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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경주여행 - OK 오토캠핑/글램핑장 주변을 걸으며 담은 가을 풍경 /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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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글램핑은 처음이었다. 텐트에서 잠을 자는 건, 몇 년 전에 망구랑 졸부랑 함께 갔던 운두령 이후 처음이었다. 그 때는 진짜 눈이 무릎가지 빠지던 한겨울에 목적지가 해발 1,500M인 줄 모르고 대충 갔다가, 영하 20도를 넘는 온도에 한 잠도 못자고 얼어죽을뻔 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10월 초 였지만, 밖에서 자기에는 추웠다. 해가 지니 급 추워져서, 전기장판을 켜놓고 잤다.


우리는 아침에 여유있게 일어났다. 그런데 맞은편 캠핑장의 일부 부지런한 사람은 아침 일찍부터 짐을 챙겨서 나가더라. 그 사람들이 나가는 자동차 엔진 소리에 잠이 깼고, 얕은 잠결이었지만 참 부지런도 하다고 생각하며 뒤척였다.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

주변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우리 텐트 바로 앞으로 보이던 풍경



이 길을 중심으로 오른편은 글램핑장이었고

왼쪽은 오토 캠핑장이었다



끝없이 높은 하늘과 청량한 공기

서서히 가을 맞이 준비를 하는 산



우리보다 앞서 저만치에

우리처럼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른편에 붉게 색이 빠진 나무가 예뻤던 길



그냥 편한 옷차림의 HJ

하지만 저 몸빼바지는 적응이 잘 안된다

비행기 포즈인건가



오토 캠핑장 뒷편에서 내려다 본 모습인데

아무 생각없이 내려다 봤다가 예뻐서 놀랬다



우리는 이런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조용했고, 살랑이는 바람에는 가을의 내음이 났다

그냥 걸을 뿐인데,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뒤쪽에 있는 나를 돌아본 HJ

돌아보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는데

뭔가 느낌이 절반 정도 성공한 듯한



오토 캠핑장 주변으로 억새가 가득 자라고 있는데

멀리서 보니까 마치 구름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너무 아름다웠다



살살 걷다보니 이런 공터가 나왔다

그 한가운데에 캠핑의자를 두고 앉아있는 누군가

진정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 같았음



약간 바보같지만서도, 귀엽게 잘 나왔다

배시시~




걷다보니, 나무에 해먹이 매여있어

한 번씩 누워봤다



이 호수는 신라시대에 김유신 장군이

말에게 물을 먹였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하는 곳인데

살살 구경을 가서는 저 땟목에 올라탔다

호수 이름은 '수의지'라고 한다



사진 속 빨간 줄무늬 옷을 입은 아이가

뱃사공 노릇을 해 저 건너편까지 다녀왔다

덩치가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를 내려주고는 또 다시 저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아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엄청 열심히 배를 움직여줬다

그게 재미난 듯, 다른 애들이 배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더라



호수 한 켠에 가득한 연잎

언뜻보면 밟고 지나가도 될 것만 같은



그리고 열심히 목욕하고 있던

오리 친구들



호수에 반영이 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물이 좀 탁하고, 바람도 좀 있던 날이라 이 정도가 한계



대략 1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는데, 그 시간이 참 알차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서 시내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그러나 대자연 속에 안겨 있으려니, 마음이 점점 차분해져 생각보다 오래있게 되었다. 청량한 가을 날, 붉은 단풍이 피어있던 조용한 산길을 걸어보니, 너무 좋더라. 등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산이랑은 그 느낌이 너무 달랐다. 


내가 만약 부산이나 경주 인근에 산다면, 아니! 대구에만 살아도, 여기에 자주 오리라고 생각했다. 간만에 너무 마음에 들었던 곳인데 서울에서는 너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