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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필름, 두 번째 롤 : 아그파 비스타 200 - 롤라이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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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클래식 카메라에 꽃혔던 적이 있었더랬다. 처음에는 로모를 사고 싶어했지만,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독일제 롤라이35가 들려있었다. 엄청 귀엽게 생긴 이 녀석은 1966년부터 독일에서 생산하다가 1971년 이후로는 싱가포르에서 생산하게 된다. 구입하면서 초기형(독일)과 계량형(싱가포르)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나는 가격이 더 비싸고, 사진찍기는 더 힘든, 독일제 초기 모델을 구입했다.


그렇게 사진찍기가 어려워서 이 카메라로 찍은 필름은 단 1통 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롤을 넣었다가, 언제부턴가는 책장 한 켠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필름카메라 뽐뿌를 받아서 들고 다니다가 현상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물. 아무래도 망한 사진이 많다.


카메라 : 롤라이35 / Rollei35

필름 : 유통기한 4년 지난 아그파 비스타 200

현상 및 스캔 : 홍포토



진에어 영업지원팀 시절의 내 자리

좌측에 PYN 부장님이 계시고

앞자리에는 나보다 먼저 퇴사한 JY의 뒷모습



내 오른편에서 광고/홍보를 담당했던 멍충이 JH

이 두 장은 무려 2009년 사진이다



여기는 강원도 정선의 한반도 지형이다

이건 2012년 사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12년 여름 이후

겨울 어느 날의 홍대



여기도 홍대인데 내 기억에는

특별하게 남아있지 않는 부분



사진이 참 따뜻하게 잘 나왔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연세대 아니면 충남대 같은데..



흙 위에 소복히 쌓인 눈



대학내일로 이직 후, 퇴근하던 어느 날

마포대교를 건너며



이건 또 다른 날 퇴근하면서

160번 또는 260번 버스 안에서 담은 사진



눈이 많이 온 겨울

출근 길의 서울역사박물관



신문로 2가에 있던 대학내일 옛 사옥

스튜디오 엔으로 출근하는 길



눈이 많이 와 나무 위에도 소복히 쌓였다



지금은 철거되고 건물이 들어선 자리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그 한 번을 못갔다

갤러리, 르미에르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

대학내일 옛 사옥, 스튜디오 엔



눈이 소복히 쌓인 '타인의 취향'

가본 적은 없는 음식점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나왔다보다

안양천 합수부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모습



그리고 2015년, HJ를 기다리는 내 아방이

유통기간이 지나서인지 질감이 많이 다르다



풍경



내 아방이

트렁크 위의 커피 한 잔



그리고 HJ와 함께

강화도로 나들이를 나왔다



사진을 여러 장을 담았지만

전부 노출 부족으로 망했다



롤라이35는 사진찍기가 매우 어렵다. 요즘 디카는 반셔터를 맞추면 초점이 자동으로 잡히지만, 이 아이는 '목측식'이라 눈으로 거리를 대충 가늠해야 했다. 예를 들어, 피사체가 내게서 3M 떨어진 것 같으면 거리조절링을 3M에 두고 찍는 것이다. 초점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줄자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없다. 정말 감으로 찍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노출계도 뷰파인더 내부에 있는게 아니라, 카메라 상판에 있어서, 뷰파인더를 보다가 눈을 떼고 카메라 상판을 마치 어린아이 정수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바라보면서 노출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50년이 넘은 카메라가 동작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 재미도 있다. 필름을 현상할 때의 그 설레임과 두근거림은 정말 필름만이 주는 기쁨이 아닐는지. 그래서 종종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닐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