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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신트라 : 내겐 우울하기만 한 페나성(외부) / 20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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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까곶(Cabo da Roca)'에서 버스를 타고 '신트라(Sintra)'로 되돌아왔다. 돌아오면서 그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일본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작년 11월 부터 영국 본머스에서 어학연수 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문득 브라이튼에 있었던 옛 생각이 났다. 그냥 좋았던 건, 어학연수에 다녀온 이래로 영어를 엄청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는 거.


메모해 놓은 이야기 중 하나. 어제 리스본에 도착했는데, 어쩌다보니 포르투갈에 사는 일본인 아저씨랑 엮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떨결에 그 아저씨 집까지 다녀왔단다. 별일은 없었다고 하고, 그 아저씨가 오늘 저녁에는 공연을 보러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본인은 그 아저씨가 싫다고.


그리고 내일을 '벨렘(Belem)'을 갈 거라고 했다. 이야기를 잠시 나누어보니,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피구에이라 광장에서 15E 트램을 타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리고 몇 장의 사진을 더 보여주다가 괜히 스포일러 같아서 카메라를 거뒀다.


신트라 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갈아타고 '페나성(Palácio Nacional da Pena)'으로 향했다. 오전보다는 사람이 더 있었으나, 다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 길을 올라가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안개가 점점 심해졌다. 그리고 어느 지점 이후로는 '이건 좀 심각한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 불과 30M 앞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잡답 하나. 여기 버스운전사는 굉장한 실력을 가졌다. 정말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잘도 달린다. 나도 운전을 하지만,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골목을 제법 빠른 속도로 달리더라는. 창 밖으로 옆을 바라보면 불과 몇 Cm 차이로 지나가서 깜짝 놀랐다. 심지어는 오르막 핀 커브 길에서 후진을 하기도 했다. 대단하더라는.



원래는 '무어인의 성(Castelo dos Mouros)'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고자 하였으나

안개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일단 페나성으로 갔다

산꼭대기에 있는 성이라 바람이 제법 세게 불었다



원래는 페나성 + 무어인의성 + '몬세라테(Palácio de Monserrate)' 패키지 티켓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매표소 직원이 무어인의 성은 날씨가 이래서 위험해서 못간다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페나성 + 몬세라테 패키지 티켓을 사려고 했으나, 몬세라테는 4시면 문을 닫는지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충고해줘서, 결국 페나성 입장권만 샀다. 안개가 심하고 거센 바람에 비도 간간히 흩뿌리는지라 영업을 안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하더라.



입장권을 내고 들어오면 성의 정원이라 하기에는 애매한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2유로인가를 내고 차량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금방이라 걷는 게 낫다

안개 때문에 으스스한 분위기



이끼가 붙은 낡은 벽에 붙어 있는 낡은 아줄레쥬

식수대인 것 같았으나, 확인불가



걷는 거리는 10분도 채 안된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 2~3분 거리

그런데 올라갈수록 안개와 바람이 점점 심해졌다



이내 도착한 페나성의 진짜 입구

저 노란색 작은 건물은 경비 초소 같은 게 아니었을런지

배경에 성이 보이지만 안개 때문에 영..



그리고 드디어 페나성을 마주했다

미국의 월트디즈니는 이 곳에서 디즈니랜드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원래는 예뻐야 하는데, 이 날은 조금 그로테스크 했다



약 20여년 전에 페인트를 새로 칠했다고 했는데

다시 한 번 칠해야 할 것 같았다, 색이 다 바랬다

게다라 날씨가 흐려서 더 안 예쁘게 보이는 듯 했다



드디어 첫번째 입구를 지난다

날씨가 참으로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지



성의 한쪽은 복구/보수 공사중이었다

하루 빨리 복구/보수가 완료되어 더 로맨틱하고 더 신비한 모습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페인트 칠만 다시해도 훨씬 더 매력적일 것 같다



이제 두 번째 입구를 지난다

동글동글 땡땡이가 박힌 아치와 뾰족뾰족한 벽은

다른 유럽의 건축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 한 양식이다



두 번째 문을 지나면 천장이 있는 곡선형의 복도를 잠깐 지난다

그 곳에서 잠시나마 비를 잠시 피할 수 있었다

그 복도에 있던 녹색식물이 생경했다

다른 곳은 죄다 무채색인데, 이 곳만 푸르른 것만 같아서



위네서 내려다 본 첫번째 문의 모습

노란색의 예쁜 문이지만, 때가 많이 타고, 페인트가 벗겨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관광지로 가공되지 않은 이런 모습이 포르투갈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 멀리 보이는 건 뭐지?



카메라로 줌을 당겨보니, 악어였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게 너무 귀여웠다

앞다리는 또 왜이렇게 짧아~



성에 거의 도착해 간다

그런데 성에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비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매표소도 제법 심했는데, 여기는 어후



성 뒤뜰로 나가는 문 위에 있는 마치 괴물과도 같은 조각

확실히 기존의 고딕양식이나, 마누엘양식, 또는 네오클래식양식과는 다르다

약간 판타지스럽기도 하고, 현대적이기도 하고



비바람이 너무 심해서 머리와 옷이 제법 많이 젖었다

일단은 비를 피하러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나왔는데, 추워졌다

구스다운을 입고 있었는데도 추워졌다



그래서 외관을 후다다닥 둘러보고 내부를 봐야겠다 싶었다

어차피 날씨가 흐려서 외부 구경은 한계가 있었고, 옷도 신발도 젖어서 많이 찝찝하고 추웠다

그나마 성 내부라도 둘러봐야 입장료 본전을 칠 것 같았다



세계문화유산이기기도 하고

독특한 양식과 어여쁜 색깔의 페나성은

내겐 너무 우울하기만 했다



중세시대에 이 곳에서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본 사람이 있어서,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 예배당이 당시에는 유명했는지, 그 당시의 왕인 '주앙 2세(D. João II)'가 참배를 하러 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후계자인 '마누엘 1세(D. Manuel I)'의 명령으로 이 곳에 작은 수도원을 지었는데, 수도사 18명 정도만 묵을 수 있었던 작은 규모였다고 한다.


약 300년 후 수도원의 가장 높은 부분에 번개가 내리 꽂혔다. 그로 인해 수도원은 폐허가 되어 방치되나, 다행히도 그 안에 있던 채플은 큰 피해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수도원은 수십 년 동안 그냥 방치되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왕위에 오르게 되는 '페르난도 2세(D. Fernando II)'가 젋은 시절에 이 곳에 와서 그 모습에 감탄을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나중에 이 곳을 왕가의 여름 별장으로 삼기 위해 주변의 땅을 구입하고 건물을 개/보수하여 온전한 성으로 만든다. 그게 1852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이 성은 지어진지 200년도 채 안되는 신식 건물인 셈. 그래서 일부는 로맨틱하고, 일부에는 중세와 이슬람 양식도 두러 섞여 있다고 한다.


한편 포르투갈의 마지막 여왕은 폐위된 후, 프랑스로 건너가 평생을 살았다. 페나성은 그녀가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의 월트디즈니는 디즈니랜드 내부의 디즈니 성에 대한 영감을 이 곳에서 받았다고도 전해진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으며, 내부는 박물관으로 이용되나, 일부 정부 관련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