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여행

4년 전에 다녀온 출사 - 화성공룡알화석지 / 2011.07.05

반응형

차를 사고 3개월쯤 되었을거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감을 못잡던 때가 있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혼자서 차를 몰고 나가서, 차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돌아온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차가 없던 때는 이런 게 로망이었다.


모 사진 사이트에서 우음도를 담은 사진이 일시적으로 많이 올라오던 때가 있었다. 그림이 너무 예뻐서 어딘지 확인하고, 어떻게 갈지 알아보니 대중교통으로 가는 건 매우 어렵다고 하여 포기했었더랬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시 우음도 사진을 봤고, 여기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차를 몰고 우음도로 향했다.


우음도에 거의 다 왔을 즈음, 번듯하게 지어진 건물이 있어, 그 곳에 차를 댔다.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라 흙먼지가 날렸다. 새 차라 먼지 붙는 게 싫은데, 라는 생각과 새 차인데 돌이 튀어 상처가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등을 했었더랬다. 차를 대고 보니, 화성 공룡알 화석지. 그래서 구경하게 되었다.


제 때 정리를 하지 않아 사진만 남고, 기억은 아스라져 버렸다.



데크를 걸었는데, 눈 닿는 곳마다 절경이었다

높은 건물이 없고, 한가롭고 고요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기 위함인지

저 멀리까지 데크를 만들어서

그 위를 걷도록 구성해놓았다



저 멀리에 마치 아지랑이처럼 도시가 보였다

사진으로 봤지만, 실제로 와보니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7월이라 날이 엄청나게 더웠다

이 곳은 다 좋았으나 그늘이 없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그늘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지평선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비록 저 끝에는 산이나 건물이 있어 진짜 지평선은 아니었지만

시야가 굉장히 넓게 확보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는



둥글게 휘어진 데크

오가는 사람을 나누기 위함인지

아니면 가운데에 있는 식물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저 한가운데 서서 찍은 사진들을 확인했다. 햇빛이 굉장히 강해서 액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카메라 액정에 창을 만들어 사진을 어렵사리 확인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세팅값을 확인하니, 뭔가가 잘못되어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뭐가 잘못되었는지 기억이 남아있진 않다. 여튼 그래서 카메라 세팅값을 조정했다.


그 결과는 위와 아래의 사진이다. 느낌이 제법 다르다. 보정으로 극복해보려고 했지만, 사진 한 장 손 보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는 않는 스타일이라 그냥 틀어진 색감을 유지하기로 했다.



화성 공룡알 화석지의 데크를 걸으며 봤던 풍경

마침 하늘도 참 예뻤다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그리고 내가 걸어가야 할 데크

저 앞에는 한 커플이 있었는데

흰 양산을 사이좋게 쓰고 걷는 모습이

그저 부러웠다



지평선의 반대, 육지 쪽의 모습

풍경만으로 보면 너무 평화롭기만 했다

하지만 이 당시는 개발을 반대하는 우음도 주민들과

개발사들과의 마찰이 있던 시기였다



그림자로 남겨놓는 나



이 곳은 사방 천지가 온통 풀이었다

나중에 듣고보니, '삘기'라는 아이라 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 속을 걸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같은 바위들과

그 외 여러 모양의 바위들도 있었다



두 개의 바위 사이에 자라는 나무인데

멀리서 보니 저 자체가 마치 하나의 섬처럼 보였다



거의 처음으로 쉼 터가 있어 잠시 쉬었다

하지만 천장이 유리로 되어있어

뜨거운 빛을 막아주는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보게된 공룡알 화석

이건 마치 쇠공을 반으로 잘라놓은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파괴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보존되어 있으니 신기하고도 고마울 따름



공룡알 화석을 잠시 보고 나서 그냥 데크를 걸었다

이 곳을 걸으며 보던 고요했던 풍경과

기암괴석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앞으로 송산그린시티로 개발되어 사라져 버릴 풍경

변하지 않으면 좋으려만 너무 아깝다



4년 전이고, 7월 무더위 속이라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혹시나 다시 찾아가면 이렇게 사진 속처럼

호젓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표지판을 뒤에서 담은 모습인데

마치 뛰는 타조 같아서 담았다



이 곳의 너른 들판은 원래는 개펄이었던 모양이다. 간척으로 인해 바닷물이 끊겨서 이제는 육지로 변해버린 곳. 옛날 학교에서 간척사업으로 땅이 넓어진다고 배웠다. 하지만 머리가 굵어진 후 생각해보니, '땅을 넓히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자본수익률 확보를 위함'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도시로 개발되고,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면 투자수익을 챙겨가겠지. 하지만,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의 가치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