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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백운동 야영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던 2박 3일 / 2016.11.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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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왔다.



1. 하고 싶었던 것.

우리는 약 4년 전 겨울에 계방산 운두령에 가서 텐트치고 자다가 얼어죽는 줄 알았는데, 이번 여행은 그 여행의 시즌2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꼭 캠핑을 하려 했다. 그리고 지리산까지 왔으니, 해발 1,915M의 천왕봉을 꼭 오르고 싶었다.


2. 등반코스

캠핑을 꼭 하려 했고, 자가 차량을 이용할 것 이었기 때문에, 야영장이 있는 백운동에서 출발해,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차를 이용하지 않고, 원점회귀가 아닌, 백운동-중산리 코스도 생각해봤지만, 캠핑 장비를 모두 들고 산을 올라야 해서 포기했다. 주차는 야영장 바로 앞 유료 주차장에 했다. 가장 가까운 사설 주차장은 하루 1만원.


3. 숙박

하루는 백무동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잤고, 하루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잠을 잤다. 둘 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D-2주 전에 예약이 열리는데 대피소 같은 경우에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서 순식간에 마감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할 때 3분만에 60명이 꽉 찼음. 그리고 대피소는 화장실을 비롯해 수돗물이 나오는 곳이 없기 때문에 씻을 수 있는 곳이 없고, 야영장은 화장실이 있으나, 찬물만 나왔다.


4. 식사

캠핑을 하긴 했지만, 음식은 백무동에 있는 식당에서 사먹었고, 잠만 텐트에서 잤다. 우리가 갔던 식당은 야영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나간 거리에 있던 '옛고을(저녁식사)'과 '지리산펜션(아침식사)' 이었고, 음식도 인심도 모두 좋았다.



백무동 야영장에서 1박을 했는데

많이 추워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싸려는 중



우리는 메고 올라갈 짐 이외에는

잘 패킹해서 차에 넣어두었다

왼쪽에 전기시설에 걸린 매트는

서울에 와서야 두고 온 걸 알게 되었음



장터목 대피소로 떠나는 순간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에게

사진을 한 장 부탁했다



지리산 백무동 구간은 시작부터

끝없는 돌계단이었고, 우리는 천천히 올랐다

중간에 '참샘'이라는 약수터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물을 먹고 한 컷 찍었다



가늘게 흩뿌리던 비는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으로 바뀌었고, 우리는 해발 1,400M 쯤의

어느 작은 공터에서 눈젖은 빵을 점심으로 먹었다



눈이 생각보다 많이 내려 밤늦게까지 내렸고

바람도 상당히 많이 불었던 날이었다



우리는 한참 후에야 목적지인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다

1박 후, 내일 새벽에 천왕봉으로 간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자리를 배정 받고

잠시 짐정리를 하는 중



이곳 장터목 대피소는 겨울철에는 20시에 소등하고 취침을 시작한다. 그래서 그 전까지 저녁을 먹어야 한다. 우리는 가져온 쌀로 밥을 먹고, 김치찌개를 끓여서 간단하게 먹었다. 이 곳에는 씻는 곳이 없기 때문에, 개인정비 같은 건 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대로 물티슈로 얼굴을 닦은 다음, 2천원을 주고 빌린 담요 위에 몸을 누이고, 등산복을 그대로 입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자리를 많이 가리는 나는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옆에 있는 아저씨는 어찌나 코를 심하게 골던지! 여튼,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5시 4분에 일어나 천왕봉으로 향했다. 일출 시간이 7시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지리산 정상에 도착해야 했다.



아직은 날이 밝기 전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직후

휴대폰으로 담은 셀카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되다'

천왕봉 정상석 뒤에 새겨진 문구



이날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정각이었고

우리는 6시 50분에 도착했으나

날씨 때문에 일출을 보진 못했다



어제는 눈이 와서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눈 덕분에 더 멋진 풍경이 되어

우리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좁고 작다고 하지만

이렇게 산에 올라 보면 그저 광활할 따름

끝이 보이지 않는 산들





우리는 정상에 2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정상까지 올라오기 위해 서울에서부터 1박 2일을 소비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로 서둘러 올라가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어서, 먼저 올라온 우리가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할 것 같았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올라올 때는 해가 뜨지 않은 밤이라서 힘들었는데, 날이 밝으니, 한결 걷기가 수월해졌다.



내려가는 길, 제석봉 근처에는

전망 대크가 있어 그 곳으로 갔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고사목이 많았는데

이제는 심어놓은 나무가 많아졌다



밑에 떨어트린 장갑을 줍고나서

꽁무니가 빠져라 올라오고 있는 졸부



제석봉 전망데크에서 본 풍경은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망구



움직이는 안개를 타임랩스로

찍어보겠다는 졸부와 망구



이 안개였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음



나랑 망구가 아이젠을 차에 두고 와서

망구랑 발톱 2개짜리 허접 아이젠을 한 짝씩

나눠차고 천천히 내려왔다



내려오니 오후 12시 반 정도 되었더라.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함양으로 향했다. 그리고 신화루 라는 곳에서 짬뽕과 탕수육을 먹었는데, 나쁘지 않고 괜찮았다. 아마 12월 중에 섬이나 설악산을 다녀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