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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포르투갈

포르투갈 여행 - 리스본 : 도밍고 성당, 그리고 2개의 성당, 상 조지 성 / 201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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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에보라(Evora)를 다녀올까 하다가 리스본에 머물기로 했다. 귀찮기도 했고, 리스본에서 못 본 곳도 많아서, 그냥 한 번 더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특히, 나는 알파마 지구는 거의 보질 못했다. 포르투에서 그러했듯이 오래 있으면서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지고 싶었다. 그리고 무슨 진격의 거인 마냥 바쁘게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다니는 것도 싫었다. 몸도 피곤하고, 이런저런 변명으로 그냥 리스본에 남았다.


호텔에서의 부페식 조식은 꽤나 괜찮은 편이라서 맛있게 챙겨먹고 나왔다.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아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내일 새벽에 떠나야하기에 이 아침 식사를 못먹고 간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숙소를 나와 오늘은 일정을 따로 정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기로 했다. 돌아다니다가 보니, 불량해 보이는 흑인들이 굉장히 많았던 작은 광장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 흰색의 성당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그렇게 대단해보이지도 않고, 왠지 자료조사 할 때는 못 본 것 같아서 '그냥 들어가서 구경이나 하고 나오지, 뭐..' 이런 생각으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입구에 구걸하는 아주머니가 있었으나 그냥 무시했다. 포르투에는 없던 구걸꾼이 리스본에는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성당(Igreja de São Domingos) 안으로 들어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해보이지 않는 성당이었다

그냥 평범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성당의 이름도 모른 채 그냥 들어갔으나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라게 된다

이 성당의 이름은 '상 도밍고 성당(Igreja de São Domingos)'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간 성당이었는데

이건 뭐 뭘 기대했던지 간에 그 이상이었다

성당 내부는 거의 폐허였다는

1241년에 완공된 이 성당은 한 때 리스본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고 한다



성당의 중앙 제단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빛이 예쁘게 스며드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한 때는 종교재판이 벌어졌던 곳



건물이 화상을 입고 상처를 가지고 있는 느낌

불타고 남은 곳에 적갈색 시멘트(?)를 채워 복원한 모양이었다

문득 시멘트가 발린 미륵사지 석탑이 생각났다



두 번의 지진을 이겨낸 성당에게 다시 한 번 화마의 시련이..

이 성당을 복구하는데는 3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지진 피해는 1531년과 1755년 두 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리스본에 이런 성당이 있는 줄 몰랐다. 대성당이나 상로케 성당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냥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에 들어갔다가 너무 놀래서 소름이 돋았다. 대개 1주일 정도 여행을 하다보면, 성당에서 받는 느낌이 비슷해져서 별 감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성당은 내가 여태봤던 그 어떤 성당보다도 독특했다. 그래서 그런 매너리즘이 순간적으로 각성되었다고 할까?


대부분의 벽은 모두 깨져 있거나 불타고 난 그을음의 흔적이 역력했다. 화상입은 상처의 느낌이 났고, 그로 인해 성당 내부의 분위기는 매우 특이했다. 그 어떤 성당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독특함이었다. 주눅들은 성당의 느낌? 혹은 상처받은 성당의 느낌? 어딘가 서글프고 무거웠다. 중간중간에 있는 기둥과 벽 일부만이 1959년에 화마의 손아귀에서 살아남았고, 훼손된 부분은 남은 부분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붉은 색의 다른 재질로 복원되었다. 옛날에는 포르투갈 왕가의 결혼식이 열리던 곳이라는데,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그 화재 때 성당 안에 있던 수많은 중요한 예술품들도 죄다 타버렸다고..



성당을 나와서는 '피구에이라 광장(Praça da Figueira)'을 지나갔다



마침 구형 트램이 지나가길래 따라가서 한 컷 담았다

배경으로 신형 트램이 보여서리

더 잘 담은 것 같다, 신구의 조화?




그리고는 '코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으로 향했다

지난 번에는 밤에 왔던 곳인데

오늘 만약 에보라를 갔더라면 이 모습은 볼 수 없었을 것



강가로 가서 사진을 담다가

흑백으로 바꾸면 괜찮을 것 같은 사진을 담았다

하루 더 리스본에 있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보는 코메르시우 광장이

이번 여행에서 보는 마지막 모습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담았다



리스본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 길인데

그라피티 때문인지 느낌이 살짝 불량스러웠다

길 이름은 Rua do Instituto Virgílio Machado



그리고 마냥 걷다가 오래지 않아 작은 성당을 발견했다

성당의 이름은 'Church of Nossa Senhora da Conceição Velha'

사실 성당보다는 저 커플을 담고 싶었다



성당 앞에 있던 표지판



내부는 생각보다 작았는데

중앙 제단이 매우 화려해 마치 그림 같았다

백합이나 연한 오렌지색의 꽃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잘 복원된 내부는 무게감이 있었다

화사한 중앙 제단과 대비되어 각자 개성이 잘 드러났다

오래 둘러볼 건 없었고, 그냥 둘러볼 뿐이었다



성당의 한 켠에는 성당이 복원되는 모습을 안내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검은 배경이었다는 것과

글자가 유리에 새겨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

매우 고급스러웠다



걷다보니 관광지의 색이 빠진 이런 길도 있었다

이 좁은 길로 차가 다니는 게 신기

전체적으로 리스본은 도로가 너무 좁았어



어떤 감각있는 아저씨는 흰 벽에

이렇게 붉은 색으로 문을 만들어 놓으셨더라



리스본 대성당 바로 앞에 있는 상 안토니오 성당

어째서 성당 앞에 성당을 지었을까

생각해도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내부는 작은 성당답게 조촐했다

그냥 사진만 한 컷 담고 나왔다는



이 성당 앞에는 어떤 노숙자 아저씨가 있었는데, 내가 성당을 들어갈 때 불쌍한 표정으로 돈을 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마침 이 성당에 드나드는 사람은 나뿐이라 군중 속에 묻어가면서 이 아저씨를 피한다던가 할 수는 없었다. 동양인 외모에 카메라와 백팩을 맨 나는, 누가봐도 관광객이었고, 그에게 나는 좋은 먹잇감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성당을 잠시 둘러보고 오래지 않아 성당을 나가는 길에 그 노숙자 아저씨를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아까와 똑같이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구걸하던 아저씨. 나는 돈이 없음을 이야기하고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며 돈이 없다는 제스쳐와 함께 빈 손을 보여줬다. 그런데 아저씨는 주머니에 들어간 내 손이 돈을 집어들고 나올 줄 알았나보다. 순간적으로 그 얼굴이 밝게 빛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손에 아무 것도 없음을 보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내게 소리를 꽥꽥 지르더라. 억양을 봐서는 누가봐도 이건 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다행히 해코지는 없었고, 나는 아무런 동요하지 않고 그를 지나쳐 지나갔다.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닌데 아저씨에게는 내가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던 것 같았다. 미안했다.



상 조지 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노란 전차가 지나가길래 담았다

리스본 시내에는 역시 구형 전차가 잘 어울린다

이 전차가 신형이라면.. 으음, 말도 안돼



너무나 정갈하고 예쁜 집과 '상 조지 성(Castelo De Sao Jorge)'으로 가는 표지판

길 이름이 사진 속에 있다

Rua de Santiago



우와, 이런 집

내 스타일이라서 한 컷 담았다

흰색과 붉은색의 조화로움



그리고 도착했다, 상 조지 성(상 조르주 성)

문득 며칠 전에 여기에 들렀을 유카 생각이 났다

유카가 여기를 꼭 가보라고 했는데..

실망을 안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흰 벽과 중간중간에 배치된 화분이 예뻤다

이 집은 상 조지성 바로 앞에 있는 집이다

위 사진에서 성문 사이로 보이는 집



지난 번에는 문을 닫는 6시에 와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눈에 들어온 엄청난 수의 사람들. 자세히 보니 학생들이었다. 고1 정도되는 학생들이 바글거렸다. 어림봐도 150명은 되보이는 듯 싶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유럽에서도 10대에게 잘못 걸리면 크게 당한다. 그래서 약간 경계했으나 별 일은 없었다. 그들 사이로 비집고 매표소로 들어가 표를 사고서는 성의 입구로 향했다.


매표소부터 성의 입구까지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나는 '쾌적한 관람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 친구들보다 먼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보다 먼저 들어가서 관람을 시작했다. 첫인상은 성이라기보다는 무슨 공원 같았다.



이렇게만 봐서는 성인지 공원인지 잘 모를 정도였다

일단 학생들보다 빨리 들어오는데는 성공했다

애들이 들어오기 전에 최대한 멀어져야지, 라고 생각했다



성벽에 잠시 서서 리스본을 보니

전략적 요충지임을 한 눈에 알 수가 있었다

리스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던 풍경



저 멀리 보이는 코메르시우 광장



그리고 리스본 시내



아줄레주의 나라답게 풍경 안내판도 아줄레주로 만들어 놓았더라

천천히 풍경을 바라보며, 산들산들한 바람을 느끼며 산책했다

여유롭고, 좋더라



이렇게 탁 트인 느낌 자체가 오랜만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가 없으니까 풍경이 사는 것 같더라는

유럽 특유의 주황색 지붕도 예쁘고



그리고 소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길을 걸었다

울창하지 않아서 숲은 아니었고

그냥 가로수 정도였다고 할까?



옛날에는 이 성이 리스본을 방어하는 전략적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것을 재현하듯 곳곳에 오래되어 보이는 대포가 놓여 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생각하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아서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여기가 방어를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



여기도 리스본 시내

아까보다는 조금 북쪽의



포르투갈 국기와 나란히 걸려있는 리스본 시기(City Flag)

이 곳에 성이 처음 세워진 건 기원전 4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 곳은 옛날 어느 시절에는 무어인이 점령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아랍 건축 방식의 건물이나 성벽이 세워지기도 했는데

저 아치는 그 때 만들어져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아치이다

하지만 아치만 남고 건물은 사라졌다



근처에는 박물관이 있었다

누군가가 그린 옛날의 리스본의 모습인데

범선과 산 위에 요새가 확실히 보였다

아마 대항해시대 였을 듯



그리고 이 곳에서 발굴된 아줄레주 조각들

그 외에도 박물관에는 여러 유물들이 있었으나

엄청 중요하거나 굉장해 보이는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