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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 경주양동마을 / 20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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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가는 여행카페에서 최근에 많이 보이던 여행지가 여기 '양동마을'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너무 예쁜데, '경주'에 위치해 있어서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조금 부담되던 것이 사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다녀와버렸다. 원래는 KTX를 타고 1박을 하고 싶었지만, KTX 표도 없었고 회사 일도 늦게 끝나서 결국엔 차를 가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집에서는 편도 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였다.


계산상으로는 이동시간만 왕복 10시간이 소요되는 다소 황당한 여행이지만, 막상 가서는 너무나도 만족했다. 예전에 외암민속마을에 가서 그 풍경에 감탄한 적이 있는데, 여기는 외암민속마을을 잊게 만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고 한국적인 곳이었다. 이슬비를 맞으며, 살짝 낀 안개를 헤치면서 조용히 마을을 걸어다녔을 뿐인데 힐링이 되는 것만 같았다. 관광지가 아닌 진짜 마을에 가까운 곳이고, 혼자 조용히 다녀오기에 너무나도 좋은 곳이었다.




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로 가다보면 보이는 문화관이다.

이 마을의 유래, 중요한 가옥들을 미니어쳐로 전시해 놓은 곳이라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오후 2시쯤에 도착해서리 휙 둘러보고만 나왔다



양동마을 문화관을 지나 마을로 가는 길에 양동초등학교가 있었다

지붕이 기와인데다가 인근에서 제일 큰 건물이라 자연스레 눈이 가더라

초등학교일 뿐인데, 뭔가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는



그리고 마을에 들어서자 보이던, 초가집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말도 안되는 풍경

정말 넋을 잃은 채, 한참이나 저 자리에 서서 바라보았다



마을 입구에 있는 정충비각의 현판이다

병자호란때 전사한 손종로라는 인물의 충절을 기리는 비석이 있는 누각인데

특이한 건, 이 옆에 그의 노비였던 '억부'의 충절을 기리는 누각이 함께 있었다



멀리서 조그마하게 보이던 초가집에 다가가보니

실제로 사람이 사는 모습이라 놀랬고

'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집 앞에서 바라본 마을의 풍경인데, 너무 멋졌다

여기는 그냥 둘러보기만 하면 그림이고, 절경이더라

유럽의 도시풍경에 절대 꿇리지 않는 풍경



어느 집 처마 아래 걸려있던 메주




어느 초가집에 있던 새끼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다

민속촌처럼 빈 집이 아니라 이렇게 사람이 사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아직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했고

이런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언덕을 올라가 도착한 곳은 '관가정'

'손중돈'이라는 사람이 살았던 집인데 약 600년쯤 되었다고 한다

언덕을 오르고 나니 마을 아래가 굽어보여서

왜 양반들이 여기다 집을 지었는지 단박에 알겠더라



지금 봐도 굉장히 멋스러운 집이었다

나무에 세월이 켜켜이 쌓여 굉장히 고풍스럽고, 위엄이 대단하더라는



저 기와 위에 낀 이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눈길을 잡았다

시간의 흔적이라고 생각되어 내려다보이는 풍경과 함께 담았다

얼마나 되었을까? 몇백년은 되었으려나?



이슬비를 맞고 반짝이는 나뭇잎들

즈려밟고 걸어서 뒷산으로 향했다



이 길은 걷는 동안 너무나도 고요했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물론이고, 사람의 말소리 조차도 없었던 순간

세상에 나 하나 뿐인 그런 느낌이었다

아마도 봄이나 가을에 왔으면 더 예쁜 풍경이었겠지



마을 뒷산 꼭대기에 있는 나무 한 그루



마을 뒷산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풍경

희뿌연 안개가 없었으면 더 잘보였으려나?

그래도 충분히 멋스러운 풍경이었다






경산서원에서 담은 네 장의 사진

여기도 아무도 없어서 정말 조용히 고요하게 잠시 머물렀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아픈 다리도 좀 쉬고




그리고 발 가는 대로 마을을 걸으면서 담은 사진 중 괜찮다고 싶은 거

관광지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였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고 해야할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였던 순간이다

어디선가 기러기 울음소리가 나더니, 숲 위로 기러기 1천마리쯤이 나타나 내 위로 지나갔다

카메라로 대여섯 컷 정도 찍다가, 엿부족이라는 순간 깨닫고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장관이었고, 기러기 떼는 1분 정도 끊임없이 나타나서 저쪽으로 사라졌다

잊을 수 없을 거다, 기러기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정말 풍요로운 마을의 모습

초가집 굴뚝에서 나는 연기는 정말 앙증맞았다

마을 전체에 살짝 베인 땔깜때는 냄새도 참 좋았고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집이라는 '서백당'

월성 손씨의 종가집이라고 한다

서백의 뜻은 '하루에 참을 인(忍)을 1백 번 쓴다'는 뜻이라고

그리고 이 바로 오른편에는 거대한 향나무가 있었다



마을을 걸어내려와서 본 약간 생경한 모습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손욱갤러리'라는 곳이었다



걷다가 마치 감옥의 창살 같아서 담은 사진인데

의도한대로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이 아이는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집에 있는 강아지인데

갑자기 달려나오더니 내 주위를 돌며 놀아달라고 떼쓰다가

몇 번 쓰담쓰담 해주니까 벌러덩 누워서 배만져달라고 하더라는

생긴건 너구리 닮기도 하고 좀 못생겼지만 잘 놀아주었다




돌아나오는 길의 마을 풍경

정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질리지도 않는다



작은 구멍가게인 '양동점방' 

100년이 넘었다고 씌여있는데, 이 마을의 역사를 보면 그럴 법도 하다



주차장에서 담은 세계문화유산 인증석(?)

201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구나



사실, 이 마을에 있던 시간은 3시간 정도 뿐이다. 서울에서 5시간을 차를 타고 가서, 3시간 정도 있다가 다시 5시간을 차를 타고 돌아왔다. 이동시간만 10시간이었는데, 그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사실, 경주에서 하룻밤을 묵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다음에 묵기로 하고 서울로 향했다. 오는 길에 나꼼수를 받아놓고 들으면서 오니 조금 덜 지루하더라.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예전에 갔었던 외암민속마을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굳이 한국적인 모습의 매력도를 비교하자면, 내 기준에서는 이 곳이 조금 더 앞섰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외국에서 경험했던 오래된 건물이 잘 관리된 모습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풍경이었다. 한국인인 나도 너무 신기했는데, 외국인들은 얼마나 더 신기해할까?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나중에 누군가와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겨울에 갔는데도 이런 풍경이었는데, 봄이나 가을에 간다면 더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