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여행/'15 이탈리아

이탈리아 무라노 섬에서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 구입하던 날 - 드 비아시(De Biasi) / 2015.07.03

반응형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 늦은 오후.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될 수도 있는 시간에 '무라노 섬(Murano)'을 가기로 했다. 우리는 이상하게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에 대한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서 기념품을 사거나 사지 못하더라도 둘러보고는 오자는 생각이었다. 어디서 사야할지,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출발!



산마르코 광장 근처의 바포레토 정류장에서

무라노 섬으로 가는 수상버스를 기다리는 HJ



우리가 탄 배가 무라노 섬을 향해 출발하는 순간

날이 더워서 어서 배가 움직였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배가 움직이면 바람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베네치아의 하늘



우리는 비교적 앞쪽에 줄을 서 있었다. 잠시 후 배가 도착했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근처에 산마르코 광장이 있어서 내리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HJ가 나를 보고 말하기를, '오빠는 왼쪽 맨 앞으로 가' 라고 했다. 맨 앞자리 뷰가 좋아 보였고, 사진 찍기에도 괜찮아보였다.


배의 맨 앞 좌석 배치는 ABCD 4열로 구성되어 있었다. A와 B, C와 D가 붙어있었고, B와 C 사이는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었다. HJ가 왼쪽 맨 앞으로 가라고 하길래 나는 당연히 A로 갔는데, 정신차리고 살펴보니 HJ는 D에 가 있었다. 약간의 실갱이 끝에 HJ가 C, 내가 D로 이동했다. 그때 어디선가 한국어로 '이쪽으로 오라고 하시니, 이쪽으로 오세요~' 라는 말이 들렸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차저차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마주 앉았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HJ



관광객을 가득 실은 배가 우리를 앞질러갔다

휘파람을 불어대고 손을 흔들어대고

아주 신났던 사람들



한참을 가다보니 저 앞에 섬이 보였다

아마 '리도(Lido)'로 추정됨



한편 우리가 '무라노(Murano)'에 다다를즈음

새파랗게 맑고 푸르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심카드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나 때문에

인터넷이 안되어 무라노의 지리정보가 부족했던 우리는

섬 내 두번째 정류장인 Murano Navagero 에 내렸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서 유리 공예품점을 찾았다

워낙 인적이 없어서 '들어가도 되나?' 싶던 골목

그 끝에 유리 공예품 가게가 있었음



골목이 나쁘게 말하면 많이 낡아 있었고

좋게 말하자면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했다



'드 비아시(De Biasi)'라는 이름의 유리 공예점

한 공장에서 운영하는 두 개의 가게가 나란히 붙어 있었는데

사진 속의 가게는 저렴한 품목들을 파는 가게였고

그 오른편에 있던 가게는 초고가의 예술품을 파는 가게였다



잡지 등에서 베네치아 여행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가끔 이 '무라노(Murano)'에 대한 언급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곳에는 유리 장인들이 많기에 운이 좋으면 유리공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 항상 함께 실린다. 그래, 사실 나도 그러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라노 섬은 매우 조용했다. 그리고 솔직히 그룹 투어가 아닌 이상, 유리 공장에 불쑥 들어가서 '유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세요' 라고 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림도 없는 소리.


그나마 '드 비아시(De Biasi)' 라는 유리 공예품점을 발견한 게 행운이었다. 이 곳은 얇은 금박을 활용한 이 곳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구경만 해도 볼거리가 있었다. 그나마 기대했던 유리 공예의 끄트머리만 살짝 맛봤다고나 할까?


한편, 매장 내에는 흰 라코스테 피케티를 입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연세가 70이상 80정도로 되어 보이는 분이었는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시기 시작했다. 매장에 있던 여직원은 우리에게, 이 분이 유리 공예 마에스트로라고 얘기해줬다. 그는 약간은 능청스럽기도 했고 유머러스 하기도 했다. 그는 그의 작품(?)들을 우리에게 소개해줬다. 그는 영어를 못해서 매장 직원이 중간에서 통역을 해줬고, 할아버지와 우리는 나름 약간 친해졌다.


예를 들면, 유리와 유리 사이에 얇을 금박을 넣었다던가, 마치 롤케이크 단면같이 생긴 동그란 유리알을 만든 다음 그것들을 수십개를 붙여서 접시를 만든다던가 등의 내용들을. 실제로 이 곳의 유리 제품들은 굉장히 예뻤고, 톡특했다. 가격은 저렴한 게 접시 하나에 12만원 정도 하는 가격이었다. 액자, 목걸이, 시계, 와인 마개 등의 제품들은 그보다 저렴했다. (그 옆에 있는 고급 제품을 취급하는 갤러리에는 수 백 만원 짜리가...)


살까말까 고민을 엄청하다가 일단은 그냥 나왔다. 매장 사진은 안 찍는 게 에티켓이라, 이 때는 안담았다.



그리고는 섬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미 오후 6시쯤 되어서 거리에는 활기가 없었다

맞은 편의 유리 박물관은 문이 닫힌 것 같았다



한 5분 정도 걸었나?

우리는 다시 '드 비아시(De Biasi)'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드 비아시(De Biasi)'의 내부 모습

매장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깔끔했다



'드 비아시(De Biasi)'의

유리 공예 마에스트로 할아버지와 함께, HJ



우리는 결국 접시 6장과 와인 마개 여러 개를 들고 나왔다. 접시는 한 장에 120유로 정도 였고, 와인 마개는 20유로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기록한 것이 아니라 기억인지라 확실하지 않다. 내 생전 여행하면서 이렇게 큰 돈을 쓴 게 처음이라 손이 떨렸으나,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할아버지가 직원에게 할인을 해주라고 하셔서 약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포장도 워낙 꼼꼼하게 해주셨음. 제품 사진은 나중에 별도 포스팅으로.



양 손을 무겁게 하고 '드 비아시(De Biasi)'를 나왔다

그리고는 무라노 섬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섬이 활기차지 못했고, 버려진 건물도 제법 되는 것 같았다




'산 도나토 성당(Church of Santa Maria e San Donato)'

거의 1천년 된 성당이라고 한다



성당 앞에 있던 작은 다리 위에서 바라본 무라노 섬

이 때부터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Ponte San Donato



HJ



산 도나토 성당의 종탑을 시작으로 성당을 둘러보려 하니

HJ가 또 할아버지처럼 성당을 둘러보냐고 타박을 줬다



더군다나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우산이 없던지라, 싫어도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Church of Santa Maria e San Donato






이탈리아 무라노 섬의 거리 풍경




그리고 바포레토 정류장에 도착해

비를 피하면서 수상버스를 기다렸다

잠시 구경한 기념품 가게의 유리 공예품



내 카메라에 담긴 무라노 섬의 마지막 모습

우리는 배를 타고 다시 베네치아 본섬으로 이동했다



베네치아의 유리공예는 중세 베네치아에서 아주 중요한 산업이었다. 당시의 유리는 사치품으로 매우 비쌌기 때문에, 중계 무역과는 별도로 베네치아에 막대한 부를 가져가 줄 수 있었다. 그래서 공화국 정부는 유리공예 기술 유출을 두려워 했고, 장인들을 무라노 섬에 가둬서 관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후로 무라노는 유리 제작에 특화되어, 이곳에서 생산한 유리는 '무라노 글라스(Murano Glass)'라는 이름으로 명품 대우를 받았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유리를 어디서든 쉽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로 아시아와 동유럽에서 무라노 글라스의 복제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복제품은 일반인이 봐서는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의 디테일을 가지고 있어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 현재는 무라노 글라스의 존폐가 위협될 정도라고 한다.


특히, 무라노의 기술자들은 2~5명의 기술자가 작업하는 일종의 공방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고, 현재도 그러해서 기계로 찍어내는 생산 효율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브랜딩이나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급격하게 변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해 상당히 많은 전통있는 공방이 문을 닫아, 기술자의 수도 30년 전에 비해, 1/6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현재는 고급화와 유니크 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끝으로 무라노 글라스 진품을 구입하면, 제품에 무라노 글라스 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여준다. 이 스티커는 무라노가 속해있는 베네토(Veneto)지역의 자치령으로 정해진 것으로 이 스티커를 붙여주지 않으면 진품 무라노 글라스가 아니다.


여기서 구매한 제품 사진은 별도 포스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