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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대만, 도자기 마을을 꿈꾸듯 여행하다 - 잉거 도자기 박물관(鶯歌陶瓷博物館) /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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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샤(三峡)에서 버스를 타고 잉거(鶯歌)로 왔다. 잉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가이드 북에 나와있던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라는 게 전부였다. 여행 준비를 못해도 너무 못하고 와서 정말 아는 게 없었다. 내가 내렸던 버스 정류장 맞은 편에 그럴듯한 건물이 보여서 가봤더니, 운이 좋게도 '잉거도자기박물관(鶯歌陶瓷博物館)'이었다. '우선은 이거라도 보자' 싶은 마음에 들어갔으나, 왠걸 너무 좋았다.


솔직히 '도자기 박물관'이라는 단어의 어감 자체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흰 백자가 늘어서 있다던지, 아니면 그릇들이 즐비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고, 실제로 그런 이미지를 상상하며 이 곳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재치있고, 때로는 오싹하기까지 한 도자기로 만든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백자 항아리나, 그릇들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잉거가 타이페이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추천한다. 잉거와 싼샤를 묶으면 그럴싸한 하루 당일치기 타이페이 외곽 여행 코스가 나오니까. 



잉거 도자기 박물관에 도착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어리바리하게 내렸는데

다행히도 잘 도착했다



입장료 같은 건 없었다, 무료 관람!

들어가자마자 로비에서 뭔가 특별전시를 하고 있어서 둘러봤다

뭔가 화병 같았는데, 색이 너무 예뻐서 반했다



이외에도 도자기로 만든 작품들이 많았다

이 여성도 도자기도 만들어졌는데

파스텔톤의 여리한 여성스러움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살짝 가려진 얼굴이 보는 이의 상상력을 엄청 자극하는



이것도 같은 시리즈이다

도자기 박물관이라고 해서 그릇만 전시되었다면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겠지만

도자기에 기반한 예술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함께 전시되어 있던 다기 세트인데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사고 싶었다

하지만 파는 게 아니라는 것이 함정



작가가 Wang Liang-Wen 이라는 사람이었음

사실 다기(茶器)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라



이건 코가 긴 돼지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느껴졌는데

문득 HJ가 생각났다



그리고 윗 층으로 올라갔는데

도자기로 만든 흰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혼자 여행 온 어떤 여자가

여기서 사진을 찍는 걸 지켜보고 나서

똑같은 장소에서 따라 찍었다 ^-^



나비는 난간에도 붙어 있었다

내 손가락 끝에 나비를 앉히고 싶었는데 말이지

이렇게 2~3층으로 올라가서

잉거 도자기 박물관을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시작



잉거 도자기 박물관 전시실의 풍경

정말 굉장히 잘 만들어놨다

전시된 작품의 수준도 높아서

하루 종일 둘러봐도 손색 없을 정도였다



불상, 그릇, 생활소품, 타일 등

오만가지 것들이 도자기로 제작되어 전시 중이었는데

이 징그럽게 생긴 것만 같은 양념통이 눈길을 끌었다



어딘가 한 켠에는 가마 내부를 재현해놨다

뜨거워보이지만, 열기는 없고

시끄러운 소리가 났었더랬다

오른쪽에 있는 아치로 나갔다



이곳 잉거에서 생산된 도자기들은

여기저기로 팔려 나갔는데

옛날에는 그릇을 이렇게 포장했다고 한다



뭔가 상당히 추상적이고 예술적인 느낌의 항아리

저렇게 색이 번지는 것도 기술이겠지, 싶었다



이 쪽은 다른 섹션의 전시장이었다

왼쪽 앞에는 공룡인형과 오카리나가 있고

저 멀리에는 꽃병과 항아리들이 있었다

전부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것들



일반 통로도 굉장히 신경써서 만들어 놓았더라

개인적으로는 잉거에서 처음 온 곳이 여기라서

이 곳 도자기 박물관에서의 느낌이 잉거의 첫인상이 되었다



뭔가 비석같기도 하고 마치 산 같기도 한 작품

엄청 고급스럽고 비싸보였다



한 켠에는 다양한 모양의 머그컵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양도 하나같이 너무 예뻤다

전통으로서의 도자기와 현대의 디자인이 만난 느낌



이 아이는 머그컵과 접시들인데

흑백의 대비에 퍼즐처럼 구성해놓았다

이렇게 디자인이 들어간 작품들이 매우 많았다

그래서 저절로 흥미를 가지게 될 수 밖에



약간 징그럽기도 했지만

발 모양의 화분



강아지와 닭, 그리고 돼지가 앙증맞게 빛어진 모습

작품들을 보면서 이들이 도자기로 되어 있음을

자꾸만 상기시켜야 했다



그리고 이건 조금 실험적인 작품인데

저 못들이 진짜 못이 아니고, 도자기였음

못을 하나하나 만들었는지, 아니면 통째로 만들었는지는

만져볼 수가 없어서 모르겠다는



뭔가 바람느낌도 나고 국방색 느낌도 나고

왠지 모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토성(Saturn)의 느낌이 났다

그래서 한 컷 담았고



뭔가 만화틱한 모습이었다

아래는 식빵, 위에는 크림 같기도 한 구성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포도를 모티브로 한 작품 같은데

도자기로 만들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

이 모든 것들이 잉거 도자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까 2층으로 올라올 때 봤던 나비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나비떼 주위로 몇 마리의 나비가 떨어져 있어서 담아봤음

몇 번을 생각해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도자기 박물관보다는 아트 갤러리 같은 느낌



역시 도자기로 만들어진 내리는 빗방울과



그 아래의 동심원

이 작품도 굉장히 인상 깊었다



여성의 몸의 곡선과

옷의 주름으로 작품이 된 마네킹

패션쇼 같기도 하고



이 작품은 어두고 작은 방에서 상영되던 영상인데

음향도 그렇고 상당히 괴기했다

그런데 나는 이 영상에 빠져들어서

30분 이상을 반복해서 보다가 나왔다



박물관 복도 한 켠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는데

어디가 아픈지 몸을 수그리고 있어서

말을 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태를 보려고 다가갔다가



깜놀했다

저 괴기한 영상을 보고 나온 직후라 더 놀랬음

얼굴이 없다니



이외에도 잉거 도자기 박물관 내에는 정말 볼거리가 많았다

이렇게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도 있었고



아기들로 탑을 쌓아 올라가고

아기들은 탑으로 향한다

뭔가 좀 섬칫했던 작품



그리고 깜깜했던 어느 방에서는

그릇과 아크릴판, 그리고 빛으로

이렇게 미래지향적인 작품도 구성해놓았더라



그렇게 둘러볼만큼 둘러보고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두고 계단을 내려왔다

올라갈 때 맞이하던 나비가

이제는 내려가는 길을 마중한다



박물관 1층 구석에는 옛날에 쓰던 가마를 보전해놓았다

그 모양새가 우리나라의 가마와는 사뭇 달랐다

길쭉한 모양이었음



그리고 한 켠에는 재료 전시관 같은 것을 구성하던 중인 것 같았다

염료 같은데, 전시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그냥 보기만 해도 예뻐서 호기심이 일 정도이니



잉거는 대만에서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치면 경기도 이천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옛부터 토양이나 기타 다른 조건들이 도자기를 만드는 데 알맞아 도예를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다고 한다. 아마 이 곳에서 제작된 도자기들은 옆에 있는 싼샤에서 배에 태워져 대만의 여기저기로 보급되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본다.


한편, 이 도자기 박물관은 2000년에 개관하여 올해로 15년을 맞이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냥 그릇의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을 소장하고, 작가를 발굴하는 등의 노력도 함께 한다고. 실제로 내부 전시물품을 살펴보니 그러한 노력이 느껴지더라는.


개인적으로는 이 잉거도자기박물관(鶯歌陶瓷博物館)이 왠만한 관광지보다 더 좋았다. 주위에서 대만 여행간다고 하면 꼭 가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