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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대만 지우펀에서 가장 아름다운 홍등이 있는 길 - 수치루(豎崎路) / 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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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 시장을 걷다가 우연히 홍등이 예쁜 거리를 스쳐 지나가게 되었다. 일단은 지나갔다가 다시 오기로 했고, 목적하는 곳까지 갔다가 고양이들을 만나서 잠시 귀여워해주고는 되돌아왔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 곳이 지우펀을 소개하는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홍등의 거리 수치루(豎崎路)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비정성시(悲情成市)나, 아매차루(阿妹茶樓)와 같이 유명한 찻집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했고.


지우펀 시장에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정말 희한하게도 여기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아마도 1박을 하는 여행자들이리라. 밤의 지우펀 뭔가 낭만적이라서 좋았다.



아까 지나갔던 길을 되돌아와 홍등이 예쁜 길로 들어섰다

이 길의 이름은 수치루(豎崎路)

마치 '더벅머리처럼 험한 길'이라는 뜻이다

이 길은 전부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음



지우펀 중에서도 특히 이 곳의 홍등이 예뻤다

상점에 걸려있는 기괴한 느낌의 핑크빛 홍등이 아닌

진짜 짙게 붉은 홍등이었다



홍등은 마치 파도를 치듯

저 아래로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홍등에는 황금지향(黃金之鄕)이라고 쓰여 있었다

'황금이 나는 고향'이라는 뜻

옛날에 여기서 일하던 광부들이 보면 향수에 젖을 네 글자

하지만 찻집 이름이라는 건 함정



사람이 많은 것만 빼면

이 거리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로맨틱했다

HJ가 지우펀을 추천한 이유가 아마 이게 아닐까 싶었다



사진을 담으며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시장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전부 여기 모인 것 같았다



내려다가보니 굉장히 화려한 건물이 있었다

지우펀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이 건물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건물이라고

이름은 아매차루(阿妹茶樓)

'언덕 위, 차가 있는 누각'이라는 뜻



지우펀의 다른 건물들과 달리 굉장히 깨끗했고

주먹구구식의 테코레이션이 아니었으며

뭔가 자본의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모습은 참 멋지더라

사진으로도 담고 한동안 넋을 빼놓고도 바라보았다



건물들 사이에 좁은 동굴이 있어 들어가보니

전망대 같은 것처럼 보였으나

별로 특이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다시 나왔다



붉은 홍등과 그 홍등을 보고 있는건지

아니면 여자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남자 여행자의 모습이 아련하다



이 수치루는 지우펀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길이라고 한다



특이하게 얼굴을 마스코트로 삼았더라

그것도 예쁜 얼굴이 아니라

중년의 변태아저씨 같은 얼굴을



아매차루, 혹은 아메이차러우의 입구

나는 가난한 여행자니까 그런 사치는 부리지 않았음

그냥 겉에서만 봐도 좋더라



사실 홍등을 부처님 오는 날에 다는 것 정도로

딱 그 수준에서 생각했는데 지우펀에서 다시봤다

잘 활용하면 너무 예쁘더라는



지우펀 수치루의 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는

광부들이 이 길을 오르내렸을 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간판에 비정성시(悲情成市)라고 쓰여 있었다

영화 이름이기도 하고, 영화촬영 장소이기도 했던 이 가게는

다른 가게보다 초라해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비정성시(悲情成市) : '슬픈 감정의 도시'라는 뜻



수치루의 맨 아래까지 내려왔다

홍등이 참 예쁜 밤이었다



원래는 송덕공원(頌德公園)까지 가려했으나

밤이 어둡고 인적이 너무 없어서 몸을 사렸다

그래서 중간 즈음에서 사진을 담았다



그래도 야경은 예쁘더라



지우펀의 밤

그런데 아까부터 저 멀리서 멜로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더 커지면서 점점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 멜로디를 아는데 곡 이름을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외국 동요인지 민요인지 배웠던 건데

알고보니, 쓰레기차가 왔다는 신호였음

동네사람들이 나와서 쓰레기를 버리더라는



지우편의 밤골목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인데 깜깜하고 인적이 없었다

쓰레기차는 경쾌한 멜로디를 울리며

나를 앞질러 저 앞으로 나아갔다



문닫힌 어느 상점에서 본 고양이 인형들

이 곳에 은근 고양이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쓰레기차가 부르는 멜로디가 온 천지에 울려퍼지던

하지만 고요하고 조용했던 지우펀의 밤



아까 지나갔던 절을 지나 숙소로 향했다

오늘 일정의 끝



지우펀에 오길 참 잘해다고 생각했다. 사실 타이페이는 그저 그랬고, 그나마 시펀과 핑시, 그리고 산샤와 잉거를 다녀오면서 여행 온 느낌이 났는데, 여기 지우펀이야 말로, 정말 괜찮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진과스도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타이페이에서 하루나 이틀정도 일정을 줄이고, 이곳에서 하루나 이틀 더 묵고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그래서 지우펀을 추천해 준 HJ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펑리수를 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느즈막히 9시쯤 일어나 지우펀을 마지막으로 한 번 둘러보고, 타이페이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