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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4 대만

타이페이 근교, 잉거(鶯歌)에 있는 도자기 거리 여행기 /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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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거 도자기 박물관을 둘러보고 너무 흡족했다. 솔직히 산샤는 뭐랄까 조금 아쉬움이 남는 여정이었는데, 도자기 박물관이 그 아쉬움을 차고 넘치게 채워주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도자기 거리로 걸어갔다. 거리는 멀지 않아서 1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가는 길에 인도가 거의 사라져 걷기에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향을 잘 잡고 걸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온 거에 비하면 잘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다.


잉거(鶯歌)는 타이페이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지금은 도자기 마을로 알려져 있지만, 1684년에 기록된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는 마시는 차를 재배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약 200여 년 전에 광저우에서 '오안(Wu An/吳鞍)' 이라는 사람이 이주해와서는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게 잉거 도자기의 시초였다고 한다. 그 이후에 벽돌 제작자인 진곤(Chen Kun/陳昆)' 이라는 사람도 잉거로 이주해왔는데, 현재의 잉거는 이 두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한편, 도자기가 가진 이미지가 옛 것을 떠오르게 하는 터라, 이 곳도 뭔가 옛스러울 것 같았는데, 그러하진 않았다.



잉거 도자기 박물관을 꿈처럼 둘러본 후

잉거의 또 다른 명물인 도자기 거리로 향했다

시내 쪽으로 잠시 걸었는데

저 멀리 간판에 코니카 필름 로고가 반가워 담았다

회사는 망했는데, 아직 살아있는 것만 같은 착각



잉거 도자기 거리 입구에 있던 관광안내판이다

깜짝 놀랐던 게, 이걸 직접 그린 거 였음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한 컷 찍었다



여기가 잉거 도자기 거리이다

사람도 별로 없고, 별로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거리 전체가

거대한 도자기 가게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래서 도자기 거리였음



우리나라의 인사동 느낌이 났는데

아무래도 도자기가 가격이 비싸다보니

여행자인 내가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졌다



그래서 가게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모습들을 담았다

여기는 수석과 자수정 등을 팔던 가게



거대한 화분인거 같기도 한데

용도가 궁금한 신기하게 생긴 그릇들이

뒤집어져 한 데 포개져 있었다



가게 주인이 안보이길래 가게 안을 살짝 담았다

가게마다 달랐지만,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표시가

출입문 근처 어딘가에 붙은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상점들 사이를 걷다가 뭔가 좀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다른 가게처럼 도자기를 파는 곳은 아니었으나

다른 가게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살짝 들어가봤다

이 곳의 이름은 슈즈 포터리(The Shu's Pottery)이다

한자로는 '新旺集瓷'이라 쓰고, 한국어로는 '신왕집자'라고 읽는다



내부에는 이렇게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었다

도자기를 만들면 이 곳에서 불에 구워준다고 한다

시간이 좀 걸려서 며칠 걸린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그리고 슈즈 포터리에서 전시하고 있던

아기자기한 컵과 작은 그릇들

전시 영역이 따로 있었는데

어린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이건 파는 거 같았는데

색의 스펙트럼이 너무 예뻤다

모양도 둥글둥글했음



한 켠에는 마치 이케아 처럼 주방을 만들어 놓고

그 안을 죄다 도자기로 채워 넣은 곳도 있었다

남자인 내가 보고 있어도 너무 예뻤음



슈즈 포터리에서 너무 예쁜 티폿(Tea Pot)을 보고

살까말까 고민을 30분이나 하다가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몸만 나왔다

근처에 학교가 있는지 학생들이 보였다



내부가 어둡고 황금색으로 빛나던

뭔가 굉장히 고급스러웠던 가게



그리고 구불구불한 담장을 지나



도자기 거리의 안쪽으로 들어왔다



딱 보기에도 지은지 얼마 안된 건물이 있었는데

쇼핑몰 느낌이 나서 들어가볼까 하고 들어갔다

건물 이름은 '잉거광점미학관(鶯歌光點美學館)' 이고

슈즈 포트리(The Shu's Pottery) 근처 Taoci St.에 있음



잉거광점미학관 내부는 예뻤으나 뭔가 좀 허전했다

알고보니 이 곳의 오픈 날짜가 어제(12/2)였음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여러모로 풍성해졌을거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 곳도 도자기로 만들어진

예쁫 그릇이나 다기, 심지어는 차를 팔고 있었다

내 취향이 이렇진 않은데, 이건 참 예쁘더라



2층에 올라가 차를 팔고 있는 가게와

악세서리를 팔고 있는 가게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빈 가게가 많아서 슬쩍 둘러보고 나왔다



저 앞에 보이는 살짝 곡선화 된 건물이 멋진 길이었다

문득 바스(Bath)의 로얄 크레센트(Royal Crescent)가 생각났다

규모나 웅장함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도 말이다

이 곳은 Chongqing St. 의 끄트머리 즈음이다



뭔가 굉장히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다

들어가보진 않고 그냥 지나갔음



잉거의 도공들은 처음에는 석탄을 태워 도자기를 구웠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저렇게 높은 굴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스로 구워내어 굴뚝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이 굴뚝이 있는 곳이 잉거 도자기의 발원지라고 함

평일에는 1시간, 휴일에는 30분 마다 연기를 내뿜는다고 한다



적당히 둘러봤다고 생각되어 타이페이로 돌아가보기로 했다

도자기 거리의 감흥은 도자기 미술관보다는 못했다

한 번 쯤은 둘러봐도 좋다고 생각했다

다시 잉거광점미학관을 지나쳤다



그리고 길거리 어딘가에 있던

진짜 집에서 많이 쓰일법한 그릇들을 지나



도자기 거리의 초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도로표지판을 참고해서 잉거역으로 향했다



엄청 가까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거리가 있더라

역으로 가는 거리는 매우 한산해서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괜한 걱정일 뿐이었다



오래된 건물이 멋드러져 보여서 한 장 담았다

잘 관리하면 명소로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드디어 잉거역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걷긴 했지만, 옛날에는 괜찮았는데

이 날 따라 다리가 많이 아팠다

매년 여행할 때마다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여차저차 표를 끊고 플랫폼에 들어와서 기차를 기다렸다

여기서 타이페이까지는 30분 정도 밖에 안걸린다



잉거(鶯歌)

'앵무새의 노래'라는 뜻이라는데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 이름이 왜 앵무새의 노래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잉거라는 이름이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봤다. 잉거 북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 이름이 잉거석(鶯歌石) 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재의 잉거의 이름은 그 돌에서 따온 것이라고. 잉거가 도자기로 유명해진 건 2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그 역사가 짧은 편이고,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의 기록에 이 곳에 사람이 살았다고 하니, 아마도 그 옛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게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