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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포르투 : 리베르다드 광장, 렐루서점, 까르무 성당 / 20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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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에 놀라서 뛰어 들어간 대성당. 천천히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소나기는 그쳐 있었나보다. 나처럼 비를 피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가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그들을 따라 나도 밖으로 나갔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가니 눈이 부셨다. 실눈을 떠보니,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어있었고, 더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는 거. 분명히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굵은 소나기가 내렸는데, 뭔가 다른 세상 같았다.


성당 앞에는 광장이 있었고, 그 광장의 끝에서 보는 풍경이 굉장했다. 잠시 머물면서 풍경을 한 번 보고 난 후, 리베르다드 광장 쪽으로 향했다.



걷다보니 상벤투 역을 다시 지나가게 되었다

그래, 어제 대합실에서 본 아줄레주는 감동이었지

오늘은 다른 곳을 가야하니까 그냥 지나갔다



'상벤투역(Estação de São Bento)'은 생각보다는 덜 오래되었다. 오픈한게 1916년이니까 100년 조금 넘은 셈이며, 현재까지도 기차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실용적인 목적보다도 역사 내부의 예술적인 아줄레주 때문에 매우 유명하다. 포르투갈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일종의 서사시와도 같은데, 역사이기 때문에 포르투갈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방인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다.


이 곳의 아줄레주는 약 2만개의 타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05년 8월 13일에 첫 타일을 놓은 후, 약 11년 동안 공사를 진행해 1916년에 완공하게 된다. 이 작품을 제작한 이는 당시 아줄레주의 거장이었던 '조지 콜라코(Jorge Colaço)'이고, '일데폰소 성당(Igreja de Santo Ildefonso)' 정면의 아줄레주도 이 사람의 작품이다.


원래 이 곳은 '베네딕트 수도원(Mosteiro Beneditino)'이 있었다. 그 수도원은 아쉽게도 1783년에 불타버렸고, 다시 지어졌으나 19세기 말 당시에는 관리상태가 아주 안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에 기차역을 짓기로 하고, 당시의 왕이었던 카를로스 1세가 직접 주춧돌을 놓아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상벤투(São Bento)'라는 역이름은 그 수도원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그리고 '리베르다드 광장(Praça da Liberdade)'의 우체통 옆에 있는 아저씨를 또 만났다

호기심에 그 아저씨가 들고 있는 신문 같은 것의 뒷면을 담아봤는데

생각보다 디테일해서 좀 놀랬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세 개의 그림은 포르투갈 영토 같다



잔뜩 흐렸던 어제와 달리 맑은 날의 리베르다드 광장

너무 보기 좋았고, 어제의 서러움이 물거품 녹듯이 사라졌다

나는 이 광장의 맑은 모습과 흐린 모습을 다 보았다



시청 쪽으로 조금 걸어올라갔다

눈에 들어온 저 흰 건물은 굉장히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웠다는



광장을 거닐면서 햇살을 잠시 만끽했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이랑 비슷한데, 여긴 차가 많지 않아서 좋았다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리지도 않았고



잠시 광장에서 유랑을 한 후, 클레리구스 성당 쪽으로 이동했다.

지도를 보니, 그 근처에 있는 '렐루서점(Livraria Lello)'으로 향했다

여기는 해리포터의 작가인 '조안롤링(J. K. Rowling)'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서점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엄격하게 사진촬영을 막는다

책을 사는 사람보다 둘러보고 나가는 관광객이 더 많아서 사장님 골치가 좀 아플 듯



그리고 그 인근에 있는 '포르투대학교(Universidade do Porto)'

우리나라의 대학교와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1911년에 설립되었으나, 유럽의 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위엄있는 학교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발랄하게 뛰어가는 여자



포르투대학교 건너편 인근에는 그냥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성당이 있었다

일단 건물의 너비가 굉장히 넓었고 측면의 아줄레주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아줄레주를 보려고 길을 건너갔다

이 성당의 이름은 '까르무 성당(Igreja do Carmo)'



창문 틀과 기둥을 제외한 벽 전체가 아줄레주라서

순간적으로 도자기로 된 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나라였다면 전부 조각을 했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고



성당의 정면은 생각보다는 화려하지 않았다.

아니, 화려하지 않다기보다는 절제된 화려함이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바로크 양식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성당의 내부는 외형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다

그래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이 생각은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한편, 외부의 절제된 아름다움은 내부까지 이어져있었다



다른 성당에 비하면 소박한 제단



중앙의 제단과 양 옆의 채플들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분위기였다



까르무 성당에서 나와 정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왼편에 있는 다른 입구로 사람들이 들락거려서 그 쪽으로 들어가봤다

그리고 이 때 날씨가 갑자기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한 건물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두 개의 건물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는데, 후자가 맞다. 하나처럼 보이는 이 성당은 사실 두 개의 성당이 붙어 있는 것이다. 오른쪽에 있는 성당이 '까르무 성당(Igreja do Carmo)’이고, 1768년에 지었다. 그리고 왼편에 시계탑과 함께 있는 성당은 '까르밀리테스 성당(Igreja dos Carmelitas)’으로 1628년에 외관을 완공하고 1650년에 인테리어 공사를 마쳤다. (이 두 성당은 문화재로 지정된게 불과 1년전인 2013년이라 아직까지는 정보가 많지 않은 편이다.)



까르밀리테스 성당의 내부는 까르무 성당보다도 작았다

황금색으로 도배된 제단과 채플이 인상적이었는데

프란치스코 성당과는 다르게 화려함이 절제되어 있었다



성당을 나온 나는 서쪽으로 길을 걸었다

성 안토니오 병원을 왼편에 두고 'Rua. Dr. Tiago de Almeida' 길을 걷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Rua D. Manuel II' 길을 걸었다



당장의 내 목적지는 근처에 있던

'크리스탈 팰리스 가든(Jardins do Palácio de Cristal do Porto)'

조금 걸으니 금방 도착하더라



잘 가꾸어진 정원이었다

관리도 잘 되는 듯 싶었다

사람은 없고, 날씨는 다시 흐려지고, 한가했다



이렇게 잘 가꾸어진 공원을 혼자 거닐고 있자니, 문득 기분이 이상해졌다

날씨 탓인지 점점 우울해지려고 했다



청둥오리가 평화롭게 뒷짐을 지고는 풀을 뜯고 있었다

오리 뿐만이 아니라, 공작도 있었다


조금은 낡아보였던 '돔 경기장(Pavilhão Rosa Mota)'

인터넷으로 봤던 사진에서는 참 예뻤는데

흐린 날씨 때문인지 조금 아쉬워서 가까이 가거나 들어가보진 않았다



이 곳의 이름은 '크리스탈 궁전의 정원' 또는 '크리스탈 팰리스 정원'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크리스탈 궁전에 딸린 정원인 셈인데, 그러나 크리스탈 팰리스라고 추정되는 궁전(Palace) 같은 건 없었다. 대신에 '로사 모타 파빌리온(Pavilhão Rosa Mota)'이라는 큰 돔 경기장이 있을 뿐이었다. 원래 저 녹색의 돔 경기장이 있던 자리에 크리스탈 팰리스가 있었는데, 1950년대에 헐리고 저 돔 경기장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포르투대성당에서 지금 있는 크리스탈 궁전의 정원까지 걸어온 길

거리상으로는 2Km가 조금 안되는데 구경하면서 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살짝 지쳐오기도 했다



이 공원으로부터 포르투는 관광지 성격이 많이 옅어졌다. 그리고 이 곳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걸어올라가면서, 관광지의 포르투가 아닌, 진짜 사람이 사는 모습의 포르투를 불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보다 훨씬 길고 먼 거리를 걸어 대서양을 잠시 마주한 후, 다시 걸어서 포르투 시내로 걸어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