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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포르투 : 포트와인 와이너리 투어 - 샌드맨(Sandman) /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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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와인을 영문으로 표기하면 'Portwine'이다. 그냥 봐도 눈에 보이듯이, 이 단어는 항구를 나타내는 Port와 술의 한 종류인 Wine의 합성어이다. 그 뜻은 당연히 '항구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그냥 와인과는 다르게 뭔가 특별했던 와인. 그렇다, 포트와인은 다른 와인과 다른 점이 있다.


여튼, 포트와인에서 지칭하는 항구(Port)는 사실 '포르투(Porto)'이다. 두 단어가 합쳐지면서 알파벳 'O'가 빠지게 된 것. 원래는 포트와인이 아닌 포르투 와인이라 불리다가 자연스레 포트와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하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포트와인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1) 매우 달달하다. 2) 오픈하고서도 1달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포트와인은 1,300년대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100년 전쟁이 터지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에서의 와인 수입을 금지하고, 그 대안으로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운반 과정에서 너무 쉽게 상해버려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가지로 시도해보다가 우연히 와인에 블랜디를 넣으면 와인이 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맛과 향도 더 좋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와인의 알콜 도수가 높아지고 와인이 달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포트와인은 주로 디저트용으로 많이 애용되었다.


와이너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카운터 같은 곳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어떤 투어를 할 것이냐고 물어보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투어에 여러 옵션이 있더라. 옵션의 차이는 시음할 수 있는 와인의 양 또는 와인의 종류였다. 나는 그냥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중에 화이트 와인 한 잔과 레드 와인 한 잔을 시음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앞에 하는 투어가 진행 중이라,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림으로 남아있는 빌라 노바 데 가이아 지역의 샌드맨 와이너리 풍경

오크통을 우마차로 운반하여 라벨로에 싣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현재는 유조차와 같은 차량으로 운반하기 때문에 더이상 볼 수 없는 모습



앞선 투어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대기실 한 켠에 있는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볼게 많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옛날 초창기 샌드맨 포트와인의 병인 것 같았다

아래 설명이 있었으나 읽어보지는 않음



그리고 옛날에 신문 등의 지면에 집행했던 광고 시안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뭔가 수집욕이 꿈틀거렸다는



15분 쯤 기다렸을까? 우리의 가이드가 안쪽에서 나타났다. 검은색의 챙이 달린 모자와 검은 망토를 입은 그는 마치 쾌걸 조로와도 같은 인상을 주었다. 친절하고, 발음은 깨끗해서 나도 잘 들을 수가 있었다. 한편, 와이너리 투어 인원은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 늘어나 있었다. 한국인 여자 2명과 한국인 커플, 외국인 한 커플, 그리고 외국인 가족 등이 얽혀 얼추 10명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나는 국적을 숨기려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 노스페이스 바람막이가 나 또한 한국인이라고 그들에게 설명해줬을 것이다.



프랑스산 오크로 만든 와인통 앞에서 가이드가 설명하고 있다

저 통 안에서는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데

통의 크기에 따라 숙성의 정도와 속도가다르며 와인의 종류가 결정된다고 했다

그 종류는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으로 나뉜다고 했었다



저 통을 만든오크는 프랑스산을 최고로 치는 것 같았다

몇 번이고 프랑스에서 왔다고 강조하더라는

샌드맨 로고가 박혀있는 게 왠지 멋있더라



포트와인의 심장부이지만, 현대적 시설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지어 천장도 나무로 되어 있었으니까

왠지 전통이 있어 보이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언젠가 TV에서 본 우리나라 막걸리 공장은 모두 현대화되어 있었다는)



앞에 있던 작은 통과는 다르게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큰 통

이 역시 나무로 만들어져 있더라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 곳은 여름에는 매우 더워져서 내부 온도 조절이 필요한데

그래서 한 여름에는 바닥에 물을 뿌린다고 한다

나무로 된 바닥은 그 물을 머금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실내 온도를 낮춰준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된 바닥에

에어콘을 가동하여 실내 온도를 맞췄겠지만



빈티지 포트와인을 보관해 놓은 별도의 밀실을 바깥에서 보게 되었다

왼쪽 맨 위에 있는 와인이 1904년에 만들어진 와인이라는데

(빈티지라 디캔딩이 필요하다고 함)

가격이 우리나라 돈으로약 3천 7백만원정도 된다고..



돈 샌드맨을 상징하는 이 심볼은

광고에서 심볼이 쓰인 사례중 매우 초창기의 것이다

가이드의 복장이 그와 동일하다는 건 참 재미있는 발상이었던 것 같다



사진으로는 밝아보이지만, 내부는 매우 어두웠고, 습도가 높았다

그리고 은은하게 와인의 향이 나서 오래 있으면 취할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굉장히 컸다



도우루강은 1909년과 1962년에 크게 범람했는데

그 당시의 수위를 표시해 놓았다

오크통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운반하느라 난리였다고 했다



투어를 끝내고 나와보니 두 개의 잔에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이 담겨 있었다

원래 술을 별로 안좋아하고 언젠가 먹어본 와인도 쓴 맛이 별로였던 기억에, 시큰둥하게 있었다

가이드가 향을 맡아보라고 해서 향을 맡아봤는데.. 헉!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향을 맡아봤는데, 언젠가 먹어봤던 쓰디 쓴 와인의 향이 아니었다. 달달했다. 여태껏 맡아 본 적이 없는 달달함이었고, 그 달달함이 굉장히 강했다. 포트와인이 달달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것이 포트와인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건 내 스타일이다' 싶었다.


테이블에는 개인 별로 두 개의 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 앞에는 두 개의 술병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화이트 와인인 녹색병의 '아피티브(Apitiv)'였고, 다른 하나는 레드와인인 '임페리얼 리저브드(Imperial Reserved)'였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각각의 잔에 있는 와인은 두 제품들을 기본으로 하여 여러 연도의 와인들을 블렌딩했기 때문에, 여기서 마실 때와 구입할 때 맛이 살짝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실제로 사서 마셔봤는데 별 차이 없었다)


아피티브는 견과류나 치즈 등과 같이 애피타이저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고, 칵테일로도 많이 활용된다고 했다. 그리고리저브드는 달달하지만 우리나라의 소주 정도의 알콜도수 때문에 후식으로 마시는 게 좋다고.꼴짝꼴짝 마시다보면 만취하기 때문이란다.


여튼,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화이트를 먼저 마셔봤는데, '우와.. 이건 신세계' 였다. 마시는 순간, 나는 바로 포트와인 신봉자가 되었다. 이렇게 달달하고 맛있는 술이라니. 포르투에 3일을 있는 일정이었는데, 왜 나는 이제서야 왔는가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들었다. 내 앞에 앉아 있던 한국인 여자 커플도 '음~ 맛있당~'이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결국 나는 "여기서 와인을 사서 한국까지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와

"어떤 와인을 사야하는가?"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시음대 옆에는 바로 판매대가 있는데,저렴한 건 15유로 언저리부터



판매대 앞에서 바라본 시음대

오른쪽 앞으로 우리 일행이 시음한 흔적이 남아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여기가 꽉꽉 들어차겠지



나는 결국 처음에 가이드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아피티브와 임페리얼 리저브드를 샀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할인이 들어가서 두 병에 22유로였다

포트와인은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힘드니, 꼭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시음한 와인 때문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밖으로 나왔다



와인이 걸리적거리니 일단은 숙소로 돌아가 와인을 놓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 저 다리를 건너서 숙소로 가야 했다



이제는 더이상 쓰이지 않고 정식품이 되어버린 배,라벨로(Ravelo)

연례행사로 강에서 라벨로 경주가 있는데, 그럴 때에나 쓰인다고 한다

원래는포트와인이 담긴 오크통을 실어 나르는 용도였지만



이 풍경은 정말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다리를 건너면서 또 감탄하고



유유히 흐르는 도우루강



걷다보니 큐브광장이었다

파란색의 의자가 인상적이었는데

담고보니 배경의 노랑, 연보라 건물도 예뻤다



때가 잘타는 단점만 뺀다면 저런 건물의 색깔은 정말이지 화려했다

포르투갈에서 '아줄레주'라고 불리는 건물의 외벽을 타일로 장식하는 기법이 발생한 건

어쩌면 건물에 넣은 색이 바라지 않게 하려던 노력의 결과인 것만 같다

그리고 그 표현은, 단색과 패턴에서 점차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회화의 형태로 옮겨져 갔고

타일 위에 그리는 회화는 점점 더 정교해졌던 게 아닐까?




알딸딸한 기분으로 거리를 걸었다

포트와인을 마셔본 건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리고 내 손에는 포트와인 두 병이 있었지만, 무거웠다



숙소에 와인을 두러 갔더니, 청소하시는 분들께서 청소 중이셨다

내 방 차레는 아니었고, 내 방쪽으로 서서히 오고 계셨다는

와인을 캐리어에 넣고, 피곤함(?)에 살짝 누워있다가 다시 거리로 나왔다

그저께는 서쪽을 탐험했으니, 오늘은 동쪽을 봐야겠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