 것 같았는데, 이뻤다.

동국사를 떠나는 순간에 내게 말을 걸어줘서 다른 기억보다 조금 더 기억에 남는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