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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태국

태국여행 - 끄라비 정글투어 중 호랑이 사원에 있는 포레스트 파크 /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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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을 걸었다. 날이 매우 무덥고 햇살이 아주 강했던 날이었다. 더위에 약한 HJ는 아이스크림처럼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이 곳은 거대한 불상과 탑이 있는 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인근의 경치가 아주 멋진 곳이라, 올라가자고 HJ를 꼬셔봤지만 거기까지 올라가는 게 힘들다는 걸 어찌 알았는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


그렇게 사원을 거닐다가 문득 발견한 포레스트 파크. 꿩대신 닭을 잡는 마음으로, 여기라도 가자고 이야기했지만, 이 마저도 거절. 혼자다녀와도 괜찮다는 말에 혼자 갔으나, 나중에는 뒤늦게 올라온 HJ와 함께 둘어봤던 곳이다. 원래는 원 모양으로 한 바퀴 돌고 싶었으나, 길이 좁고 이런저런 이유로 1/3 지점까지만 가고 되돌아 나왔다.



끄라비 호랑이사원 내부에 있는 포레스트 파크

둥글게 되어 있어서 한 바퀴 돌고 오면 되리라 생각했다

그래, 공원이니까 힘들지도 않을 것 같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서 원숭이가 뭔가를 까먹고 있었다

문득 원숭이가 내 썬글라스를 집어가는 상상

바로 가방에 넣었다



계단의 수는 몇 개 안되었지만

상당히 가파르다



그리고 이제 포레스트 파크로 내려가는 길

파크(Park)이니까 우리나라의

조경이 잘 된 공원으로 생각했더랬지



으응?

머리 위로 보이는 절벽과

울창한 정글



석회지역인 이 지역의 절벽은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인적이 하나도 없어서 무서웠다



이 곳에는 이런 집이 많았는데

보아하니 스님들의 암자 같았다

정글 속에서 수행하시는 듯 했지만

전기와 수도를 보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더랬다



이 곳은 끄라비 정글투어 중에서

가장 정글다웠던 곳이었다

나중에는 길이 있는 듯 없는 듯해서

공포감이 들었다, 공원이래매..





이 곳은 공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곳의 공원과 착각하면 크게 놀랠 수 있다. 스님들의 암자와 화장실, 공용빨래터 등을 제외하면, 온갖 나무와 풀들이 매우 빼곡했다. 어느 정도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인공적인 것들은 사리지고 순수한 자연만이 남아있었다. 정글같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글 그 자체였다. 중간에 갈랫길이 나오기도 했는데, 표지판이 없어서 막다른 길로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다. 게다가 인기척이 전혀 없어서 4차원 공간에 혼자 있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이 어느 정도 지속되자 공포감이 들었다. 정글의 법칙이 예능이긴 예능이구나, 하던 생각.


"오빠!"


라고 얼핏 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HJ는 아래에 남아 있다고 했으니, 잘못 들은 것이겠지.


"오빠!"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HJ가 여길 왜 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려는데,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이 귀신에 홀린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근데 진짜 HJ가 있었다. 오잉?



이 곳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장 처음 만나는 동굴

메오우사익(Meousaeik Cave)

동굴이라기 보다는 안으로 패인 공간이었다



동굴 안에서 바라본 바깥 모습은

울창한 그 정글 자체였다

그리고 인공적인 소리가 전혀 없어 고요했다



동굴 안을 둘러보다가

이렇게 부처님이 모셔진 걸 보고 깜짝 놀랬다

동굴 안에서 보물 상자를 발견한 느낌?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뭔가 물갈퀴가 생각나던 나무

사진은 그렇게 안보이지만

엄청나게 거대했다



이런 길을 따라가는데

사람이 잘 안다니는지

엄청난 거미줄들이 길을 가로막아서

나무 막대기로 앞을 휘휘 저으며 감



인적이 하나도 없어서 고요했으나 무섭기도 했다

여기는 두 번째로 도착한 동굴

플라라이(Pla Lai Cave)

먼저 동굴보다는 천장도 낮고 더 음습했다



그리고 대박 그 안에서 이런 거북이를 만났다

가까이 가니 "쉬익쉬익" 소리를 내며 안으로 숨더라

크기 제법 커서 다리미 정도의 크기였다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엄청 신났더랬다



끝이 보이지 않던 높디 높은 절벽

더 안으로 가고 싶었으나, 숲이 너무 울창해서 되돌아가기로 함



오던 길을 되집어 돌아갔다

TV에 나오는 정글을 보고

탐험하고 싶다고 깝죽대면 안된다는 걸 배웠다

정글 맛배기만 봤는데 쉽지 않더라



입구 초입에 스님들의 암자가 모여있고

절벽에 부처님이 모셔진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서로 한 컷씩 담았다



HJ가 담은 나



그리고 다시 만난 문명

태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덜 정비되어 있지만

정글에 다녀오니, 엄청 잘 정비되어 있더라

같은 공간인데 내가 달라져 있었다



세상 모르게 곤히 잠든 고양이

웃음이 나왔다



끄라비 호랑이 사원을 가면 대개 산꼭대기로 올라가지만, 그러지 못할 상황이라면 사원 깊숙한 곳에 있는 '포레스트 파크 (Forest Park)'를 걸어봐도 좋다. 스님들의 암자가 많은 공원의 초입은 길이 넓게 다져져 있고 걷기에도 쾌적한 편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인적이 사라진다. 실제로 이 지역은 울창한 밀림지대인지라, 정글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왔던 곳이기도 하다. 밀림이나 정글은 혼자서 까불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


나를 부르던 HJ의 목소리가 귀신의 속삭임으로 들렸던 곳. 그리고 그 옛날 책에서만 보던 거북이를 실제로 만나서 신나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