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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여행 - 물의 정령이 산다는 전설의 플리트비체(Plitvice) 1편 / 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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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표와 지도를 샀다. 어느 코스를 돌지 고민하다가 "K" 코스로 정했다. 예상 소요시간은 6~8시간. 인터넷에는 "H" 코스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나는 일부러 그래서 더 "K" 코스로 정하고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은 따라하기 성향이 짙어서, 그냥 그걸 깨고 싶었다. 


인터넷에 소개된 유명한 곳을 가고, 유명하다는 이유로 똑같은 음식점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똑같은 사진을 찍는. 왠지 한국인의 여행이란 이런 것만 같아서, 따라하기가 싫었다. 그리고 앞으로 언제 다시 여기에 오겠는가 싶기도 했다. 그러니까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돌고 더 많이 보고자 했다.


플리트비체는 워낙 넓어서 다 걷기에는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공원 내부에서는 중요 지점을 이어주는 배와 버스를 운영하는데, 입장료에는 이들 시설에 대한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을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걸어서 "K"코스를 돌기로 했다. 생각보다 힘들어서 중간중간에 버스나 배를 타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여튼 내 두 발로만 "K"코스를 완주했다. 소요시간은 8시간 정도. 

 


플리트비체 입구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플리트비체에는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여기는 두 번째 입구(Ulaz 2)이다

흐리던 하늘이 개어 날씨가 너무 좋았다



K코스는 들어가자 마자 우측으로 꺾게 되는데, 물이 너무나도 투명했다

투명하게 훤히 보이는 물 속. 그리고 그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송어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탔다

두번째 입구로 입장하면 K코스만 우측으로 갈라져 호숫가를 따라 걷게 되는데

이 무리에서는 나만 K코스를 걷는 듯 싶었다

호숫가에서 바라 본 풍경들 



사진으로 이미 봤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물 색깔은 너무나도 황홀했다

태어나서 이런 색의 물을 처음봐서 마냥 신기하기도 했고

어떻게 이런 색이 나오는지, 자연이 신비롭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다른 코스에서는 배를 타고 가로질러 가는 호수를

K코스는 호숫가를 따라 직접 걷는다

덕분에 구석구석 꼼꼼하게 더 구경할 수 있었다



마치 크래킹을 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좁은 길을 걸으니, 마음도 가벼워지고 상쾌해졌다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걷다보니 저 멀리 선착장이 보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온갖 음식점이 들어섰을텐데

뉴질랜드도 그렇고, 여기도 자연을 그대로 두는 모습이 부러웠다



걷다보면 약간의 언덕 길을 오르기도 했다

길 왼쪽 아래로 호수가 내려다 보였다

이럴 때는 삼림욕을 하는 기분으로 숲을 즐기며 걸었다





마치 거짓말과 같은 물 색깔과 호수에 두둥실 떠 있는 흰구름

그리고 그 아래로 세상 편하게 헤엄치고 있는 송어들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진으로는 표현을 다 못할만큼



K코스는 이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앞으로 수없이 보게 될 표지판 뒤쪽으로 관람차가 다니는 길이 있었다 



그리고 언덕을 한참 걸었는데, 나중에는 이런 절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호수가 계단식으로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전설에는 요정이 산다고 하던데, 그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일종의 휴게소 같은 곳이 있었는데

잠깐 쉬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크기는 우리나라 콘보다 작았고,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또 다른 풍경

두번째 입구에서 첫번째 입구로 내려가는 길인데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수고스럽더라도 오르막 길을 올라야 한다



그리고 플리트비체 사진 중 널리 알려진 사진 따라하기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저 데크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다른 데크를 걸었다

왜냐면 나는 K코스를 걷는 중이었으니까




가만히 보면 호수 둘레로 흰색의 높은 절벽이 있었다

돌의 재질은 석회암. 호수는 이 석회암이 아래로 내려앉아 패인 것이라 보면 된다

석회암은 물(지하수)에 잘 녹기 때문이다



이 날은 햇빛이 너무 강해서 사진 찍기에는 그리 좋은 날은 아니었다

내 카메라가 좋은 편에 속하는데도 양달과 응달을 함께 담기가 힘들었으니까

대신에 해가 뜰 때나 해가 질 때 찍으면 예쁠 것 같은 생각을 했다



걷다보니, 건너편에 있는 폭포를 보게 되었는데

이 폭포가 보이면 첫번째 입구(Ulaz 1)에 거의 다 왔다고 봐도 된다

폭포 자체가 웅장한 건 아니었지만, 그 주변이 너무 예뻐서 폭포도 멋져보였다



폭포와 절벽과 관광객

좌즉 하단에 자세히 보면 흰 옷과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인다

경이로운 자연을 여기서 또 느끼는구나, 싶었다




드디어 첫번째 입구를 지나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 길

절벽만 보다가 폭포를 보니 새로웠다, 더 멋지기도 하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데크를 건너서 아까 봤던 폭포 쪽으로 이동했다

호수 건너편을 걷게 되었지만, 아직 전체의 1/2도 채 걷지 못했다는 게 함정



너무나도 아름답고 깨끗했던 물

그냥 떠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나중에 살짝 마셔보긴 했다)



그리고 이런 데크를 걸었다



데크 위를 걷다가 물고기들이 물 속에 둥실둥실 떠 있는데

마침 햇빛이 예쁘게 들어오는 곳이 있어, 사진에 담았다

이 친구들은 스트레스 같은 게 없을 거 같았다



저 쪽이 첫번째 입구 쪽이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저 숲을 지그재그로 내려와서는 데크를 건너게 된다



플리트비체에 있는 여러 폭포들 중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벨리키 슬랩(Veliki Slap)'

첫번째 입구(Ulaz 1) 근처에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의 기념사진 배경이 되고 있었다

높이는 약 78M 라고 하는데, 수량이 적어서 폭포 자체가 멋진 건 아니었다



이 폭포의 뒤쪽으로 보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이 있어, 그 계단을 올랐다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다 미끌미끌하고 경사도 급해서 조심해야 했다

숨을 헐떡대며 한참을 올라가니, 작은 굴이 있어 다왔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저 앞에 계단이 더 있었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 / Nacionalni Park Plitvička Jezera)'은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다. 마치 거짓말 같은 에메랄드색을 가진 16개의 호수와 그 주변의 절경이 특징이며, 현재는 크로아티아에서 꼽히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1979년에 공원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곳에서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다만 그 역사가 파란만장해서, 일리리안인부터 로마인, 슬라브인, 켈트인, 오스만투르크인, 크로아티아인, 등등 그 주인이 수도 없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로마가 지배를 하다가 달마치아 왕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가 헝가리 왕국으로 복속되고,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가 오스만투르크가 점령하고, 나중에는 크로아티아로 넘어오게 되는데, 간단히 정리한 게 이 정도이다. 여튼, 이 곳은 자연이 그 혼자 존재하다가 사람에게 발견된 장소가 아닌,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곳이다. 심지어 언젠가는 전쟁터이가도 했다.


이 곳이 관광지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1860년대 이후 일이다. 안보 상의 문제로 군인들이 이 곳에 거주하게 되면서, 숙박 시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상태가 1887년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1888년, 당시 오스트리아 루돌프 황태자의 아내인 '스테파니 왕세자'의 방문은 이 곳이 관광지로 변모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


이후 돈 많은 상인들이 호수 근처에 레스토랑을 세우고, 관광객들을 위한 장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이 훼손되기 시작한다. 그 때 훼손된 부분은 아직까지도도 회복이 덜 되었으며, 일부는 회복이 불가하다고도 한다. 그리고 세계 1차 대전 중인 1916년, '플리트비체 호수 보호를 위한 법'이 통과되나 실질적으로 이 곳이 국립공원으로서 보호받게 되는 것은 1949년 8월 이후의 일이다. 그리고 1979년 이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현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