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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5 이탈리아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다비드 상 /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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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살짝 헤매긴했지만, 여차저차해서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잘 들어왔다. 하지만 폐장시간까지 약 한 시간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사실 피렌체는 친퀘테레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길에서의 중간 기착지로 생각했던 곳이었다. 이동이 너무 길어지면 피곤하니 중간에 1박을 하면서 겸사겸사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이런 생각을 한 내가 우스워졌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일주일을 있어도 모자르겠다는 걸, 여행하면서 깨달았다. 그래도 피렌체가 베네치아만큼이나 엄청난 관광지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여튼, 시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잰걸음으로 아카데미아 미술관 내부로 들어갔다. 둘러보는 내내 미술에 대한 지식이 얕은 내 자신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것들은 사실 아는만큼 보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가는 게 가장 좋은데, 직장인이라 시간이 없으니..



'사빈 여인의 납치(Rape of the Sabines, 1582)' 원본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가 사빈족의 여성을 납치해가는 모습

저 신체의 비례도 대단하지만, 역동적인 모습이 인상깊었다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건 복제품)



굉장히 큰 그림들이 눈이 닿는 곳마다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기껏해야 유명한 사람 몇 명을 알고 있을 뿐인데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와 혼란스러웠다



이 그림을 담은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보티첼리가 언뜻 생각하기도 하고

'Resurrection of Christ' by Raffaellino de Carli, 1505



전시되어 있던 그림의 디테일

어떻게 저렇게 옷감의 구겨짐과 구겨짐에 따른 색 변화를

저렇게 자연스럽게 담았을까? 그림을 못그리는 나는

개인적으로 저런 재능이 항상 부럽기만 하다

'Dispute over the Immaculate Conception' by

Giovanni Antonio Sogliani, 1521



그리고 이곳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원본)을 마주했다

사람만한 줄 알았는데, 굉장히 커서 흠칫했다

'David' by 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504



이 '다비드'라는 친구는 '골리앗과 다윗'을 이야기 할 때

돌팔매로 골리앗을 때려 눕혔다는 그 다윗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한다



저 완벽해보이는 신체의 비율과 근육들

자세히 살펴보면 잔근육과 핏줄까지 표현되어 있다

원재료였던 대리석의 질이 좋지 않았다고 전해지기에

그 안에서 이런 걸 탄생시킨 미켈란젤로가 대단해보였다



HJ도 부지런히 다비드의 사진을 담았다

새삼 내 몸뚱이가 비루하게 느껴져서 미안했다



우리나라의 불상을 보면 손이나 머리가 없는 경우가 많고

유럽도, 손이나 발, 머리 혹은 성기가 훼손된 조각들이 많은데

달릴게 제대로 다 달려 있어서 복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비드 상의 뒷모습

뒷모습은 처음 보는데, 엉덩이도 탱탱하다



그냥 든 생각인데 돌팔매질을 하는 손이라 그런가

다비드의 오른손이 유난히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도 약간 찡그린 것만 같고



벽에 걸린 많은 벽화들을 뒤로 하고 온 곳은

일종의 작업실이자 전시실 같았던 곳인데

작품들이 그냥 쌓여있던 곳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작품도 정말 잘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창고 같은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Monument to Adam Albrecht Adalbert Count of Neipperg'

by Lorenzo Bartolini, 1841



전시실의 HJ

이 즈음에는 관람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마음이 초조해졌다

욕심 같아서는 다 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보고 보이는 관계

Juno by Lorenzo Bartolini, 1830



다른 나라에 가면 귀한 대접을 받을 석고상들이

여기가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이유로

마치 슈퍼에 파는 물건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이 전시실은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해서

전체적으로 이런 느낌이었다



이런 그림도 있었다

라파엘로, 라고 쓰여 있어서 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931년에 죽은 라파엘로였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예쁘다

정말 대단히 숙련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라고 해도 못할 거 같은데



이 전시실은 폐장시간 20~30분쯤 전에 먼저 닫았다

안내원이 나오라고 해서 나가다가 아쉬움에 한 컷 담았다

19세기에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아서 작업한

네오클래시컬 조각가들의 작품은 모아놓은 곳이라 했다



전시실을 나와 천천히 출구로 가는 길

저 그림들을 하나씩 봐도 모자를 판에

스킵하면서 지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폐장 시간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피렌체가 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전의 그림들은

이렇게 온통 황금색이었다

비잔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듯



그리고 색이 다 바랜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던 그림

저 위에는 글자가 쓰여 있었으나 많이 지워졌다

한 시간만에 둘러보긴 했지만, 못본 게 더 많았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비드 상

원본의 놀라움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구나



피렌체에 대한 여행 정보가 부족했던 우리는 다비드를 보러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간 게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관광지가 문을 닫는 오후 6시 전에 둘러볼 곳이 필요했고, 마침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단지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곳에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있다는 것은 우연히 길 한가운데에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저 '이야~ 잘 골랐네~' 라는 반응이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는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탈리아답게, 굉장히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을 녀석들인데, 워낙 쟁쟁한 작품이 많으니까 대다수가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까막눈에는 모든 것이 다 대단해보였다. 특히 다비드 상은 정말 신기했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던 작품을 실제로 본다는 사실부터, 작품의 부분부분까지 모두 신기했다. 한 번쯤은 가볼만 한 것 같다.


아쉬웠던 건 몇 시간 둘러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곳이라는 것. 하루나 이틀잡고 둘러보면 참 좋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