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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타이페이에서 가장 완전하게 보전된 전통양식의 집 '린안타이 구춰(林安泰古厝)' / 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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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사에서 나온 나는 다음 목적지를 린안타이 구춰(Lin An Tai Ancestral House/林安泰古厝)으로 잡았다. 사실 이 곳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었는데, 강을 하나 두고 맞은편에 있어서 가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 이 곳을 목적지로 잡았다.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며, 아무런 여행 계획이 없는 나를 위로 했다. 하지만 지도에서와는 달리 가는 법은 제법 까다로웠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타이페이시립미술관(台北市立美術館)'에서 내린 후, 약 2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임안태 고적'이라고도 불리는 '린안타이 고적', 혹은 '린안타이 구춰'인데,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접근성도 떨어져서 그런지 관광객이 별로 없더라. 그래거 조용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괜찮겠다 싶었다. 다만 화려하거나 대단한 볼거리는 없을 것 같아서 소소한 마음으로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욕심과 기대를 버리니, 내겐 괜찮은 곳이 되었다.



충렬사에서 버스를 타고 린안타이 구춰까지 왔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과연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때마침 관광을 마치고 나오는 아줌마 무리를 못봤다면

기웃기웃하다가 되돌아갔을지도 모르는 일



입장료는 무료여서 기분 좋게 안으로 들어갔다

저 멀리 고택이 보였고, 거대한 마당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고택이 원래 이 곳에 있던 건 아니고

이전하여 이리 오게 된 것이라 했다



린안타이 구춰의 입구 오른편에는 회색구름 같은 조형물이 있었다

고저명산(顧渚茗山)이라는 조형물이었는데 좀 신기했음

나는 이 곳에 먼저 호기심이 생겨 먼저 둘러봤다



고저명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마치 회색구름 위를 걷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부터 있던 건 아니고, 2010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고저명산에서 바라본 임안태 고적은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이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었다

고택 뒤에 있는 나무들도 적절하고



재질은 시멘트 같기도 한 돌이었는데

두드리거나 만져보면 인공적인 느낌이 났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매우 훌륭했다

회화에서의 그림을 실제로 만든 느낌이랄까



이렇게 보니까 구름 위에 집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걸 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관광객에게는 좋은 볼거리였음



아마도 사람이 많았으면 이런 운치가 안났을테지만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 또한 좋았다

타이페이에 있었지만, 아주 조용했던 곳



린안타이 고적까지 오기가 쉽진 않았는데

그렇게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인공적이지만 아주 독특한 풍경이었기에



고저명산의 어느 부분에서 본 모습은

마치 그랜드 캐년이나 거대한 협곡처럼 보였다



그렇게 한 바퀴를 둘러보고

고저명산에서 내려왔다



집쪽으로 걸으니 중간에 통로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굉장히 깔끔하게 잘 정리해 놓았더라



이 저택은 약 170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적어도 타이페이에 있는 전통가옥 중에서는

가장 잘 보존된 것이라고 한다



출입구가 여럿 있어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보니 생활용품 등을 전시한

민속박물관과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어로 '삼촌금련'이라고 쓰여 있어서 깜짝 놀랬다

의외로 장소에서 만난 한국어가 엄청 반가웠음

중국 여성들이 전족을 위해 신었다던 신발인데

정말 아이 신발처럼 작았다



중국의 전통양식의 집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붕의 모습이나 선 처리가 내게는 낯설었다

중국의 양식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여튼, 저 지붕과 곡선이 멋져서 담았다



린안타이 구춰는 아주 깨끗한 외벽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지 벽에 구멍을 뚫어놓았더라

처음에는 구멍이었다가 점차 무늬로 발전했을 것이다



걷다보니 들어올 때와 다른 출입구로 잠시 나왔다

고택의 뒷편인가 옆편인가 싶었는데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 인상깊어 한 장 담았다



내부는 거의 민속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의 가구와 사용하던 물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굉장히 정교하게 조각된 물품이 있어서 담았다

아마도 관우인 것 같았다



고적의 중심부에서 바라본 정문

건물의 너비는 굉장히 넓었는데 폭은 좁은 편

한옥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린안타이 구춰의 중심부에는

위패가 모셔져 있었다

아마도 이 집의 주인일 것만 같은 느낌



또 어딘가를 걷다가 흰 벽과 문양

그리고 네 개의 항아리가 만들어낸 풍경이 멋져서

잠시 걸음을 멈췄더랬다



정문에는 바깥은 보면

반달 모양의 호수가 있었는데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정문에는 이렇게 린안타이 고적의 모형도 있었다

집의 구조가 특이하고, 겹지붕이 특색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와가 유럽처럼 주황색인 것도 색달랐음



우리나라도 하인이 쓰던 방이 따로 있었듯이

이 건물도 하인이 쓰던 방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방이 비슷해보여서 잘 느끼지는 못했다



한편, 린안타이 고택의 오른편에는 이런 풍경이 있었다

호수와 몇 동의 붉은 건물이 자리한 풍경



호수의 물은 맑진 않았지만 운치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저 건물 앞에는 붉은 가마가 있었는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영상을 찍고 있었다



호수의 물은 깨끗하진 않았다

하지만 오염된 게 아니라 단지 흙탕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연꽃도 피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니

옛날 1960~70년대 학교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었다

굉장히 밝은 조명이 인상적이었음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어서

2층으로 올라와봤다



2층에서 바라본 모습

왠지 풍악을 울리고 잔치를 하고 싶어지던 풍경



건물 옆으로 돌아가니 인공폭포가 있어서 깜짝 놀랬다

그리고 저 위의 정자에도 올라가보고 싶었다



호수의 물이 조금 더 맑았으면 더 좋았으려만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음



2층에서 1층으로 그리고

건물의 내부에서 외부로 나와서는

천천히 출구로 이동했다



몇 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이 제법 어두워졌고, 그나마 얼마인가 있던 사람들도 거의 다 사라져버렸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폐장시간이 가까워 온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천천히 출구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내게 중국어로 뭐라뭐라 하면서 지나갔다. 내가 현지인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린안타이 구춰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어영부영왔으나, 생각보다 만족하면서 둘러본 곳이다. 때로는 정보를 모를 때가 득일 때도 있구나, 싶었다. 나는 한 중년 커플과 가마 앞에서 영상을 찍던 여학생들과 마지막으로 린안타이 구춰를 빠져나왔다. 다들 출구를 나와서는 바로바로 어디론가 떠났지만, 나는 어딜 가야할지 몰라 잠시 근처 길 가에 앉았다. 아픈 다리도 쉬게 하고, 어딜갈지 찾아보기도 할 겸.


해가 지고, 저녁이 되니까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융캉 우육면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