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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신트라 : 신트라를 갔다면 꼭 가봐야 할 왕궁 / 20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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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나성에서 길을 걸어내려왔다. 원래 내 계획은 '무어인의 성(Castelo dos Mouros)'을 가는 것이었는데, 날씨가 안좋아서 갈 수가 없었다. 희한하게도 유카도 무어인의 성을 그렇게 가고 싶어했다. 이 일본인 여자아이가 짠 '신트라(Sintra)' 여행의 동선은 세부적인 면까지 나랑 똑같아서 흠칫 놀랐다. 그래서 만약에 날씨가 좋아서 무어인의 성을 갔었더라면, 계속 마주쳤을 것이다.


여튼, 매표소 앞에서 버스를 타면 곧장 기차역까지 갈텐데 그렇게 되면 리스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고, 만약 실제로 돌아가버리면 너무 허무하게 되니까 중간에 꼭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트라 시내, 내릴 수 있는 곳은 거기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까 버스를 타고 페나성으로 올라오면서 본 왕궁(Palácio Nacional de Sintra). 거길 가야겠다, 싶었다.


나랑 유카는 잠시 같이 다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 언제든 헤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시내에 내려서 왕궁에 들릴건데, 너는 어떻게 할거냐? 같이 갈래?' 라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신트라 시내에서 같이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너무나도 깜짝 놀랬다. 페나성에서 사람을 날려버릴 정도의 미친듯한 바람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바람을 따라 얼굴을 따갑게 때리던 비도 그쳐 있었다. 게다가 시야를 답답하게 가리던 안개도 없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날씨가 너무 잠잠하고 좋아서 황당할 정도로 놀랬다.



신트라 시내 버스 정류장에서 왕궁까지는 매우 가깝다

버스 안에서는 언제 내려야 될지 예민해져 있었는데

막상 내리고 보니, 정류장 바로 앞에 왕궁이 있었다



그리고 신트라 시내의 모습

멀리까지 가진 않았지만 여기가 가장 번화가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유카에게 왕궁을 추천해서 같이 오게 되었지만

막상 여기까지 오니까, 들어가서 볼 게 없으면 난감한데.. 하는 부담이 생기더라

흰 페인트임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걸 보니, 잘 관리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왕궁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인데, 안개가 사르르 있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저 안개 속 어딘가에 '페나성(Palácio Nacional da Pena)'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 안개 속에서는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고, 비도 내렸었다



유카는 아이패드 미니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안개에 둘러쌓인 저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내게 패드를 건네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몇 컷 담아 주었다. 나도 내 카메라를 건네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 SLR을 잡아본 적이 없는지 초점을 못잡더라는. 그래서 내 사진은 나는 뿌옇게 나온 채 배경만 선명하게 찍혔다. 그래서 몇 번 더 시도했으나, 똑같았다. 원체 내 사진을 안찍는 편이라 그냥 들어가자고 했으나, 유카는 내게 미안해 했다.


현관에 있는 분수를 지나자 우측에 계단이 있었고, 그 앞을 직원이 지키고 있었다. 매표소가 따로 있는 것 같아 둘러보니, 왼편에 있었다. 입장권을 사려고 가격을 보니, 8.5유로로 가격이 센 편이었다. 잠시 갈등했으나,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결국에는 들어가기로 했다. 유카에게 너는 어떻게 할래, 물었더니 들어가겠다고 한다. 속으로 이 곳이 볼만해서 저 돈이 안아깝길 바랬다. 표를 끊고 계단 앞으로 가니 그 직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계단을 올라 건물로 들어가자, 바닥이 나무로 된 넓은 응접실/휴게실 같은 곳이 나왔다

그 곳에는 약간 험악한 인상의 남자 직원 두 명이 있었다

둘러보다가 창가로 다가가 창살과 함께 바깥을 담았다



왠지 이런 곳에서 무도회 같은 것을 했을 것만 같았다

가슴이 깊게 파이고 허리가 잘록한 종 모양의 드레스를 입고서

페나성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밑으로 내려가다가 위로 쳐올라간 샹들리에는 우아했다

그리고 녹색 계열의 타일이 방의 내부를 장식하고 있었는데

톤을 다르게 써서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었다

천장에 백조가 그려져 있는 이 방의 이름은 '백조의 방(Sala dos Cisnes)'



궁내 마당인데 왕궁의 크기에 비해서 좁았다

왼쪽에 보이는 창문의 스타일이 무어인의 양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굴뚝 한 쌍



아마도 아줄레주의 초기 모습이 아닐까 싶었던 벽이 있었다

흔히 알고 있는 세라믹 타일의 형태가 아니라, 흰 벽에 작은 돌들을 고정시켜서

반복되는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는데, 오랜 시간에 제법 낡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타일이 화장실 외에는 잘 쓰이지 않아서

아줄레주를 볼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보다보니 익숙해졌다

옛날에는 반짝이는 저 패턴의 돌들이 귀하고 신기했을 것이다

천장에 까치가 살짝 그려져 있는 이 곳은 '까치의 방(Sala das Pegas)'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던 반짝이지 않던 타일들

모양은 거의 동일한데 그 방향이 조금씩 달랐다

이 역시 아줄레주의 초기 형태가 아닐까 싶은 생각만



어떤 곳에 모셔져 있던 태피스트리인데 제법 오래되어 보였다

[ 라틴어 해석해보기 ]



그리고 창 밖은 이런 풍경이었다

정원도 잘 가꾸어지는 것 같았으나 들어가보진 못하고 나왔다

뛰어난 풍경은 아니지만 페나성보다는 멀리보여서 위로가 좀 됐다



그리고 갑자기 그 존재를 전혀 몰랐던 방이 갑자기 나타났다

황금색으로 도금된 높고 정교한 천장이 화려하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었다

보는 순간 정말 탄성이 터졌다, 아쉽게도 사진으로는 그 공간감을 담기에는 한계가..

이 방의 이름은 '도금의 방(Sala dos Brasões)'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방의 벽이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었다

여태봐왔던 패턴 형태가 아니라 그림이라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 사람들 뭔가 싶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러한데, 너무 어두워서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그 전까지는 그냥 그랬고, 별로 왕궁 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방 하나로 그런 생각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굴뚝 이외에 다른 뭔가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갑자기 등장하니 너무 감동스러웠다



벽에 있던 아줄레주를 가까이 가서 담았다

진짜 타일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도 엄청 잘 그렸더라

다른 건 몰라도 명암 조절을 어떻게 했을지 매우 신기했음



귀부인이 남자의 안내를 받아 말을 타러 가는 장면인 듯 싶었다

목동이 그들 앞에 말 두 마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옷의 단추와 주름, 그리고 말꼬리의 디테일



그래서 이 방은 전체적으로는 이런 느낌이었다

포르투갈의 황금기인 마누엘 왕의 통치기에 왕의 명령으로 지어진 홀



천장의 일부인데 서로 붙어 있는 액자의 틀이 기하학적인 느낌을 주었다

맨 아래에는 말을 타고 있는 기사들과 그들의 가문을 상징하는 방패가 들려 있었다

아마 포르투갈 귀족 가문을 모두 그려 놓은 게 아닐까, 싶은 추측을 했다

(총 72개의 포르투갈의 왕과 귀족의 문양을 그러넣은 게 맞다)



이 곳은 궁 안에 있던 채플

이 곳의 상징인 백조의 다양한 모습을 벽에 그려놓은 것이 이채로웠다

파스텔 톤의 붉은색도 특이했고



지나가면서 본 분수(?)로 추정되는 조각인데

인도나 태국과도 같은 동양의 느낌이 나서 한 컷 담았다



그리고 마침내 주방에 들어왔다

그리고 굴뚝을 아래에서 올려다봤는데, 조금 묘했다

굉장하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공간감이 깨지는 것 같아 조금 멍했다는

이 사진만으로는 깔때기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는 걸 알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곳의 주방인데 생각보다는 소박했다

옛날에 이 곳에서 음식을 하면 연기가 높고 높은 흰 굴뚝을 따라 나갔을 것이다

사실 굴뚝을 보러 이 곳에 왔지만, 아까 그 방의 임팩트가 더 강했다



출구 쪽으로 나가면서 있던 마치 응접실과 같은 곳

그리고는 입장할 때 지났던 방을 지나 출입문을 나서서는 계단을 내려갔다

나무로 된 바닥이 삐걱이는 소리가 귀에 남았다



그리고 왕궁 밖으로 나와서는 바로 그 앞에 있는 테라스(?) 같은 곳으로 다가가서

그 곳에 몸을 기대고 저 멀리를 내려다 보았다



이 왕궁은 포르투갈 왕조가 세운 여러 왕궁 중 가장 온전하게 남아있는 유일한 왕궁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왕궁이 있는 자리에 건물을 세운 사람들은 약 1천년 전 이 곳의 주인이었던 무어인들이었다. 그들은 이 곳에 고위관리를 위한 호화로운 저택을 지었는데, 그 건물이 현재 남아있는 이 건물의 모태가 되었다.


후대에 이 곳을 점령한 포르투갈은 여러 대에 걸쳐 기존에 있던 건물에 부속 건물들을 덧대는 방법으로 건물을 넓혀 나갔다. 특히 포르투갈이 한창 잘나가던 시절인 15~16세기에 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인 높게 솟은 두 개의 굴뚝은 정확한 연대는 남아있지 않으나 1509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왕궁 앞에는 너른 공터가 있는데, 옛날에는 그 부분도 모두 건물이었다. 그리고 뒤쪽으로는 타워도 있었으나 1755년 리스본대지진으로 주저 앉아버렸다. 대지진 때 피해가 간 부분은 최대한 옛 모습과 비슷하게 복원되었다고 한다. 페나성과 마찬가지로 원래는 포르투가 왕가의 재산이었으나 1910년에 전제군주제가 막을 내리면서 페나성과 함께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들어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갈 곳이 없어서 그냥 들어갔는데, 안들어갔으면 후회할 뻔했다. 워낙 안좋은 날씨에 제대로 보지 못한 페나성보다는 이 곳이 여행 후 만족도가 더 높았다. 특히 도금의 방에서는 진짜 대박이었다. 정작 유명하다는 굴뚝은 별로 감흥이 없었다. 안에서 올려다보는 굴뚝은 그냥 흰 벽에 구멍 뚫린 것처럼 보여서.. 그래도 이 곳은 너무나도 굉장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