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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신트라 :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던 카페, Piriquita / 201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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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을 나온 나와 유카는 약간 지쳐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부터 계속 쉬지 않고 걸어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트라 시내를 잠시 걷다가 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상점이 많이 있는 것 같은 곳으로 향했다. 비는 완전히 그쳐 있었고,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조금씩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혹시나 오늘 아침에 봤던 이탈리아인 부부를 만날까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허사였다.



저 앞에 보이는 완전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양 옆으로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있었다

그러나 거리 자체는 50M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우리는 저 골목 끝에서 우측으로 꺾은 다음

조금 더 걸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다시 되돌아왔다

(오른쪽 골목으로 꺾으면 Piriquita2가 있는데, 1보다는 한적하니 참고)



윗 사진의 왼쪽 건물의 끄트머리에는 버찌로 만든 포르투갈의 전통주인 '긴자(Ginja)'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한 번은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유카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는 몰랐다며, 괜찮을것 같다고 해서 같이 들어갔다.


긴자의 특징은 자그마한 잔을 초콜릿으로 만들고, 그 안에 술을 담는다는 것. 그리고 반 정도를 먼저 입에 넣은 다음, 초콜릿 잔과 그 안에 있는 술을 한꺼번에 입 안에 넣어 우걱우걱 씹어먹으면 되었다. 과실주라서 별도 독하지 않으이라 생각했지만, 술이 생각보다 세서 숨이 훅 가빠왔다. 술은 그냥 술이었던 거 같고, 초콜렛은 중저급 초콜릿을 쓰는 것 같았다. 초콜렛이 더 맛있었더라면 더 먹거나 구입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조금 아쉬웠다.



포스퀘어를 찍어보니, 여기가 상당히 이름난 곳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서 난리였다

저 이름은 '피리키타/삐리뀌따'로 발음하면 되더라



이 곳에 들어갔을 때는 가게 안을 가득메운 사람들로 발딛을 틈이 없었다. 이게, 발딛을 틈이 없었다는 표현이 아니라 진짜 발을 딛을 수가 없었다. 마치 신도림역에서 출근시간 대에 출발하는 지하철 2호선 열차와도 같았다.


출입문을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 테이블은 꽉 차 있었다. 한편, 정면에는 빵을 팔고 있는 바(Bar)가 있었는데, 사람들로 매우 북적였다. 일부는 그 바에서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었고, 일부는 테이블에 앉으려고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일단은 나도 그 바 근처에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흰 종이를 들고 있는 걸 발견하고 자세히 보니, 번호표 였다. 그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번호표를 뽑는 기계를 찾았다.


너무 복잡해서 유카에게 먼저 테이블쪽으로 가서 자리가 나면 재빨리 맡으라고 얘기해줬다. 나는 그 바에서 커피와 빵을 주문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잠시 후 유카가 내게 와서 하는 말이, 어떤 외국인이 자기에게 말하기를,


바(출입문쪽)에서 파는 빵은 테이크 아웃을 위한 거고, 테이블에서 먹으려면 그냥 안으로 들어와서 앉은 다음에 주문하면 된다고.. 그리고 마침 자리를 잡았으니 이 쪽으로 오란다.


그래서 손에 든 번호표를 구긴 채로 테이블에 앉았다. 미어터지는 사람과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 때문에 분위기만으로만 보면 최악이었다. 나와 유카의 서툰 영어는 다른사람들의 말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걷다가 앉으니까 다리가 너무 시원했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길래, 카푸치노 두 잔과 이 곳의 유명한 빵을 각각 2개씩 시켰다.



테이블이 있는 쪽에 있던 바(Bar), 소박했다

그리고 저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빙을 보고 있었다



이 곳의 명물인 왼쪽의 '트라베세이루(Travesseiro)'와 오른쪽의 '케이자다(Queijada)'

현지인에게는 왼쪽의 트라베세이루가 더 인기인 모양이었다



현지어로 '나따'라고 불리는 에그타르트와 비슷해보이는 '케이자다'

그러나 타르트보다는 안에 달달한 앙금 같은 게 들어있는 빵에 더 가까웠다



일단 먹긴 먹었는데, 많이 지친데다가 주위가 하도 어수선해서 그런지

딱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패스츄리 같은 느낌

'트라베세이루(travesseiro)'는 베게라는 뜻인데, 진짜 베게처럼 생겼다



사람이 진짜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앉아서 쉬면서 먹으면서 있었는데, 대략 30분 정도 이야기하며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안락한 커피숍이었다면 이야기를 더 편안하게 했으리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웠다. 여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를 타고 신트라 역으로 가기로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왠 여자 두 명이 버스 정류장으로 오더니, 한국어로 대화를 한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닌 거 같았다. 그런데 대화를 하는데, 한 여자가 했던 모든 말에는 허세가 줄줄 흘렀다. '난 뭘하던 너보다 더 잘났고, 더 우아해.' 라고 사족을 계속 붙이는 느낌. 그들의 한국어가 전방 20M에서 들려오는 순간부터 나는 침묵으로 내 국적을 숨겼다. 유카도 눈치챘는지 더 물어보지 않고 가만히 있더라.


이윽고 그들이 걸어서 신트라역으로 가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트라 시내에서 신트라 역까지는 가까워서 10분도 채 안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기차를 타고 리스본으로 되돌아 왔다. 기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다. 꿈, 직업, 미래에 대한 이야기. 돈, 사회 등등에 대한 이야기도. 한 시간 내내 떠들면서 왔는데, 신기한 건 그런 복잡한 이야기를 영어로 주고 받으며 대화를 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