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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쫄보에겐 너무 무서웠던 신불산 칼바위 능선, 그 길을 따라 정상까지 /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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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정상이 가까워졌지만, 아주 큰 고비가 남았다. 이름하여 칼바위 능선. 말 그대로 칼날처럼 가파른 바윗길을 지나가야 했다. 산을 많이 다녀 본 건 아니지만, 이런 칼바위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까지 올라오신 분들은 대부분 잘 가셨지만, 나와 졸부는 산 타는 건 초보라 그저 덜덜덜 몸을 사릴 뿐이었다. 되돌아 내려가야 하나 싶은 생각도 안 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앞으로 발을 조금씩 내딛어 봤다. 그러나 이내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보면 별 것 아닌 느낌인데

실제로 이 풍경을 마주하면 오금이 저린다

솔직히 돌아가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높이왔는데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나는 칼바위에 발을 들였지만

이내 4족 보행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떨어질까봐 무섭더라

떨어지면 사망각



이제 졸부가 걸음을 떼고 있다

이게 진짜 이런 공포가 따로 없음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한고비를 넘기고

잠시 쉬면서 카메라를 다시 꺼냈다

그러나 끝없는 칼바위



칼바위의 끝을 찾아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설마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저 바위로 된 능선에서 발 한 번 잘못 딛거나

균형을 잃으면 바로 저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다

자꾸만 이런 상상을 하니, 공포가 극대화되더라



한 고비 또 넘기고 잠시 쉬면서 한 컷

이 근방의 바위는 이런 느낌이었다



나는 네 발로 기어 온 경사진 절벽 길을

어떤 아저씨는 뒷짐지고 걸어 오더라는

정말 신선이거나 축지법을 쓰는 줄 알았다



내가 걸어온 신불산 칼바위 능선

나 스스로가 참 대견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과 다름 없었다



잠시 산 아래의 세상을 내려다보며

산 꼭대기에서 나는 목숨을 걸고

뭐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이렇게 펜스가 있는 구간이 나왔다

그래서 마음놓고 편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저 끝에서 여기까지 왔다

에베레스트나 K2를 등정한 기분이었음



신불산 억새 평원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오늘은 저 방향으로 가진 않는다



여길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하는 망구와

떨어질까 바위를 꼭 잡고 있는 졸부



바위 틈 새에 살고 있던 아이인데

신기하게 생기기도 하고, 처음 봐서 찍었음



이 근방의 바위에는 지의류도 있었지만

오랜 풍화에 의해 바위가 많이 깨져있기도 했다

잡고 흔들면 빠질 정도였다



'여긴 또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 중인 망구



사진을 이렇게 크게 보면

공간감이 느껴질까?



가도가도 끝이 없던 신불산 칼바위 능선

망구도 자기가 가본 산 중에 칼바위가

가장 긴 구간이라고 후에 이야기했음



칼바위 능선에 있던 이름 없는 바위



이제 내가 출발한 지점은

보이지도 않는다

멀리도 왔다



신불산 옆에 있는 가지산이 보인다



이 아저씨도 거의 프로급이시더라는

아저씨 사진 찍을 때 얼른 같이 담았다



칼바위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아이스께끼를 파는 아저씨가 있어서

낼름 하나 사먹고 기념촬영을 했다

와, 이걸 해낼 줄이야

만신창이 X3



신불산

정상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헷갈리게 이런



저건 돌탑인가, 아니면 봉수대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운치있더라



저 멀리 신불산 억새 평원이 보인다

저 끝까지 능선을 따라 걸어갈 수 있다

그 끝에는 '단조성'이라는 옛 성이 자리해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반대방향으로 간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신불산 정상석



울산광역시 울주군 신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