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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상상력을 마구 꿈틀대게 하던 마법의 공간 - 팀버튼전시회 / 201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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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팀버튼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내게 큰 의미가 있던 건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봤던 가위손의 감독 정도다. 물론 몇 개의 작품 이름을 더 알고 있지만, 그 영화를 아주 인상 깊게 봤다던가, 그의 빅 팬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왜 가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그의 기괴한 그림이 전시된 모습을 보기도 했고, 내가 현대카드 회원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 전시회가 대기표를 나눠줄 정도로 성황이라는 소문에 한 번 가보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 전시회를 보고 싶어했을까? 지나간 시간의 어느 지점부터 보고 싶어했을까?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이미 전시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걸어온 길을 뒤돌아서 담았다

어떤 아저씨가 여기서 이 각도로 찍길래 따라 찍은 것



서울시립미술관 정문에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떻게 담아도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청동 느낌의 현판(?)을 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 지난 번에 Keane 콘서트도 갔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인파를 마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현수막과 창문에 있는 그림들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뭔가 정말 전시회에 온 느낌이 들었다



2층 높이만한 대형 현수막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

전시장 입구에 운치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정말로 달밤에 불이 켜지면 더 예쁠 것만 같은



그리고 창문에서 빼꼼히 밖을 보고 있는 팀버튼의 친구들

건물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었다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만 같았던 미술관 앞

가만 서서 지켜보니, 주로 연인이나 친구들이 많았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그다지 많이 않았다



티켓부스마저도 팀버튼 컨셉으로 꾸며놓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저 화살표가 참 마음에 들었다

관람료는 1만원인데, 현대카드 회원이라 8천원에 볼 수 있었다

매표소에 계신 분이 하시는 말이, 대기시간 40분 정도 걸린다고



표를 끊고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건 신기하기도 한데 사람이 바글바글한 지옥 같기도 하고

저 파란 풍선 앞에서 대기표를 빨리 받아야 했다



티켓과 책자와 대기표

대기번호 1970번이라니

이래서 매표소 직원이 40분이라고 얘기한 거였구나



내가 대기표를 받을 때의 입장번호

내 앞에 269명이 더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 관람하고 나올 때 보니까 2100번이 넘어가 있었다



백남준을 생각하게 했던 TV모니터들

어떤 이미지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봐도 잘 모르겠더라

전시장은 촬영불가하다는 말을 먼저 들어서 이것이라도 담았다



원래는 벽만 담으려고 했는데

어떤 분이 저렇게 포즈를 취해주셔서 살짝 담았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1층의 풍경

긴 혓바닥 계단과 이름 모를 마치 열기구 같은 아이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2층 전시회장 입구

전시장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런 에티켓은 지켜주는 문화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복도에 있던 텍스트를 담아보기도 하고



3충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사람 구경을 하기도 했다



다시금 액자를 담아보다가는



저 아래 1층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전시회 자체는 되게 괜찮았다. 그냥 그림만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서 조금 과장하면 하나의 어떤 다른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볼거리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상상력이 마구 꿈틀대는 그런 느낌이었다. 가위손이 다시 보고 싶어지고,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다시금 떠오르는 여운이 있었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 소심하고 귀여운 괴물이 뛰어노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제가 자란 캘리포니아의 버뱅크에는 미술관이 많지 않았습니다. 십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미술관에 가 본 적이 없을 정도였죠. (유일하게 갔던 Hollywood Wax Museum을 미술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겠죠) 대신, 주로 괴물영화와 텔레비젼을 보고, 그림을 그리거나 동네 공동묘지에 가서 놀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나중에 미술관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던 무렵, 미술관과 공동묘지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에 깜짝 놀랐습니다. 무서운 느낌이 아니라, 두 장소 모두 고요하고, 자기 성찰적이면서도 짜릿한 기운을 지난 장소라는 점이 닮아 있었죠. 미술관은 흥분과 미스터리, 새로운 발견, 삶과 죽음이 함꼐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시기를 보낸 저에게, 세상에 공개될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았거나, 단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 같은 작은 요소들까지 보여주게 될 이번 전시는 매우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서울에서 진행하게 되어 매우 영광으로 생각하며, 한국 관객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팀 버튼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09 팜플렛 중 발췌)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물리적 공간의 한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조금만 더 편안하게 감상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내가 갔던 주말에는 대기표를 받고서 기다리고 있다가 대기순번이 되면 들어갔었는데, 막상 들어가더라도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 페이스 대로 전시물을 관람하는 게 아니라, 뒷사람에게 밀려서 관람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유관람을 하라는 안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한 자리에 오래 있긴 싫었다.


팀버튼 전시회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4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첫 전시를 했다고 한다. 그 후 멜버른, 토론토, 로스앤젤레스, 파리에서 전시를 하고, 이번에 서울에서 하는 전시회가 여섯번째이자 마지막이라고 한다. 예전 전시보다 그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고 하며, 다른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많다고 한다. 끝으로, 팀버튼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단어로, 버트네스트(Burtonesque)라는 단어가 있댄다 




그냥 가기 너무 아쉬워서 관람을 끝내고 나오면서 담은 정문

팀버튼의 색이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