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베네치아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부라노 섬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갔던 곳은 '트라토리아 다 로마노(Trattoria da Romano)'라는 레스토랑. 거기서 먹물 파스타와 로마노 리조또를 엄청 맛있게 먹었다. 가이드 북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이 짜다고 들었는데, 우리 입맛에는 잘 맞아서, 엄청 잘 먹었더랬다.
천천히 식사를 하다보니, 가장 더울 때는 지나간 것 같았다. 그늘에 앉아 식사를 하니, 더위도 아주 조금 가신 것 같고, 그리고 배도 채워졌으니까 힘도 나서, 부라노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특별히 목적지가 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발 가는 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부라노 섬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던
'트라토리아 다 로마노(Trattoria da Romano)'에서
나오자 마자 담은 사진
바로 앞에 보이던 종탑을 따라 왔더니
자그마한 광장이 있었다
산마르코 광장에 비해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았음
그리고 아까 섬으로 들어올 때
기울어져 있던 종탑이 이 녀석이었다
산마르티노 성당(Chiesa di San Martino)
이 녀석 덕분에 피사의 사탑에 대한 환상이 없어졌다
날이 너무 더우니 양산을 쓰고 걷는 HJ
왼편에 있는 건 레이스 박물관이었는데
들어가 볼 생각을 전혀 못했다
지금 다시 보니 아쉽다
짜잔~
저 앞은 우리나라의 농협과도 같은 곳이었는데
아담한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담았다
Piazza Baldassarre Galuppi
'발다사레 갈루피(Baldassarre Galuppi)'라는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가 태어난 곳이 이 부라노 섬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광장은 그의 이름을 딴 광장이다
산마르티노 성당(Chiesa di San Martino) 옆에 있던 건물
부라노 섬의 건물은 어딘가가 조금씩 삐뚤빼뚤했다
자세히보면 좌우의 대칭도 맞지 않았고
선은 완전한 직선이 아니었다
발다사레 갈루피 광장 한 가운데 있는
쓰레기통 3형제
양산 때문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사진 중에서는
그나마 잘 나온 사진
산마르티노 성당(Chiesa di San Martino)의 내부는
아담했지만 조용해서 경건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런 데는 사람이 없어야 원래의 그 느낌이 난다
상대적으로 성당 안이 시원해서
잠시 햇빛을 피해 이 안에 있었다
그리 오랜시간은 아니었지만 성당에서 땀을 식힌 후
다시 나와서 거리를 설렁설렁 돌아다녔다
Rio Terra del Pizzo
걷다보니 어렇게 보라색 집도 있었다
뭔가 팀버튼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앞에 널어놓은 빨래가 정겨웠다
부라노의 집들은 예쁜 색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잘 보니, 디테일에도 굉장히 신경썼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화분의 배치가 무심히 놓인 게 아니라는
이 집도 보는 순간,
'우와~' 하고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예뻤다
장식해 놓은 꽃들도 너무 잘 어울렸음
어떤 프로 사진가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이 앵글에서 사진을 담길래 똑같이 따라 찍었다 ^-^
카메라 가방이 엄청 무거워보이던 아저씨였는데
부라노 섬 다리 위의 HJ
역광인지 얼굴에 그늘이 져서 아쉽기만 하다
Fondamenta della Pesscheria
그리고 부라노 섬에 있는 이렇게 작은 다리들은
아마도 별도의 이름이 없는 것 같았다
한편, 수로는 각각의 이름이 있었다
우리는 밥 먹고 소화도 시킬겸
부라노 섬도 구경할 겸, 목적지 없이 그냥 걸었다
Corte Novello
그저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싶었지만
내가 여행자라서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풍경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감흥이 없겠지
이 사진은 진짜 여행사진처럼 나왔다
개인적으로 HJ를 담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사진
어느 골목 초입에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동네 어르신이 나와서 앉아 계실 법한 의자였는데
HJ가 낼름 달려가더니 앉아버렸다
부라노 섬의 풍경
더웠지만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아쉬웠던 건, 옛날처럼 무한한 황홀경에 빠지지는 않았다는 것
나이가 들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아니면, 너무 더워서 그랬거나..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서 바포레토 정류장까지 왔다
이 많은 사람들이 땡볕에도 서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앉아가기 위함이다
이탈리아의 첫 여행지인 베네치아에서, 정작 베네치아는 대충 둘러보고 부라노 섬을 가장 먼저 돌아보게 되었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선사하는 동화 속 같은 풍경은 이미 사진으로 봤지만, 막상 와서 보니 더 아기자기해서 영화 세트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묘한 공간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리고 사진으로보는 것보다 훨씬 더 예뻤다. 그래서 색색의 골목을 보고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곳에 올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산마르코 광장처럼 관광객으로 미어터지지 않아서 어떤 곳에서는 굉장히 조용하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다. 한적하고 조용해서 한 번쯤 와서 살아보눈 상상도 해봤다. 뭘 먹고 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몇 시간을 둘러보고 베네치아로 되돌아가는 배를 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