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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3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여행 - 자다르(Zadar) 올드타운(Stari Grad) 둘러보기 / 201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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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HJ 일행과 조식을 먹었다. 근사한 호텔이 아니라서 조식에 대한 기대가 높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다. 호텔을 나서면, 다시 혼자가 되면서 먹을 게 부실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많이 먹고자 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하고나서 HJ 일행과는 식당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잠시 후, 저들은 플리트비체로 다시 들어갈 것이고,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자다르(Zadar)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을 것이다.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로 내려오면서 버스가 오래 정차하지 않는다는 걸 봐왔기 때문에 30분 정도 일찍 나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Ulaz 2)이 숙소로부터 5분 거리라 이동은 너무나도 편했다. 그리고 티켓은 어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미리 구입해놨었다. 운임은 100KN, 짐 값은 무료.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두번째 입구(Ulaz 2)에 있는 버스 정류장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플리트(Split) 또는 자다르(Zadar)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켓은 매표소 안에 있는 남자 직원에게서 사면 된다



플리트비체를 떠나 자다르(Zadar)로 가는 길

우리나라에는 없는 너른 구릉지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창 밖을 보다보니, 저 멀리서 디나르 알프스(Dinarsko Gorje)'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 이후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기도 부담스럽고

한편으로는 졸립기도 해서 가방에 넣어버렸기 때문에 사진이 없다



자다르까지의 소요시간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약 2시간 전후였던 것 같다. 도착해서 버스터미널을 둘러보니, 그 규모는 제법 큰 편이었다. 하지만, 공산주의 시절에 지었는지 밋밋하고 칙칙하기만한 콘크리트 건물일 뿐이었다.


호텔에서 잤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부터는 다시 호스텔 생활로 돌아가야 했다. 오늘의 숙소는 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Drunken Monkey Hostel' 이라는 곳. 자다르 올드타운(Stari Grad)과는 거리가 제법 있어서 걸어서 20분 정도 소요되는 곳이었는데, 아침에 스플리트(Split)로 가는 차를 편하게 타려고 일부러 버스터미널과 가까운 쪽에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호스텔월드에서 평점이나 후기도 좋은 편이였으며 저렴하기도 했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했다. 카운터에 어떤 여직원이 있었는데, 솔직히 그렇게 예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숙소에 짐을 두고 나가려 했기에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만 보니까 말투와 표정과 제스쳐가 너무나도 밝고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내가 올드타운으로 나간다고 하니까 지도에 이것저것 써 가며 설명해주는 모습도 열심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니 그녀는 모든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방에 대한 리액션이 너무나도 밝고 예뻤다. 사람을 외모가 아닌 행동과 말, 그리고 표정만으로 봤을 때,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매력적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자다르 올드 타운으로 가면서 만난 골목들의 모습

관광지가 아니라서, 소소하기만 하다



올드타운으로 가면서 일부러 바닷가를 따라가는 길을 택했다

중간에 소나무로 조성된 작은 공원도 있어, 솔향을 가득 맡았다.

하지만 바다는 날씨가 흐려서 예쁘진 않았다. 바다 건너는 '우글리얀(Ugljan)' 섬



걷다보니 드디어 저 앞에 자다르 성문(Kopnena Vrata / Landward Gate)이 보였다

그리고 임팩트는 덜하지만 베네치아 공화국 때 쌓아올린 거뭇거뭇한 성벽도 함께

이 모든 건, 16세기 경에 오스만투르크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자다르 올드타운(Stari Grad)은 완벽한 요새 도시였다

원래는 내륙과 바다에 총 4개의 문이 있었으나, 현재는 일부만 남아 있다

이 문은 베네치아 건축가 '미켈레 산미첼리(Michele Sanmicheli)'의 작품인데

'미켈레 산미첼리(Michele Sanmicheli)'는 요새 건축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아마 자다르 요새 전체가 이 사람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날개 달린 사자는 성 마르코의 상징 임과 동시에

그 옛날 베네치아 왕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 때 자다르가 베니치아 왕국의 영토였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쉽게도 성문의 뒤쪽은 그냥 시멘트로 발라놓았다

2차 세계 대전때 많은 피해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더 지나면 언젠가는 복구되겠지




16세기 경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향 아래에 있던 자다르가

오스만투르크의 침략으로부터 항전하고자 5개의 우물을 만들어 식수를 조달했는데

그 우물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여기는 '다섯우물의 광장 (5 Wells Square / Trg Pet Bunara)'이다



자다르는 역사적으로 주인이 많이 바뀌었다. 룩셈부르크의 '지그문드(Sigmund) 가문' 영향에 있다가 나폴리의 '라디슬라우스(Ladislaus) 가문' 영향에 있었는데, 이 가문은 자다르를 통채로 베네치아에 팔아버려, 16세기 이후의 자다르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향 아래에 있게 된다. 이 즈음에 오스만투르크는 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해 자다르 내륙은 이미 오스만 투르크가 모두 점령한 상태였다. 이들은 북쪽으로 더 올라가 플리트비체 인근까지 세력을 확장한다.


자다르는 말 그대로 도시만 남게 되었고, 끝까지 항전을 하며 버틴다. 베네치아는 자다르를 오스만투르크를 방어하기 위한 일종의 전진기지로 본 모양이다. 보다 수월한 방어를 위해 기존 성벽 외부로 또 하나의 거대한 성벽을 쳐서 도시 전체를 요새화 하려는 계획을 하게 되고, 40년 간 대공사를 진행하여, 결국 이를 성사시킨다. 특히, 베네치아의 건축가 '미켈레 산미첼리(Michele Sanmicheli)'의 영향으로 별 또는 펜타곤 모양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5개의 뿔이 있는 왕관 모양으로 더 두껍고 더 높고 더 견고한 성벽을 쌓았다. 그리고 이 공사를 위해 성 내외부의 많은 건물들이 헐려서 성벽을 쌓는 자원으로 재활용 되었다고 한다.



이 도르레에 바가지를 달아 물을 길어올렸을 것이다

원래 이 곳은 성벽의 바깥이었고 수로/도랑이 있었던 곳인데

새로이 성벽을 쌓으면서 성벽의 안으로 편입되었고

식수를 조달하기 위해 수로 위에 우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지 뚜겅이 덮여 있었다

중간중간 전쟁에 파괴되었는지 붙여놓은 흔적도 있고




다섯우물의 광장 옆에는 자다르에 최초로 생긴 공원인

'옐레네 마디예브케 여왕 공원(Perivoj kraljice Jelene Madijevke)'이 있어 잠시 올랐다

어여쁜 꽃도 한 컷 담았고, 광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자다르 신시가지 쪽을 바라봤다

신시가지는 그냥 다른 도시들처럼 평범했다



다섯우물의 광장에 바로 붙어 있던 '페트라 조라니챠 광장(Trg Petra Zoranića)'

건물들은 그냥 봐도 오래되어 보였던 반면

바닥은 2011년에 개/보수를 해서 그런지 매우 깨끗했다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두꺼운 유리 아래로 유적의 일부와 진짜 땅이 보였다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은 진짜 땅 위에 인공적으로 띄운 거 였구나



관광객들이 유리와 유리 사이의 틈으로 동전을 넣어서

저 아래는 마치 저금통이나 다름없었다

나도 하나 밀어넣고 왔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저걸 보면 고개를 숙이고 유리 밑 바닥을 살피다가

유리 위로 살며시 올라간 다음, 발을 세게 구르거나 폴짝 뛰어보더라

나도 그랬으니까



그 옆에는 이렇게 옛 유적인 듯한 돌이 땅 위로 솟아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 잘 보면 내가 딛고 있는 바닥과 진짜 바닥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저 땅을 파면 유적이 나올까, 그런 생각을 했다는



'다섯우물의 광장'에 있는 탑

올라갈까 하다가 높이가 높은 것도 아니라서 그냥 지나쳤다

아까 공원에서 자다르의 스카이 라인을 본 것도 있고



페트라 조라니챠 광장 한 켠에 있었던

세월이 잔뜩 묻어 있는 건물



광장을 지나 '나로드니 광장(Trg. Narodni)'으로 향했다

'성 시므온의 교회(Church of St. Simeon)'옆으로 손잡은 커플이 지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참 예쁘더라. 부럽기도 하고



'성 시므온의 교회(Church of St. Simeon)'

건축물 자체가 굉장히 멋지거나 유명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엉성하거나 명소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느껴져서

그냥 한 번 보고 지나가는 정도면 될 듯하다



교회 대문에 있던 아기 천사

희끗희끗한 세월의 흔적도 흔적이지만, 왠지 화가 난 표정처럼 보였다



이렇게 매력적인 유럽의 골목길을 걷으며 사진을 담았다

네온사인 천지인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시간이 쌓인 풍경



창문 바깥으로 화분을 활용해 포인트를 줬다

관리하기 여간 귀찮은 게 아닐텐데, 주인이 부지런한가 보다

덕분에 나 같은 관광객에게 예쁜 구경 거리가 되었다



관광지 답게 서서히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길의 좌우로는 상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도착한 '나로드니 광장(Trg. Narodni / People's Square)'

비록 음식점 파라솔과 테이블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자다르 올드타운(Stari Grad)의 메인 광장인 곳이다



광장의 북쪽에는 경비병이 주둔했던 '망루'가 남아 있었다

이 건물도 자다르 문을 만든 건축가 '미켈레 산미첼리(Michele Sanmicheli)'의 작품

1562년에 로지아(Loggia)로 세워졌으며, 시계탑과 담장은 19세기에 추가된 것이라고 한다

(로지아(Loggia) : 이탈리아 건축에서 1개 이상의 벽이 없는 방, 홀, 회랑 등을 말함)



'자다르 망루(Town Watchtower / Gradska straža)' 맞은 편의 모습

그냥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건물이 있었는데, 전시관인 듯 했다

지도에는 '타운 로지아(Town Loggia / Gradska Loža)' 라고만 이름이 나와 있었다

원래는 법원이었고, 의회이기도 했으며, 그 뒤에는 도서관으로 바뀌었지만 지금은 전시관이다

2차 세계 대전 시, 매우 심하게 파괴된 것을 복원하여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관광객들을 따라 '시로카 거리(Siroka ul)' 를 걸었다

관광객들 10명 중에 5~6명은 손에 콘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었는데, 엄청 맛있게 보였다

길의 좌우로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많이 있어, 들어가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지만

호스텔에서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추천해준 곳이 있어 꾹꾹 눌러 참았다

그리고 보도블럭이 맨질맨질한 대리석이었던 것도 특이했다



대략 5분 정도 걸었더니 마주치게 된 '포룸(Forum)'과 '성 도나트 교회(Church of St. Donatus)'

'성 도나트 교회'에 들어가려다가 입장료가 있는 걸 보고 마음을 돌렸다

포룸에 있는 돌을 만지기도 하고, 주변을 걷기도 하다가 잠시 앉아 쉬었다



'자다르(Zadar)'는 약 2천 년의 로마 문헌에 'Jadera'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 때, 삼한시대에서 삼국시대로 넘어가려고 하는 시기인데..

그 시기의 유적이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다

굉장하다, 그리고 정말 부럽다



자다르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도시의 75%가 파괴되었다고 하나

용하게도 저 도나트 교회과 포룸은 폭격을 피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거칠어 보이는 건물의 표면은 실제로도 매우 거칠었다

원통형 구조로 인한 소리의 반향이 좋은 장점을 살려, 현재는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성 도나트 교회(Church of St. Donatus)'와 마주 보고 있는 성 매리 교회(St Mary's Church)'

1066년에 '치카(Cika)'라는 귀족 출신의 수녀가 세운 이래, 베네딕트 수도원 영향에 있었던 건물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개/보수 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 중에 많이 파괴되어 복원한 건물이란다



'포룸(Forum)'과 두 교회의 전경

그 옛날 여기에는 로마인들이 한 데 모여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걸었다

뭐랄까? 2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함께 공유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포룸(Forum)을 한참 둘러보고 나서 아무 골목이나 막 걸었다

보통 길 이름을 기억하거나 적어두거나 찍어두는데

그러지 않고 막 걸어다녔다



도로의 양쪽에 각종 기념품 등을 파는 노점들이 있었다

살짝 구경해봤는데, 딱히 살만한 건 없었다

놀라운 건 이 길로 차가 다닌다는 거다, 저 멀리 보이는 노란 차



성 아나스타샤 대성당(Cathedral of St. Anastasia / Katedrala sv. Stošije은 문이 잠겨있었다

달마치아 해안 지방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 하는데, 생각보다 규모는 작은 편이었다

그러나 한 눈에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였고, 그 모습도 아름다워 보였다

정부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도 드디어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아이스크림을 요구르트로 만들었는지 약간 시큼시큼 했는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이따가 또 기회가 되면 사먹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작고 마치 장난감 같은 교회가 있었다

이름이 조금 특이한데, 우리말로 뭐라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Church of Our Lady of Health' 또는 'Church of Our Lady of Kastel'이라는 이름

('Kastel'은 예전에 베네치아인들이 세웠던 요새의 이름)

저 안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의자가 10개도 채 안되는 작은 교회였다



그리고 또 정처없이 골목을 걸었는데

이내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하늘이 불안하다 싶었다. 날씨가 흐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슬픈 예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내려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신발이 물에 젖는 건 어쩔 수 없이 감안해야 했고, 숙소에 두고 나온 우산은하나 사면 되니까.


자다르 서쪽에 있는 작은 교회 Church of Our Lady of Health'에 있을 무렵에 비가 한 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설마설마 했지만 진짜 비가 내리다니.. 마음 속으로는 '이러다가 그칠지도 몰라'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계속 움직였다. 활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었고, 아직은 한 두 방울이 떨어지는 정도였으니까.


걷다보니 잠시 후 바닷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때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는 게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한 두 방울이었던 빗방울이 셀 수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귓가에 들려오는 '투두두둑' 소리.


마침 오다가 천장이 있는 도로(ul. Ivana Brcica)를 유심히 보고 와서 그 곳에서 비를 한 시간 정도 비했다. 나와 중국인 관광객 가족이 지붕 아래에서 비를 피했고, 저 멀리 혼자 온 듯한 손에 론리플래닛을 들고 있던 백인 아저씨가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이쪽에 지붕이 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비를 피한지 15분쯤 지났을까, 중국인 아빠인 듯한 사람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잠시 후 검은색 SUV가 와서는 가족들을 다 실어갔다. 대박이었다. 그리고 정말 부러웠다. 특히 바닷가이고, 비가 내리니 추웠는데, 마침 바람막이도 숙소에 두고 나와서 덜덜 떨 수 밖에 없었다.



구글어스에서 찾은 내가 비를 피했던 곳 (ul. Ivana Brcica)

여기서 1시간 반 가량 비를 피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숙소로 돌아갈 엄두도 못냈는데

다행히도 비가 잦아들면서 나중에는 날씨가 화장하게 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