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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대만, 지우펀에서 타이페이로 그리고 여행의 끝 /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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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은 잘잤다. 숙소(http://lifephobia.tistory.com/369)가 좋았고, 침구류가 좋았고, 침대도 좋았다. 덕분에 푹 잘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온돌이 아니라서 바닥이 차가웠던 것 정도였다.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온풍기로 난방을 하더라. 12월의 대만은 그리 춥진 않았지만, 바닷가와 가까운 산에 위치한 지우펀은 상당히 추웠다. 옷을 여러 겹 입어서 따뜻하게 하고 잠을 청했더랬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조식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라타스 하우스에서 지우펀 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



어제, 낮에도 밤에도 봤던 풍경이다

채 24시간도 안되었는데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지우펀은 그 정도로 작았다



이 시간이면 시장에 단체 관광객이

별로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골목길을 걸었다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다가



어떤 집 담장을 지나치는데

화분으로 인디언 고양이를 만들어 놓았다

집 주인의 차고 넘치는 센스!



그리고 뭔가 시간이 쌓인 듯한 돌들

그래서 한 컷 담아봤다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왼쪽의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지 폐쇄되었더라

아~ 너무 평화롭고 고요한 아침이었다



저 앞에 홍등이 보이는 건물도 어젯밤에 봤던 건물인데

저 건물도 유명한 찻집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제 밤 낭만을 느렸던 수치루에 도착했는데

아.. 고요함은 사라지고 일본인 단체 수학여행단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지우펀에 있던 극장

승평희원(昇平戱院)을 보게 되었다

한 때 대만 최대규모였다던 극장이라고 한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말끔히 새단장이 되어 있었는데

옛날에 쓰던 영사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내부의 모습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는데

어쩌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옛 그림을

그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옛날 그 시절의 영화 홍보물 인 것 같았다

종이 색깔을 보아하니 원본은 아니고

옛 것을 참고하여 새로 만든 것 같았다



이 곳이 황금기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저 큰 LP는 연연풍진이라는 영화이다

사진만 봐도 이쪽 느낌이 난다



이건 영화 비정성시에서 꼬맹이들이 들고 다니던 소품이라고 한다

이거 찍기가 참 애매해서 엄청 고생하며 찍었다

이 컷도 사실 마음에 드는 건 아닌데, 그냥 타협했음



옛날 이 곳에서 상영했던 영화의 포스터일까나

우리나라의 옛 영화관들도 과거로 회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뭐, 이미 멀티플렉스로 넘어가버리긴 했지만



이 영화관은 복원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매우 깔끔했다

심지어 나무 의자들도 새 거였다



극장의 한 쪽에는 옛 매점이 복원되어 있었다

그냥 봐도 옛 느낌이 난다



소소한 물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특별해진다

수 십 년이라는 시간의 손 때가 묻은 제품들



이 극장 앞 작은 광장은 그 옛날에는

교통과 문화, 유흥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지금의 지우펀에서 세븐일레븐 앞 정도랄까?



광장 앞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데

신발 가게인지, 찻집인지 헷갈리는 집이 있었다

그 집 입구에 살짝 들어가 담은 사진



그리고 어제 지나갔던 비정성시(悲情成市)

찻집이면서 음식점이기도 했다



영화를 안봐서 잘은 모르지만

내가 상상하던 비정성시와는 괴리감이 있었다

약간 초라하다고 할까? 그래서 안타까웠다



수치루를 걸어올라왔다

그리고 어제 밤에 담았던 똑같은 앵글로 사진을 담았다

역시 밤이 더 멋지더라는



어제 밤에 봤던 풍경을 아침에 보니

짐을 끌고 왔다갔다 하기 귀찮을지언정

1박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우펀 시장은 한가하리라는 내 예상을 깨고

이미 인산인해라서 깜짝 놀랬다



그리고 땅콩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먹었다



인증샷

이제 지우펀을 떠나면 이걸 먹을 수 없게 될거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으리라 예상했는데

왠걸? 엄청나게 사람이 많았다



지우펀 시장을 나와 뒤 돌아서 사진을 담았다

사람들로 입구가 막혀서 안보일지경

그리고 지우펀을 떠났다



버스를 타고 다른 숙소(호텔 HD 팰리스)에 체크인을 했다. MRT를 두 번이나 갈아타는 등 가는 길이 좀 멀었지만 갈만했다. 이제 오늘 밤이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숙소에 짐을 두고 나왔는데, 타이페이로 돌아오니 여행할 맛이 안났다. 힘을 빼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아예 가방에 넣고 다녔다. 어딜갈까 태평하게 생각하다가 타이페이 101 타워에 가보자고 생각했다. 전망대는 올라가지 않고 그냥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에 움직였다. 숙소에서 30분 정도 걸으면 되는 곳에 있어서 그냥 설렁설렁 걸어갔다.



저 멀리 보인다

타이페이 101 타워



내부로 들어왔더니, 명품샵이 많더라

여행 중에 소핑을 안하는 내게는 볼거리가 없더라는



쇼핑을 하지 않거나, 전망대에 가지 않으면

굳이 올 필요가 없는 것 같았음

이건 TWG 매장인데, 바닥에 광나는 거 봐봐



타이페이 101 타워를 갔으나, 쇼핑을 안하고,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고서는 뭔가 할 게 없었다. 어쩌면 내가 정보부족으로 뭔가를 못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잠깐 있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니,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그간 좀머씨처럼 걸어다녔으니 여독도 풀기 위해 쉬는 게 좋겠다 싶었다. 저녁에 근처에서 뭔가를 먹으려 했으나, 먹을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동네 로컬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메뉴를 보고 멘붕에 빠졌다.



아.. 흰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자로다

뭐가 뭔줄 알 수가 없었으나 가격은 아주 착했다



손으로 짚어서 음식을 시켰더니

오리고기와 면이 있는 음식이 나왔다

그래도 고기는 뼈까지 다 발라서 맛있게 먹었다



이번 대만 여행은 과중한 업무로부터 도피성 목적이 강했다. 그래서 일부러 해외를 택했다. 연락이 끊기는 곳을 택하면 연락이 안오고 업무로부터, 스트레스로부터,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줄 알았다. 옛날 같았으면 유럽과 같이 멀리 갔겠지만, 멘탈이 너무 지쳐서 그렇게 멀리는 못갈 것 같아서리 가까운 대만으로 정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이 휴가를 써도 되나 싶은 생각에, D-3일까지도 항공권이며, 숙박이며 예매를 못하고 있다가 부랴부랴 하루만에 몰아쳐서 준비했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게, 여기까지와서도 불안하더라.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고, 카톡을 확인했다. 이렇게 멀리 떠나도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전의 여행과는 많이 달랐다. 휴식을 하고 온 게 아니라, 출장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매 순간이 불안했다. 뭔가 터지지 않을까, 뭔가 잘못되어 또 뭐라고 한소리를 듣지 않을까,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더 좌절했다. 이렇게 해도 내 머리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불안함으로부터, 그리고 그 불안함의 근원인 업무로부터 도망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어서.


여튼, 긴 여행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