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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청계천 발원지 중 가장 먼 곳, 백운동천 / 20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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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에서 청계천 발원지를 따라 거슬러 올라 드디어 백운동천 입구까지 왔다. 입구에 이르러 보니, 등산로가 없다는 안내 문구에 되돌아 가야 하나 생각을 했다가, 정면의 숲 사이로 언뜻 보이는 시멘트를 보고 낼름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청계천 발원지 중 하나인 백운동천을 만났다.


물은 하나도 없이 말라 있었다. 계곡의 50미터 앞까지 개발이 된 상태이고, 계곡의 아래에는 자하문 터널이 지나가며, 계곡의 50미터 위로는 도서관과 주택이 있으니, 있던 물도 말라버릴 수 밖에. 하지만, 시멘트로 만들어진 옛 수로와 물길을 볼 수 있어, 나름 소정의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가 더 개발하지 말고, 그냥 이대로 두거나, 주변 부지를 매입해, 주변을 다시 숲으로 복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

뒤로 있는 인왕산 진입로에 붙은 안내

실제로 여기는 등산로가 아니긴 하다



허탈한 마음에 입구에 서서 보니

정면에 뭔가 인공구조물이 보였다



그래서 안으로 살살 걸어가니

낙엽은 다 치워 놓은 길이 나타났다



아마 100년이 넘었을

시멘트로 만들어진 계단



그리고 집 터가 있었다

동농 김가진 선생의 집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근방의 주인이었으나

상해로 망명해 임시정부의 고문을 지냈다



이후 이 건물은 요정으로 쓰이다가

아무도 모르게 철거되었다

여기는 화장실 자리 같은 느낌



집 터의 한 켠에는 낮은 축대가 있고

그 중앙에 계단이 있었다

사진처럼 말이다



그 계단을 오르면 '백운동천'이라는

바위에 음각으로 새겨진 글자를 볼 수 있다

특이한 건, '천'이 내 천(川)이 아니라

하늘 천(天) 이라는 것

그리고 여기가 청계천의 발원지!



혹시 저 바위틈 사이에서

물이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세히 봤지만

물 한 방울 발견할 수 없었다



비록 지금은 말라 있지만

땅을 보니 물길은 남아 있었다

아마 비가 오면 생기는 듯 싶었다



백운동천 글자 옆으로 한자가 더 있다

'광무 7년 계묘, 중추 동농'

덕분에 1903년에 동농 김가진이

글자를 새겼음을 알 수 있는 것



한때는 김가진 선생의 집이었을테고

한때는 수많은 세력가가 여색을 탐내던

요정이었던 곳인데 이제는 그저 폐허일 뿐

혹여 건물이 복구가 되면 좋겠다 싶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당시 발라놨던

시멘트도 갈라지고 깨져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집터 근처에는 탑 같은데

탑이라고 하기에는 돌을 쌓은 것 같은

그런 탑이 덩그러니 있었다



다른 각도에서 본 집 터



그리고 옛날에 조성된 물길이 남아 있었다

시멘트 상태로 보아, 상당히 오래되어 보였다

여기에 물이 흐르면 아마 청계천으로

흘러가거나, 혹은 흘러갔을 것이다



수로의 끝에는

물길이 땅 속으로 숨어드는 구멍이 있었다

마치 어두컴컴한 지하실 같은 느낌이었음



백운동천의 물길이 지하로

숨어들기 시작하는 그 첫 부분

복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 시작점에서 상류쪽을 바라봤다

다행히도 누군가가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자꾸 이 집터에도 미련이 남아

자꾸 서성이다가 사진을 찍고 그랬더랬다

내가 땅을 사서 복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그러기엔 내가 돈이 없지만 ㅋ



이 곳에 오래 있었을

낮은 축대를 한 번 쓰다듬고

백운동천에서 내려왔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를 내려갔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으로

다시 되돌아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