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브라가 : 시내, 그리고 가톨릭 대학교 전망대 / 2014.01.28

반응형

도심을 걷다가 그 형광색 바람막이를 입은 키 큰 친구를 마주쳤었다. 정확한 장소는 '사모 성녀의 예배당탑(Capela Nossa Senhora da Torre)'근처에서였다. 그 친구와는 이 날 처음 봤고, 각자 여행하면서 두어번 마주 친 것이 전부였지만, 우리는 서로 무신경하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어 있있다. 그 친구는 긴 팔을 휘적휘적 흔들면서 내게 다가와, 혹시, 이 근처에 높이 올라가서 볼만한 곳이 있냐고 물었다.


그런 곳을 갔더라면 좋았겠지만, '브라가(Braga)'는 '봉 제수스 성당(Bom Jesus do Monte)' 하나만 보고 여행계획 없이 온 곳이라서, '미안하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답해 줄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사모 성녀의 예배당탑이 보이길래, '여긴 어떠겠어?' 라고 터무니 없이 뻔한 제안을 해줬다. 그 친구는 씨익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하고서는 휘적휘적 걸어가 버렸다. 채 10초도 안걸렸던 시간.



도심을 뱅글뱅글 돌다보니 다시 '민주광장(Praça da República)'으로 되돌아왔다

왼편에 'Turismo' 라고 써진 흰 건물의 1층은 여행자 안내센터

오른편을 따라 난 길을 쭉 걸어가면

봉 제수스 성당으로 가는 2번 버스를 타는 곳이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 여기 ]를 참고



대략 1690년 대에 지었다고 하는 '삼위일체의 성당'

원래 이름은 'Igreja dos Terceiros', 영문은 'Church of the Third'인데

성경을 안읽어봐서 The Third를 뭐라 번역할지 헤매다가

내맘대로 삼위일체라고 해석해버림



성당 맞은 편에 있던 가판대

그러나 가판대는 아니고 꽃집으로 운영 중이었다

가게가 예뻐서 한 장 담았다



브라가는 옛날에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지만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성벽들은 사라지고 이렇게 탑 몇 개만 남아있었다

들어가도 볼만할 것이 없을 것 같아서, 눈으로만 보면서 지나갔다



이 뭔가 잘 정돈된 느낌의 거리는 '카펠리스타스 거리(Rua dos Capelistas)'이다

길의 양 옆으로 나름대로 화려하거나 익숙한 브랜드의 상점이 입점해 있었다

그리고 사진 바로 앞에 있는 장애물은 바로



방패를 든 닭이었다

닭은 우리나라의 호랑이처럼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

정의, 청렴, 결백,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약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의 닭이다, 방패도 들고 있고



길의 끝에 있던 광장 같은 곳에 서 있는 이 사람은

포르투갈의 군인이자 정치가이며, 10대 대통령이기도 한

'마누엘 고메즈 다 코스타(Manuel Gomes da Costa)' 이다



원래는 수도원이었지만, 현재는 시청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

왼편으로 잘린 건물이 포퓰로 성당(Igreja do Pópulo)인데, 그 성당에 딸린 건물이라

이 건물만을 지칭하는 이름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시청 앞에는 사진처럼 광장도 있고, 지하주차장도 제법 잘 해놨더라



그리고 또 다시 민주광장으로 돌아왔다

브라가는 생각보다 작아서 돌다보면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되더라는

저 라파성당만 몇 번째 인지 ㅋㅋ



길을 걷다가 말모형이 있어서 담았더랬다



마치 차가 도열해 있는 듯한 이 거리는 'Rua se Santo Andre'이다

민주광장에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이 풍경이 새삼스럽게 날 사로잡았다

그리고 주차 관리원이 딱지를 떼고 있는 모습도 신기했다

(왼쪽에 자세히 보면 붉은 완장을 찬 주차관리원이 있다)



순간적으로 일단은 그냥 지나갔다가 저 이정표를 찍어두고

다시 뒤로 돌아가 조금 전에 봤던 그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관광지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평범한 포르투갈의 골목이라는 인상이었다

저 좁은 길에 저렇게 길 양 옆으로 주차를 해놓은게 신기했다

건물들도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고



'Rua se Santo Andre' 길을 따라가다보니 광장을 하나 만나게 되었다

광장은 마름모 형태였는데 네 변의 길이가 거의 같아 보였다

'캄포 노보(Campo Novo)'라 불리는 이 공원은

1725년에 개장한 광장이라니, 3백년이 넘은 셈



공원에는 오렌지 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는데

오렌지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아무도 주워가질 않더라

우리나라처럼 악착같지 않고, 삶에 여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조그마했던 공원에는 저절로 눈이 갔던 계단

근데 왼편으로는 양아치처럼 보이던 10대들이 모여 있어서

살짝 쫄아있었다는



공원에서 이어지는 골목길로 저 멀리 뭔가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곳을 목적지로 삼아 걸었다

저 계단 위의 건물은 '카펠라 데 과달루피(Capela de Guadalupe)'

1725년에 지어진 채플이란다



그러나 문이 굳게 잠겨있어서 허탈함만 가지고 되돌아서야 했다

공원에서 이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이 길을 따라 공원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마음이 움직여 공원으로 되돌아 가는 대신에

채플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을 걸었다

길 이름은 'Rua da Regueira'

그러다 저 하얀 탑을 보았다



저 하얀 탑은 분명히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측면으로 난간이 있는 계단이 보였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길의 끝에 다다른 나는 저 녹색문이 출입문인 줄 알았으나

이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벽을 따라 사진의 왼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벽을 따라가다보니 입구가 하나 나왔는데

'포르투갈 가톨릭대학교(Universidade Católica Portuguesa)'라고 쓰여 있었다

저 탑은 학교 안에 있었던 것. 역시 올라갈 수 있던 거 였어

그러나 학교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 망설여졌다



학교입구에서 빠르게 가면 5분 정도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주차장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차 한대가 들어오더니, 내 쪽으로 다가오더라

차에서 내린 사람이 나한테 '여기는 관광객 입장 불가합니다' 라고

말을 걸 것만 같았으나,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더라는



그래서 '올라가도 괜찮구나' 라고 판단하고 냅다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차장 뒷편으로 나있는 길인데, 오르는데 3분이면 족했다

괴이한 분위기가 들 정도로 인적이 없었다, 물론 날씨탓이었겠지만



이 돌은 머릿돌과 같은 데 포르투갈어로 쓰여있어서

2005년 12월에 완공되었다는 말과 이 곳이 '하몽이스 캠퍼스(Campus Camões)'

라고 불린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하몽이스 : 포르투갈의 민족시인(로카곶에 이 사람의 싯구가 돌에 새겨져 있음)



처음에는 그냥 계단이라 생각하고 오르기 시작했는데

옆이 뚫려 있어서 그런지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공포는 배가 되었고



탑에 올라가니 바람이 진짜 미친 듯이 불었다

약간 겁에 질린 채로 올라왔고, 미친듯한 바람에 더 긴장하던 차에

브라가 시내를 내려가 보고 있는 저 분의 태연한 표정에

맥이 탁~ 풀렸다



브라가 시내의 모습을 내려다 봤다

우측 아래 흰 건물 바로 옆에 나 있는 입구로 들어왔더랬지

우리나라 대학의 으리으리한 정문과 너무 비교되는데, 나는 이 쪽이 더 좋다



대학교 내부와 주차장

정작 학교의 건물은 몇 개 안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나라 대학은 겉 멋만 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 멀리 산에 위치한 성당들을 사진으로 담아 봤는데

화각에 한계가 있어서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잘 안보이지만, 왼편에 있는 성당이 봉 제수스 성당



이건 다른 방향의 풍경



10분 쯤 있다가 탑을 내려와 주차장을 걸어가면서 한 컷 담았다

겉으로 보기에도 멋잇어 보이는 탑이었는데,

올라가보니 그 풍경이 더 멋있었다는



포르투갈 가톨릭 대학교 브라가 시내 캠퍼스

굳이 직역하자면 이 정도가 될 것이라는 거

하지만 이 캠퍼스는 하몽이스 캠퍼스라 불린다는 거



원래는 브라가를 보고 난 후, 바로 당일치기로 기마랑이스를 가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둘러보다가 버스터미널에 갔는데, 시간이 너무 어중간해서 기마랑이스는 포기하고 브라가에 남기로 했다. 그 때가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가장 빠른 차가 5시 정도에 있었던 것 같다. 기마랑이스에 도착하면 6시인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래서 시내를 조금 더 돌아다녔다. 카메라는 잠시 어깨에 두고 눈으로 시내를 둘러봤다. 어디엔가 있던 스케이트 장을 지날 때,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는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럽의 서쪽 끝 포르투갈에서도 작은 도시인 브라가(Braga)시내에서 듣는 한국어로 된 노래란. 새삼 싸이의 힘이 굉장하게 느껴졌다. 내가 있던 곳은 자그마한 놀이터가 있던 곳이었는데 그 자리에 잠시 서서 그 노래를 다 들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한시간인가 두시간을 더 돌아다니다가 버스터미널로 가서 포르투로 되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종종 마주쳤던 형광노랑 바람막이 친구는 더 이상 마주치진 않았다. 여튼 나는 그렇게 당일치기 브라가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