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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06 영국

베테랑 카 런(Veteran Car Run) 그리고 브라이튼 해변 산책 / 2006.11.05

일요일이었다. 영국에서 집을 구해서 산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어학원도 안가고 평화로운 일요일이었는데, 문득 햇살이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바닷가 산책을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브라이튼의 Upper Rock Garden(길 이름)에 살고 있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브라이튼 해변이 있었으니.


코에 신선한 바람을 넣을 생각으로, 그리고 사진을 좀 담아볼까 싶은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이 많아 보였다. 궁금해서 자세히 다가가니 1년에 한 번 있는 레이싱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너무 놀랬던 건, 자동차들이 흑백사진이나 박물관에 있을만한 녀석들이었다는 거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는다는 게 이런 것이었을까, 싶었다.


클래식 카도 실컷 구경하고, 브라이튼 해변을 걸었던, 2006년 11월의 첫 번째 일요일, 지금으로부터 9년 전.



해변에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놀랬다

자동차 레이싱의 결승선이 있었는데

'베테랑 카'라고 불리는 올드카들의 열전이었다

출발지는 런던, 결승선은 브라이튼



차들은 제법 띄엄띄엄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차들이 박물관이나 흑백사진에서

등장할 정도로 오래되었더라

대략 100년 전후의 자동차랄까



이 레이싱은 스피드나 시간 경쟁의 방식이 아니었다

차량이 길을 지나가는 퍼레이드와 유사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베테랑 카에는 다들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차의 무게를 가볍게 하면 빨리 달릴 수 있었을텐데

그와 반대로 정원을 꽉꽉 채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어쩜 저리도 관리를 잘했는지

100년이 지났거나 지날 예정인 자동차인데

마치 새 것마냥 번쩍거렸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

오래된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행사 참가자들은 자신의 자동차를

많은 사람이 보고 신기해하는 것에 뿌듯해하는 듯 싶었다



이런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이 날 이후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브라이튼 해변으로 내려왔다

끝없이 뻗은 바다



갈매기가 내 주위를 날아다니길래

사진으로 담아봤다



그리고 해변을 걸어 피어(Brighton Pier) 쪽으로 향했다

갈매기들이 겁도 없이 사람 근처에서 어슬렁대고 있었다



참 신기했던 건 갈매기의 무늬가 해변과 일치해서

마치 보호색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어딘가에 있던 빨간 문

어쩌면 나의 빨간색 사랑이

이 때부터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브라이튼의 상징과도 같은 곳, 피어



갈매기 한 마리가 뒷짐을 지고

세상을 달관한 듯한 표정으로 바다를 보고 있었다



브라이튼 해변 그리고 바다



브라이튼 피어

개인적으로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

왜냐하면 나중에 이와 똑같은 엽서를 봤기 때문에



브라이튼 센터(Brighton Centre) 앞의 해변은

사람이 많이 바글대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 옆으로 비껴나와 해변을 봤으나

여기저기 죄다 커플이라 초라해졌더랬다



그리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웨스트 피어(West Pier)

2003년에 발생한 화재로 홀랑 타고 뼈대만 남았는데

묘하게도 저 철골 또한 이 곳의 상징이 되었다



오빠가 여동생에게 바다에 돌을 던지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잠시 바라봤었다



다시 피어 쪽으로 돌아왔다

마치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오묘하고 이상한 느낌이라 사진에 담았다



바다 그리고 네 사람



친구



다시 '베테랑 카 런(Veteran Car Run)' 결승점으로 돌아오니

클래식 카들이 줄을 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건 윗 사진의 반대편 모습

거리는 순간적으로 한산했지만



잠시 후 다른 차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런던에서 출발하여 브라이튼까지 온 차들이다



결승선 뒤 쪽으로 넘어가니

클래식 차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사진 아래쪽에 보면 클래식 카들이 주차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둘러보더라는



브라이튼 피어

해가 지려한다



오래 걸었더니 다리도 살살 아프고 해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아까 본 클래식 카들이 공도를 다니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그래서 낼름 카메라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베테랑 카 런(Veteran Car Run)'은 영국에서 매년 열리는 일종의 레이싱이다. 정식 이름은 London to Brighton Veteran Car Run 이며, 줄여서 LBVCR로 표기하기도 한다. 매년 11월 첫번째 일요일에 행사가 진행된다. 1896년에 시작되어 2015년 현재 119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의 올드카 또는 클래식 카를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런던의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브라이튼(Brighton)'까지 약 60마일을 달리는 행사이고, 매년 500대 정도가 참여한다고 한다. 참여 요건도 까다로워서 1905년 이전에 만들어진 차량만 참여가 가능하다. 왠만한 차량은 110년이 넘은 셈. 그리고 이 레이싱은 1896년 내연기관 자동차 법(Law of the Locomotives)이 개정되어 최고 속도가 4마일(6.4Km)에서 14마일(22Km)로 상향 조정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법은 내연기관차가 사람보다 빠르게 갈 수가 없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속도 경쟁이나 기록 경쟁은 대신에 완주에 의미를 두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