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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멋모르고 아라뱃길 자전거 도로를 따라 정서진을 다녀온 기록 / 201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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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의 나는 자전거를 산 다음,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처음에는 동네를 다니다가 점차 멀리 움직이기 시작해, 언제부턴가는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으로 나가 한강으로 향했다. 여의도를 다녀올 때도 있었고, 방화쪽으로 길을 잡아 들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 그러다보니, 금방 지루해져서 어딘가 새로운 길을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아라뱃길 자전거 도로를 가보기로 했다.


출발 전에 거리를 찍어보니, 깜짝 놀랄만한 거리라서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땡볕에 엄청나게 힘들게 자전거를 타서 정서진을 찍고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 정서진까지 가는 길에 편의점 같은 곳이 없어서 그 먼 길을 물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힘들게 갔었더랬지. 이게 벌써 3년 전이라는 게 놀랍기만 하다.



집에서 출발해 안양천을 따라 한강에 도착한 다음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참을 오니 이제 겨우 방화대교다

일단 여기까지 오는 데도 힘들었다



서쪽으로 더 가다보니

이런 팻말이 휑덩그레 있어서 잠시 담았다

"안녕히 가세요"



자전거 길인데 자전거 길은 사라지고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잠시 내려서 자전거의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는 아직도 이 자전거를 탄다



굉장히 너른 평원이 있었는데

서울과 가까운 곳에 이런 풍경이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아라뱃길이 생기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아라갑문'

이 곳에서 잠시 쉬면서 보니, 자판기가 있길래

음료수를 뽑아 먹었다



제법 많이 온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는 것



자전거 길과 들판 위로 둥글게 굽어있는

전호대교를 지나서 서쪽으로 향했다



어딘가 길가에서 본 풍경

붉은 크레인이 인상적이라서 담았다

크레인이 빨간 건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아직은 썰렁하기만한 경인항 컨테이너 부두를 담았다

경인 운하로 물류 수송을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시설은 거의 개점 휴업 상태나 나름없었다



다른 한 켠에서는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서울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거짓말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이 땡볕 아래에서 페달질을 하는 것도

새빨간 거짓말 같이 느끼고 싶었다



저 멀리 소실점으로 보이는 길을 보면서

저기까지 어떻게가냐..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뭔가를 발견했다



하.. 한참을 왔는데 이제야 아라 자전거 길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돌아갈까, 고민을 했었지만

포기는 없다며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경인 운하 위로 지나가는 배는 없었는데

경찰 보트 한대가 순찰을 돌고 있는지 지나가더라

그 모습이 신기해서 담았음



그리고 저 멀리서 굉음을 내며 다가오던 비행기

배가 주황색인 걸 보니, 제주항공 비행기이다



녀셕은 내 위로 붉은 배를 드러내며 지나갔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져온 물을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가다보면 편의점이 있겠거니 싶었지만

정말 충격적이게도 정서진까지 물을 살 곳은 없었다



나는 어디쯤일까

힘들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쉬는 타임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아무 생각없이 페달질을 시작하고..



마침 벤치가 있어 잠시 쉬었다

하지만 그늘이 없어서 아주 곤혹스러웠다

시설 담당자를 욕하게 되더라는



건너편에 있는 폭포도 구경하고



잠시 쉬면서 내가 지나왔던 길을 담아봤는데

저 다리가 그 여정을 상징하는 것만 같은

기념물처럼 느껴져서 뭔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도넛 모양의 전망대가 있었다

나중에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하고서는 아직도 못가봤다



바퀴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 넓어서 마찰력이 큰 MTB가

어째서 바퀴 폭이 좁은 내 자전거보다 더 빠른가?

이건 아직도 잘 모르겠는 부분



목이 말랐다

너무 목이 마른데 가야할 길은 끝이 안보였다

몸도 지치고 햇빛은 불타오르고, 많이 힘들었다



한참 페달질을 하다보니 양귀비가 피어있었다

이렇게 많이 피어있는 건 보지 못해서

자전거래에서 내려 사진으로 담았다



봉화도 있어서 순간 남산 생각을 했던 부분

그리고 이쯤에 얼음물을 2천원인가에 파는 아저씨가 있었으나

물을 2천원 주고 사기엔 아까워서 그냥 지나쳤다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

이제와서 돌아가면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아직도 끝이 안보인다



정말 정말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 찍을 정신은 있었는가 보다



아.. 드디어

저 멀리 보이는 정서진

감동이었다



언덕길을 내려가기 전에 한 컷 담았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나무 넷

트럭 둘

플라스틱 드럼통 다섯



이제는 정말 지척이다

저 풍력 발전기가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한 컷 담았다

내가 기특하고 녀석이 기특해서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정서진

정말 감동과 희열의 도가니였다

그리고 게으르고 귀차니즘의 내가

이걸 해냈다는 것도 신기하고



자전거를 보관대에 묶어 놓은 순간은 정말

오줌을 지를 정도로 감동과 희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굉장히 목이 말랐던 나는

게토레이 750ml 2개를 사서 그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아, 정서진이다

돌아갈 길이 아득하지만 일단은 생각하지 말자



경인 아라뱃길

자전거를 타고 인천을 오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영종대교

그리고 범섬



자전거 길 종주 수첩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는 뭉친 다리를 풀어준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주변을 걸어다녔다



마치 모 의류 브랜드의 로고 같았던 조형물



정서진의 모습

이렇게 보니까 평화롭기만 하다

내 마음은 집에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 아득한데



까마득하지만 집으로 가자

지금 가면 오늘 중에는 도착하지 않을까?



정서진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니, 생각보다 매우매우 힘들었다. 시간을 기록하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사진 찍은 시간으로 추정하건데, 방화대교에서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우리집에서 안양천을 따라 한강까지 간 다음, 한강에서 방화대교까지 가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리니, 넉넉잡고 쉬는시감 포함하여 편도 5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내가 미쳤지, 이런 짓을 하다니.


자전거를 탄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갔던지라 체력이나 요령이 부족했고, 날은 매우 더웠으며, 중간에 물이 떨어져버려 매우 힘들었었다. 이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쉬는 곳에서 만난 본인 자전거가 수백만원 짜리라고 자랑하던 아저씨 덕분에, 정서진까지 가는 데는 맞바람이 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쩐지 돌아올 때는 힘든건 매한가지였지만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왔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사진이 없다. 어차피 같은 길로 왔으니.


이렇게 정리해보니,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 큰 맘을 먹어야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