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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세상의 끝, 로까곶(Cabo da Roca) / 20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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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찍 잠들었더니,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샤워를 할까 하다가 어제 하고 잤으니, 머리만 감고 준비해서 나왔다. 아침식사를 위해 2층에 있는 라운지로 이동했더니, 어제와 다른 할머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어떤 부부와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뚱뚱한 남자 일행,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숙소가 조용한 편이라서 '이 곳이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싶었다.


호시우 광장(Praça Rossio)을 지나 호시우 역으로 가는 길에 왠 중년 부부가 와서는 짧은 영어로 호시우 역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우선은 길을 가르쳐 줬다. "쭉 가서 왼쪽으로 가면 돼" 그리고 물었다. "너희 혹시 신트라(Sintra)가니?"


나도 신트라로 가는 길이었기에, 따라오라고 했다. 어쨋든 그들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들은 '팔레르모섬(Palermo)'에서 여행 온 이탈리아인 부부였는데, 영어가 짧아서 곤혹이라고 했다. 그들이 내게 길을 물을 때, 'Not subway, Rossio train station' 이와 비슷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썼던 게 기억이 난다. 어쨋든 나는 호시우역에 그들과 함께 도착했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 부부는 여기가 호시우역이 아닐 거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들어가자마자 기차 출발시간이 안내되어 있는 모니터를 보고 기차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트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시각은 09:08. 지금 시간은 09:05, 3분 밖에 안남은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니 바로 매표소가 있어서 쏜살같이 가서 One-Day Pass를 사려고 했다. 그러나 매표소 직원은 티켓을 안판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순간 엄청 당황했다. 한편, 이탈리아인 부부는 리스보아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했는데, 그러면서 그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었다. 우선 다른 창구로 갔다. 그리고 '신트라(Sintra)'로 가는 왕복 티켓을 달라고 하면서 버스도 탈거다, 라고 영어로 이야기 했다. 난 기차가 출발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는데, 매표소 직원은 느긋했다. 심지어 동료직원과 이야기를 하면서 막 웃는다. 제법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 직원은 내게 포르투갈어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맨 뒤에 "로까(Roca)?" 라는 단어가 들렸다. 나는 그 단어 하나로 질문을 이해했다. 매표소 직원은 "로까곶에도 갈거니?" 라고 물어봤던 것.


대답은 "Yes". 그랬더니, 비바카드가 있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기존에 쓰던 걸 줬더니, 새 거가 필요하단다. 없다고 하니, 새로 발급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 말한 One-Day Pass 티켓을, 나는 '신트라-로까곶 티켓'의 의미로 이야기했지만, 매표소 직원은 '리스보아 카드'로 잘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리스보아 카드는 기차역에서 팔지 않는다. 인포메이션에서 사야 한다.


그렇게 신트라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새로운 비바카드를 받아들고 영수증을 보니, 버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거면 됐다, 싶었다.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몇 컷 찍으려 하는데, "신트라"라는 단어가 역 내 안내방송에서 들렸다.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시계를 보니, 09:08.


'아.. 기차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구나..'


속으로 이런 넋 빠진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한 마디 던지고 허겁지겁 기차를 탔다.



호시우 역과 신트라를 잇는 기차의 실내 풍경

우리나라의 지하철이나 경춘선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았다



신트라 역은 작고 아담한 건물이었다

로까곶이나 '페나성(Palácio Nacional da Pena)'으로 가는 버스는 역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 약 1분만 걸으면 나오는 버스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403 : 로까곶(Cabo da Roca) 행  |  #434 : 페나성 행)



날씨가 좋지 않았다. 비가 제법 굵게 내리고 있었고,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설상 가상으로 우산도 두고 온 지라, 더 안좋았다. 일반적으로 '신트라-로까곶-카스카이스(Cascais)'의 루트로 여행을 하지만, 나는 '카스카이스'는 제외하고, 역패턴으로 로까곶을 먼저 간 다음 신트라를 둘러보는 순서로 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날씨를 보고 로까곶을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잠시 후, 내가 호시우역에 데려다 준 이탈리아인 부부가 왔다. 다시 반갑게 인사했지만, 그들은 내가 기차를 못탈 걸로 생각했는 듯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나서 한국인 젊은 부부가 왔는데, 여자분이 진짜 너무나도 예쁘셨다. 그리고 한국인 그룹이 또 왔다. 그리고는 외국인 커플 몇 명. 좁은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 버스는 정차되어 있으나 문이 잠겨 있었는데, 기다리다보니 마침내 버스기사가 와서는 버스 문을 열었다. 다행히도 비는 잠시 소강상태였다. 기사는 사람들에게 페나성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뒷버스를 타라고 했다. 그 때 혼자 여행 온 듯한 동양 여자아이가 이 버스가 로까곶 가는 버스 맞냐고 기사에게 물어보면서 먼저 버스에 탔는데 발음이 예사롭지 않아서 깜짝 놀랬다. 나는 기사에게 403번 버스가 맞는지 확인하고 버스를 탔다.


약 한 시간 정도를 더 이동해 마침내 로까곶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비는 그쳐 있었다.



로까곶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 인포메이션 센터이다

도착하자마자 데스크로 가서 신트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물었다

한 시간에 한 대가 있고 매 시 정각에 있다고 했다 (적어놓지 않아서 정확하지 않다)

그리고 화장실도 있어서 다녀왔다



'Turismo'는 '여행'이라는 포르투갈어 인데

저 글자는 Tourist Information Centre 를 의미한다

그리고 건물 안에는 아주 좁은 대합실이 있었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듯한 여자 두 명이 앉아 있어서 깜짝 놀랬다



비는 그쳤지만 흐린 날씨는 여전했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추웠다, 하지만 비가 안오는 거에 감사했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저 곳이 유럽대륙의 끝이라는 생각에 설레였다



부푼 마음을 안고 살살 다가갔다

날씨도 안좋고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는가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탁 트인 대서양

흐린 날씨 때문인지 물 색깔이 오묘했다



바로 여기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거대한 대륙의 서쪽 끝

가슴 속에서 뭔가가 뭉클했다

이 곳에 있는 내가 신기하기도 했고



'Cabo da Roca'라는 글자 아래에 민족시인 '하몽이스(Camões)'의 싯구가 적혀 있다

Aqui... 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ça.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절벽을 따라 길이 나 있어서 호기심에 걸어봤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가면 안될 것 같았으나 용기내어 가보는 걸로



로까곶 주변의 풍경

완만한 산자락 저 너머에 작은 마을이 있었다

평화롭고 풍요로웠다, 날씨만 빼고



걷다보니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그리고 대서양과 저 멀리 절벽이 보였다



그 끝에서 바라본 풍경은 장엄했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하늘이 서서히 개고 있었다



옛날에는 저 먼바다에 범선이 떠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적엔가는 포르투갈이 전 세계를 지배했을 것이고



오른쪽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보이고 왼쪽에 조그마하게 탑이 보인다

걸으면 한 6분 정도 되는 거리, 멀어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여기서 자살하는 사람도 제법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잠시 내가 떨어지는 상상을 해봤다



이 곳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듯한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마치 작은 알로에나 완두콩 같은 두꺼운 잎을 가진 식물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다시 탑으로 돌아오니, 라이딩을 온 분들이 있었고

짧은 순간에 친해져서 그들의 사진을 담고,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이메일을 받아 이들 중 한 명에게 사진을 보냈고, 답장을 받았는데, 약간 아련했다



It was a pleasure to make your acquaintance. Hope that you've have enjoyed your staying in our country. For us it is always a pleasure to host someone coming from so far, reminding us of the adventure that long ago, in the 16th century, took the Portuguese to be the first Europeans to arrive to Korea and Japan to trade. Maybe, one day, I will pay a visit to South Korea.

 

Thanks for the photograph, we were pretty damn soiled the weather was quite nasty that Saturday. I and my friends live around Sintra and usually, every weekend, we do mountain biking in the Sintra mountain range.

 

All the best



그러나 그 때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이 호젓한 순간도 끝나버렸다

윗 사진의 왼편에 보이는 사람들이 한국인 단체 관광객

혼잡스럽고 시끄러워져서 내 마음도 저 바다처럼 어두워졌다



신트라의 로터리 클럽에서 세운 비석 같은데

워낙 찍을 게 없어서 담았다



왼쪽의 건물이 인포메이션 센터, 오른쪽의 건물이 레스트랑 겸 기념품 가게이다

전체적인 풍경



단체 관광객으로 북적대기도 했고

이대로 바람을 더 맞다가는 감기 걸리겠다는 생각에

그만 보고 실내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으로는 그렇게 안보이는데, 절벽이 생각외로 높았다

레스토랑과 기념품 센터로 가는 길



인포메이션 센터 맞은 편에 있는 건물인데

1층은 기념품 가게로, 지하는 레스토랑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냥 둘러보고 나왔다



바다가 끝나고 육지가 시작되는 곳의 풍경은 이러하다

유럽 대륙의 시작이자 아시아를 잇는 거대한 땅덩어리의 서쪽 출발점



기념품 가게에 들렀으나 마땅히 살만한 것이 없어 나와서는 바로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렸다. 밖에 돌아다니기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입구에는 두 개의 의자가 있었는데, 한쪽에 아까 버스 탈 때 발음이 유창하던 동양인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이었다. 그러나 발음이 일본인 같지 않아서 나는 한국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곳엔 의자가 두 개 뿐이라, 앉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 이곳에 다녀왔다는 인증서를 사려했으나, 생각보다 비싸서 안샀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앉고 싶었는데 앉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결국 그 빈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카메라로 담은 사진을 보고 휴대폰으로 뭔가를 하다가 지루해져서 말을 걸어봤다. 버스가 오기까지 한 15분 정도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우선 동선이 나와 일치했다. 로까곶을 먼저 보고, 신트라로 되돌아가서 신트라를 둘러본 다음, 리스본에서 숙박하는 것.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 친해져서, 같이 다니자고 한 것도 아닌데, 이 날 하루를 같이 다니게 되었다. 어쟀든 얘기치 못한 동행을 얻은 나는, 버스를 타고 신트라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