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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조용한 곳을 찾아 다녀왔던 운길산 수종사 / 20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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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학생일 시절. 그리고 영국으로 여학연수를 떠나기 불과 얼마 전에 다녀온 곳이다. 이 때의 나는 해외여행도 가보지 못했는데, 어학연수를 가게 되어 압박감이 심했다. 미리 영어를 공부를 해놓은 것도 아니었다. 취업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어서, 시간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선택했던지라 마음이 매우 싱숭생숭했던 때였다. 조용한 곳을 다녀오고 싶었고 그러다가 선택한 곳이 수종사였다. 여기서 내려다본 두물머리가 일품이라는 말 한마디에 움직였다. 이 때의 나는 뭔가 한국적인 것을 간직하고 싶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수종사 입구 정거장에 내렸다

대중교통으로는 가는 길이 정말 불편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서너 번 갈아탄 것 같았다



수종사로 가기 위해서는 운길산을 올라야 했다

운길산 초입으로 걸어갔다

2006년 풍경이니 지금은 많이 변했을지도



저 앞의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으나, 경사가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그랬다, 무슨 놈의 경사가 이리 가파르던지

심지어 이 길을 오르내리는 차도 제법 있더라

그럴 때면 갓길로 비켜줘야 했다



그냥 절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등산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빛이 예쁘게 먹힌 곳이 있어 담았다

당시에는 예쁘다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냥 그런 느낌이다



이런 길을 꼬불꼬불 올라갔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그나마 포장이 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옛날에 똑딱이 카메라를 쓸 때

나는 사진을 약간 기울여 찍는 습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옅어진 그 습관의 결과물



누군가 빈 소원의 흔적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에 사찰을 좋아하는 편이다

합장을 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종사로 들어가는 길에는 석탑이 많이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소원을 담아 하나씩 올렸을 것

맨 위의 돌이 내가 올린 돌인데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조선시대부터 빼어나기로 소문났던

수종사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

날이 뿌옇게 흐려서 아쉬웠으나 멋지긴 하더라



경내는 생각보다 작고 조용했다

한바퀴 조용히 둘러보고 한 쪽에 있는 문으로 나가봤다

마침 빛도 예쁘게 들어서 사진으로 담았다



'해탈문'이라고 쓰인 것 같은데

돌계단이 정말 정겨웠다

마침 빛도 예뻤고



용도를 잘 모르겠던 가마(?) 비슷한 것이 있었고

사진에는 없지만 해우소(화장실)도 있었으며



조선시대 세조가 심었다는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었다



내가 여태 봐왔던 나무 중에 가장 거대했다

나뭇가지도 무지 커서, 그 무게 때문에 부러질 법도 한데

튼튼하게 그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수종사에서 유명하다는 이 은행나무의 사진을 많이 담았지만

내공 부족과 화각의 한계로 건진 사진이 별로 없었다



수종사 은행나무 아래에 있던 의자

나는 한동안 이 사진을 좋아했더랬다



지붕의 곡선과 처마와 단청을 담고 싶었다

색이 깊게 나오면 좋을텐데

보정을 해도 이 정도가 한계였다



선불장이라 불리는 이 건물은 단아한 느낌이었다

아마 조용했던 경내가 그런 느낌을 배가 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이 옆에는 부도와 팔각오층석탑도 있었지만

사진이 워낙 이상하게 찍혀서 포스팅에서는 제외했다



석양의 빛을 받고 있는 수종사 범종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경내에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온 아저씨가 있었다

저 아들의 모습이 뭔가 짠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뒤로 물러서서는 조심스레 한 컷 담았다



아저씨와 아저씨의 어머니가 다론 곳으로 가신 후

삼정헌 일부와 빈 공간을 담아봤다



삼정헌 옆에는 삽살개처럼 보이는 강아지가 있었고

놀아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으나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사진만 담았다



수종사 전경



사랑과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누군가가 적은 글인데 나도 이걸 보면서

사랑과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마지막으로 경내를 한 바퀴 더 돌았고

은행나무로 다가가 하늘을 보며 그 푸르름을 담았다



수종사는 운길산에 있는 크지 않은 규모의 절이다. 특히 두물머리를 내려다 보는 모습이 일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곳에 언제부터 절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세조가 이 곳에서 머물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절을 중수하도록 한 건 분명해 보인다. 그 계기가 확실치 않을 뿐인데, 종을 발견했다는 설도 있고, 동굴 속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들렸다는 설도 전해 내려온다. 그와 함께 수종사 뒤에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를 세조가 심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 약 400여년 간 절의 명맥을 유지했을 뿐, 건물이 내려앉거나 불상도 많이 파손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고종에 이르러서야 점진적으로 보수가 진행되어 1940년대까지 여러 건물을 지어올렸으나, 한국전쟁 때 모두 소실되었다. 그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은 대웅전 옆에 있는 팔각오층석탑과 부도 뿐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