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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리스본 : 호시우 광장과 바이후 알투 지역을 걷다 / 201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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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피곤한 상태에서 잠들어서 그런지 몸이 많이 피곤했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정신은 괜찮았다. 몸을 움직이는 게 너무 귀찮아서 알람을 끄지 않고 스누즈를 서너 번인가를 하다가는,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여행자들에게 미안해져서 정신을 차리고 씻고 2층에 있는 식당으로 움직였다. 식당에는 너댓 명이 되는 사람들이 앉아서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있었다.


호스텔(Golden Tram 242 Hostel)을 예약할 때 봤던 몇 장의 사진을 여기서 담았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바(Bar) 뒤에는 7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영어로 이야기를 하신다. 그것도 단어 몇 개를 던지는 게 아니라 완전한 문장으로. 저렇게 어르신도 영어를 잘 하시는 걸 보고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한편, 아침식사는 호스텔이 워낙 저렴해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슬라이스 치즈와 햄 각각 한 장씩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이외에 빵과 시리얼이 전부. 음료는 자유로이 먹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시작지점은 '호시우 광장(Praça de Rossio)'이었다

호스텔에서 불과 3분 거리였을 뿐만 아니라

'바이후 알투(Bairro Alto)'와 '알파마(Alfama)'의 중간에 있어,

이동도 편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3~14세기 때부터 도시의 중심이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지난 수백년 간 리스본의 역사를 봐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닥에 보이는 파도 모양의 모자이크 패턴은 매우 정교했다



광장의 남/북쪽에는 분수가 있었는데 제법 오래되어 보였으나

길어야 200년 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원산지는 프랑스



호시우 광장의 실질적 주인이자 다름없는 '동 페드로 4세(D. Pedro IV)'

이 광장의 정식 이름은 동 페드로 4세 광장이다, 호시우는 그저 애칭일 뿐

문득 영국 트라팔가 스퀘어의 넬슨 제독의 동상이 생각났다



원래 이 곳에는 종교재판을 하던 궁전이 있었으나, 1834년의 화재로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 후 지은 건물이 사진에서 보이는 국립극장(Teatro Nacional D. Maria II)이라고 한다

내부는 시간이 되면 들어가겠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들어가진 못했다



동 페드로 4세 동상 아래에 있던 거대한 대리석 조각

해양왕국 아니랄까봐 배에서 쓰이는 밧줄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게 특이했다

그리고 이러한 해양물품은 중세 포르투갈 예술의 특징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후에 '마누엘'양식이라는 독창적인 양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광장을 휘휘 둘러보고는 '피구에이라 광장(Praça da Figueira)'으로 이동했다

말을 타고 걸어나가려는 이 분은 '동 존 1세(D. João I)'인데

'코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으로 이어진 길과 그 끄트머리의 바다를 보고 있었다

동상과 거리가 하나의 작품인 듯한 그런 느낌



금방이라도 걸어나갈 것만 같은 말

그러나 동상의 양 옆에는 노숙자들이 메트로 환풍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곳은 버스와 트램이 많이 다니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원래 이 곳은 거대한 병원이 있었으나,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파괴되었단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시장이나 광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나도 마지막 날에 이 곳을 다시 지나다가 장터를 잠시 구경하기도 했다



다시 호시우 광장을 가로질러 오르막 길을 걸어 올라갔다

광장이 끝나자 마자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차도도 인도도 매우 좁았다

그리고 시간이 눌러 앉아 있는 듯한 이런 풍경



걷다보니 작은 광장이 나왔는데 그 앞에 있던 조형물

색이 바래고 지저분해진 표면이 세월을 느끼게 해주었다



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까르무 성당(Igreja do Carmo)'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밖에 있는 게 더 좋아서 안들어갔다

옛스러운 거리가 더 매력적이었거든



노파인더 샷으로 이런 사진도 찍고



이런 거리도 걸었다

지저분해진 벽, 색이 바랜 건물과

불규칙한 보도블럭이 만들어내는 풍경



포르투갈 구시가의 길은 이렇게 돌을 하나하나 손수 쪼개어 땅에 박는 형식이다

이 돌들을 잘 배열하여 길에 문양이나 상호를 넣기도 하는데

그래서 리스본의 거리는 똑같지 않고, 길 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가면서는 '상 로케 성당(Igreja de São Roque)'을 봤다

들어가고 싶었는데, 문이 닫혀 있는 거 같아서 그냥 지나쳐

트램 선로를 따라 걸었다



아무 생각없이 담은 길

그러나 나는 이 길 왼쪽 끝에 있는 식당으로

내일 밤에 일본인 친구와 함께 가게 된다



그리고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노란색 '푸니쿨라(Funicular)'

저 노란색은 묘하게 리스본의 전통과 옛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출발하는 것도 지켜봤는데, 전차임에도 불구하고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걷다보니 도착한 '상 페드루 알칸타라 뷰포인트(Miradouro de São Pedro de Alcântara)'

여기서 보면 리스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Miradouro'라는 단어가 전망대라는 뜻이지만, 전망대보다는 공원에 더 가까웠다



이런 풍경인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제서야 여행 왔다는 게 실감이 나기도 하고

이 곳을 설렁설렁 걸으며 경치와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우리집 뒷산 꼭대기에는 쇠로 된 안내판이 있는데

이 곳의 안내판은 대리석에 '아줄레주(Azulejo)'로 만들어 놓았다

미적감각이 충만하고 너무 멋있었다



뷰포인트 뒷 켠에서 분수와 함께 담은 리스본

아름다웠다



이 곳에서 잠시 리스본의 풍경을 감상한 후에 뒤쪽 골목으로 더 올라갔다. 지도를 보니, 이름 난 명소는 더 이상 없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갔다. 첫번째는 관광지가 아닌 일반 골목을 걷고 싶었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뭔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오래지 않아 어떤 '프린시피 헤알 공원 (Principe Real)'이 나왔다. 이 공원의 중앙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듯한 나무가 있는데, 가지가 위로 뻗은 게 아니라 나무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 지붕을 만들어놓았다. 되게 인상적이었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닌지 현지인 몇 명이 벤치에 앉아 있었고, 나도 빈 벤치에 앉아 좀 쉬면서 살랑이는 바람에 잠시 땀을 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