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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여행 - 자그레브(Zagreb)에서 플리트비체(Plitvice) 가는 길 / 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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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잠은 푹 잘 줄 알았는데 추워서 중간에 몇 번인가 깼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샤워를 한 다음 짐을 챙겼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룸메이트가 불편해 할까봐, 짐을 적당히 꾸린 후에 거실로 들고가서 마무리 패킹을 했다. 카운터에는 어제 봤던 남자 스태프가 아닌, 처음보는 여자 스태프가 있었다.


"혹시, 카운터를 24시간 운영하나요?"

"그건 아닌데, 왜 그러세요?

"여행을 갔다가 자그레브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비행기 도착시간이 24:30이라 혹시나 해서요."

"아, 원래는 아닌데, 확정되면 전화를 한 번 주세요. 저희가 나와 있을게요."


나중에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로 올라와서 묵을 숙소 때문에, 여기에 예약을 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시간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예약을 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이야기하고서는 '마유자야(Maju Jaya)호스텔'을 나왔다. 아침공기가 서늘했다.



playground

호스텔을 나와 트램 정류장에 가는 길에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가 참 소박해보여서 한 컷 담았다



트램 정류장에서 트램을 기다리면서 한 장 더 담았다

냉전시대에 지어진 듯한 건물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었는데

언젠가는 헐리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겠지



어제 자그레브 다운타운에 다녀왔을 때처럼, Radnicka 트램 정류장에서 2번 트램을 타고 세 정거장을 가서, 자그레브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플리트비체에는 먹을 걸 살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는 이야기에 1층에 있는 빵집에서 빵을 사고 싶었다. 결국 빵을 여러 개 사긴 했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라 줄이 제법 길게 있어서 시간을 좀 허비했다. 참고로 이 빵집은 아침 6시부터 영업을 한다.



트램 정류장에서 바라본 버스 터미널 건물

썩 예쁘거나 하진 않았다

그래도 왠지 여기서는 정답게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dubravica

자그레브 버스 터미널 1층에 있는 빵집(두브라빅카)

이 빵집은 50년이나 되었는데, 빵이 맛있었다

벽에 쓰인 '50 godina s vama' 뜻은 '당신과 함께한 50년' 이다



터미널 2층으로 올라가, 우리나라의 지하철 역처럼 생긴 개찰구를 통과했다. 훤히 열린 개찰구는 아무래도 사용하지 않는 듯 싶었다. 게다가 아침이라 그런지 내부가 제법 어두웠다. 티켓을 꺼내 플랫폼 번호를 확인했다. 맞는 번호를 찾은 후,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1층으로 나왔다.



어두컴컴한 대합실 내에서

플랫폼 번호를 보면서 따라 내려가면



이렇게 버스 타는 곳으로 나온다

짐 싣는 값은 티켓과는 별도라서 7KN을 기사에게 지불해야 한다



혹시나 싶어, 앉아 있는 외국인 커플에게 웃으면서 플리트비체에 가냐고 물었다. 자기들도 그리로 가려고고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서는, 잠시 짐을 다시 꾸렸다. 버스 짐 칸에 넣을 배낭과 버스 안으로 들고 탈 가방을 나눴고, 아직 따끈따끈한 빵을 가방에 넣었다. 이내 버스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우리나라랑 비교해서, 별로 크지 않은 터미널인 줄 알았는데

다른 도시를 가보니까 여기가 제일 큰 터미널이더라



버스를 타고 자그레브(Zagreb)를 출발했다. 이 나라는 버스 탈 때 표를 검사하는 게 아니라, 버스를 타고 있으면 차장인 듯한 사람이 표 검사를 하는 게 특이했다. 창 밖으로는 도시가 좀 이어지는 듯 하더니, 이내 시골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윽고 길가에 사람들도 줄어들더니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한편 버스 내에 한국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내 뒤에 앉은 어떤 부부와 혼자 온 30대 중후반의 여자 한 명.



버스를 탄지 오래지 않아

시내의 풍경은 이내 이런 초목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enc

고속도로로 들어간다

톨게이트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시골 수준이었다

ENC라고 써진 건 우리나라의 하이패스랑 똑같다



Karlovac

'플리트비체(Plitvice)' 가는 길의 중간 기착지였던 '카를로바크(Karlovac)'에 있던

옛 공산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콘크리트 건물



'카를로바크(Karlovac)' 외곽에 저렇게 전쟁에서 부서진 건물과

일부 전쟁 장비등을 야외에 전시해 놓은 곳이 있었다

버스는 야속하게도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원래는 '뮤키네(Mukinje)' 마을에 묵으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여기 숙소를 예약하질 않았다. 다음에 예약하겠다며 뒤로 미뤘는데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무튼 환승대기 중에 공항에서 확인해보니, 남은 숙소가 거의 없었다. 남은 방은 죄다 커서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부킹닷컴에서 겨우 '호텔 밸류(Hotel Belleuve)'의 1인실을 예약 하게 된다. 호텔 1인실이나 뮤키네 마을이나 그 값이 그 값이었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으나, 날씨가 흐려서 내심 걱정이 많이 되었다

날이 흐려도 좋으니, 제발 비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금새 거짓말처럼 밝아오는 하늘

덩달아 내 마음도 금방 가벼워지고



Rastoke, 라스토케

창 밖을 보다가 어디선가 본 모습에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내어 창 밖의 풍경을 담았다

마을에 폭포가 흐르는 그 곳, '라스토케(Rastoke)'가 창 밖으로 지나고 있었다



라스토케, rastoke

처음에 계획을 세울 때는 여기서 1박을 할까도 생각했던 곳이기도 했는데..

막상 이렇게 지나가니, 너무 아깝더라

한편, 플리트비체로 가는 버스는 라스토케(Rastoke) 입구에 정차했다



드디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National Park / Plitvicka Jezera)에 도착했다

여기는 첫번째 입구(Ulaz 1)인데, 나는 여기서 내리지 않고

두번째 입구(Ulaz 2)에서 내렸다.



'호텔 밸류(Hotel Belleuve)'는 플리트비체의 두번째 입구(Ulaz 2)에 바로 위치해 있다. 뮤키네 마을에서 20분을 걸어야 두번째 입구에 도착하는 걸 감안하면, 많이 편해진 셈이었다. 게다가 조식도 포함이었으니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 내 계획은 호텔 프론트에 배낭을 맡기고 플리트비체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내 방은 지금 비어 있으니까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체크인을 하고 짐만 두고 바로 나왔다. 날이 쌀쌀해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Hotel Belleuve

호텔 밸류(Hotel Belleuve)의 모습

호텔 시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사실 시설에 대한 불평이 있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호스텔 생활에 익숙한 나는 매우 만족했다

호스텔에 있다가 오니까, 왜 호텔인지 알겠더라는



호텔에서 나와 사람들을 따라가 매표소에서 표와 지도(20KN)를 구입했다. 길을 잃을까 싶어서 지도를 샀는데,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지도는 굳이 필요 없었다. 입장 하기 전에 어느 코스를 돌지 고민하다가 최장 코스인 K 코스를 돌기로 했다.



매표소 벽에 붙어있는 거대한 지도

20KN에 판매하는 지도를 안 사면서 이 사진을 찍으면

사진 찍지 말라고 한다는 소리가 있다



플리트비체 두번째 입구(Ulaz 2)에 있는 단체 관광객들

나랑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살짝 완급 조절을 하고서는 입장했다



내가 플리트비체에 있는 날은 단 하루! 내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자다르(Zadar)로 가기 때문에, 오늘 밖에 시간이 없었다. 더구나 흐리던 날씨도 개어 햇빛이 너무 좋았다. 원래는 나보다 늦게 자그레브를 출발하는 HJ랑 연락을 주고 받아야 했는데, KT랑 제휴한 로밍 사업자인 Tele2는 플리트비체 전체가 음영지역이라 데이터는 물론 음성통화 마저 되질 않았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두고 흘러가는 모양새를 지켜보기로 했다. 만날 수 있으면 만나겠지, 라는 생각으로.


어제, 크로아티아에 들어와서 어영부영 하루를 보냈다면, 이제야 말로 진짜 여행의 시작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