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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대만여행 - 핑시선을 타고 천등으로 유명한 시펀으로 /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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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 2~3일 전에 표를 끊고 매우 급하게 온 여행이었다. 그래서 어딜 가야할지 계획이 전무했다. 그런데 밤에 HJ와 카톡을 주고 받다가 자연스레 다음 날 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때의 나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항상 넋이 나가 있어서, 빠릿하게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멍하게 있었더랬다. 그랬더니 HJ가 핑시선을 타고, 시펀이나 핑시에 다녀오라 했다. 처음에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는데 조금 알아보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딱히 대안이 없어서 그러기로 했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일제강점기 시기가 있었다. 당시 일본은 이 쪽에 많은 지하자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하자원을 몽땅 쓸어갔다. 타이페이 동쪽의 루이팡, 진과스를 비롯한 시펀, 지우펀, 핑시 등의 도시는 그렇게 일본에 의해 광물이 수탈당하면서 성장한 도시들이다. 핑시선은 그 때 광물의 이동을 위해 놓여진 철도이다. 한 때는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겠지만, 폐광만 남은 지금은 광물 대신에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여러 역 중 볼만하다고 알려진 곳은 시펀, 핑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핑시선은 루이팡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루이팡 기차역에서는 핑시선 자유이용권(?)을 살 수 있는데, 핑시선 어느 역에서든지 내렸다가 탈 수 있는 티켓이었다. 가격은 73 TWD.



타이페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루이팡으로 향했다

바깥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던 어딘가에서 담아본 창 밖 풍경



좀 오래 지나자 풍경이 바뀌었다

숲이 많아지는게 동남아시아의 느낌이 들었고

생각보다 산세가 험해서, 중국이긴 중국이더라



내가 타고 온 열차와 루이팡역 플랫폼

사진의 오른편으로 철도가 있었는데

표를 다시 끊고 핑시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루이팡역 플랫폼에서 바라본 철로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일본의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원래는 플랫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핑시선 티켓을 파는 창구가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굳게 닫힌 창구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 지하 통로를 따라 걸어 나갔다. 개찰구 바깥으로 나갔다가 표를 사오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나 개찰구 대신에 검표하는 직원을 지나갔다. 그리고 매표소에서 손짓발짓으로 핑시선 티켓을 구매해서 다시 아까 그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가격은 73TWD. 아마도 평일이고 비가 내리는 날씨라서 방문자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플랫폼에 직원을 두지 않았던 듯 하다. 아닐수도 있지만..



얼마인가 기다렸더니 낡아보이는 노란 기차가 왔다

그리고 그 기차를 탔더니 내부는 서울 지하철 1호선 같았음

사진 속 상당수는 중국어를 쓰는 관광객이었다



핑시선으로 타고 가면 갈수록

산세가 험해지고 풍경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는 듯 했다



핑시선을 타고 처음으로 만나는 역, 허우동

우선 시펀, 핑시, 징통을 먼저 둘러보고

여유가 있으면 보려 했으나 피곤해서 결국 못 본 곳

고양이 마을이라던데..



여튼 루이팡에서 핑시선을 타고

시펀까지 와서 내렸다

느낌 상 여기가 가장 유명한 곳인 듯 싶었다



이 쪽으로 오니까 대나무 조각에

소원을 적어 걸어 놓은 곳이 많았다

이 곳이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이 또한 여행의 낭만이지 않겠는가



대만에서 천등을 날리는 곳으로 유명한 시펀이지만

오늘은 평일이기도 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

한산했고, 천등을 날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기찻길에 다닥다닥 붙은 마을 중에서는

매우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곳, 시펀

우리나라 군산의 경암동을 생각해보면 매우 다르다



비가 좀 잦아들자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천등을 날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천등 하나가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천등 날리는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담을 수 있었다

어쩌면 HJ도 이처럼 천등을 날렸으리라고 생각했다

천등을 날리며 빌던 소원이 이뤄져 내가 여기 온 것이고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엄청 큰 소리로

뭐라뭐라 하면서 지나가고 나서 잠시 후

저 쪽에서 핑시선 노란 열차가 보였다



핑시선 기차는 아슬아슬하게

시펀의 상점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눈에 잘 띄게 하려고 노란색이지 않을까?

문득 든 생각



시펀의 상점가 바로 옆에는 다리가 있었다

그 다리를 보려고 살짝 나가보니

아래로 계곡이 이어졌더라

마을 자체가 산비탈에 세워진 모양이었다



시펀의 골짜기 맞은 편을 이어주는 다리

저 다리를 건너갈까말까 하다가

모험삼아 건너가 보기로 했다



다리 앞에서 담아본 시펀의 풍경은

그 옛날 탄광촌의 모습을 짐작하게 했다

이 곳에서 한국인이 장사를 하고 있어서 충격



이 다리는 걸으면 살짝 출렁거려서

쫄깃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난간에도 대나무 소원통이 달려 있었음



그렇게 흔들리던 다리 이름이 정안교

고요하고 평안한 다리라니..

역설적이었다



시펀역의 건너편은 주거지역인 것 같았다

탄광촌 느낌이 나던 철로 쪽과는 다르게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 들었다



정안교를 통해 지룽강을 건너서 담아본 시펀은

멀리서 봐서 그런지 엄청 오밀조밀해 보였다



정안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걸으면

시펀을 조망할 수 있는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그 곳에 있던 아기자기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어떤 집



이 곳 시펀을 비롯해, 핑시선을 따라 있는 작은 마을들은

이 근방의 광산과 광부들을 위한 마을이었다

현재 광산은 폐광되고 사람들은 떠나갔으나

이제는 관광지가 되었다



다시 정안교를 건너서

시펀 기찻길 쪽으로 갔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어느샌가 그쳐 있었다

운이 좋게도 어떤 관광객이 천등을 날리려는 모습을 포착했다

나도 하나 날리고 싶긴 했으나, 왠지 소심해져서 패스



소원을 담아 하늘 위로 날아가는 천등

나중에 HJ와 함께 와서 날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차를 타고 핑시와 징통을 가기로 하고

다시 시펀역으로 돌아왔다

비 내리는 시펀역



시펀역 앞에는 우체국이 있었다

저 아저씨가 마스코트 인듯?



이상하게 생각보다 춥고 배가 고팠다

시펀역 앞에는 뼈없는 닭날개 볶음밥(?)이 있었는데

호기심에 취두부가 안들어간 아이로 하나 사먹었다

그런데 엄청 맛있었다, 하나 더 먹고 싶었으나..

가격은 60 TWD



뼈없는 닭날개 볶음밥을 먹다가 감동해서 한 컷

이걸 먹고 있자니, 어디선가 강아지 한마리가 나타나

내 앞에 쪼그리고 앉길래, 같이 나누어 먹었다



시펀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여행자들

나도 저들처럼 기차를 기다리러 가는 길이다



처음에는 낯설던 풍경이었지만

한바퀴 둘러봤다고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사람이 굉장히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좋았다



시펀역에 정차한 기차

이 기차는 루이팡으로 간다



그리고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내가 탈 기차

나는 이 기차를 타고 핑시에서 내릴 것이다



기차를 기다리러 가는 길이었다. 어제 밤에 HJ가 기념품으로 천등 모형을 사달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 천등 모형은 정말 모든 가게에서 다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조금씩 달랐다. 어딘가에 들어가서 보니까 천등에는 각기 다른 말들이 씌여있더라. 내가 업무 스트레스로 평안하지 못해서 그런지, HJ에게 평안하라는 글이 적힌 천등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 그래서 HJ가 좋아하는 하늘색의 천등 모형을 샀더랬다. 그리고 보라색으로 내 것도 하나 샀다.


핑시선 기차를 타고, 다음 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