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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솔로라면 선유도 공원은 한겨울에 가는 게 제 맛 / 200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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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 옛날부터 이름을 많이 들어봤었다. 사실,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편이라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사진 사이트에서 화창한 날씨의 선유도 공원의 사진이 올라올 때면, 나는 그게 그렇게 예뻤더랬다. 하지만 섣불리 가기도 좀 뭐했던 게, 거긴 커플 천국이라 혼자가면 뻘쭘하다는 댓글들이 많았다. 그런 글을 보면 괜시리 소심해져서 지레 겁을 먹었다. 그리고 몇 달인지, 혹은 몇 개의 계절을 흘려보냈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지금 가면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겨울이라 추우니까, 날씨가 좋을 때보다는 연인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서 선유도 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렇게 처음으로 담아본 겨울의 선유도 공원 사진이다.


다행히도 커플은 물론이거니와,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다. 덕분에 편하게 사진을 담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200장 가까이 찍었는데, 건질만한 사진이 별로 없던 것은 함정. 그리고 이 날 이후로 선유도 공원에 가본 적이 없는 건 더 함정이다



선유도 공원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던 중

얼어붙은 한강 위로 쌓인 눈에 발자국을 남기는

흰 오리 친구들을 봤다



마땅히 찍을 만한 게 없어서

저 송전탑을 담아보기도 하고



공원 초입 어딘가에 있는

계단을 내려온 후 사진으로 담았다



나를 보고서는 도망가는 야생 고양이

그저 조금 놀아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내가 마음에 안들었는가보다



선유도 공원은 약간 복잡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도 같은 것 없이

그냥 발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눈 위의 마른 나뭇잎

가을과 겨울의 느낌



여름이면 푸르렀을 것 같은데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 뿐이었음



겨울이라 그런지 찍을 소재가 별로 없었다

오죽했으면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화장실 표지판을 담았을까

이거라도 담아야겠다, 싶었다



나무 외에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앙상했음



그래서 이런 마른 나뭇잎이라든가



이렇게 가로등 같은 것을 담았다



걷다보니 이런 곳을 지났는데

예전에 정수장 시설의 일부로 생각되는 곳

이제는 공원의 산책로가 되었다



가지만 남은 관목과 앙상한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있던 기둥 사이로 누군가 지나가길래

살짝 기다렸다가 그 찰나를 담았다



공원의 어딘가에는

대나무 숲도 조그마하게 있었다

마치 풍요 속 빈곤 같은 겨울의 푸르름



사람이 없다

겨울이지만,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솔로라면 선유도 공원은 겨울이다



부서진 눈사람을 담고



이런 계단을 지났다



섬 전체가 너무 고요해서 여백 같았던 곳

천천히 걸으며 그 적막한 공허를 음미했다



눈에 덮인 녹색 식물을 보면서

대단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생각했고



맨홀 부분만 구멍이 난 눈밭을 보면서는

마치 총에 맞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공원은 사진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다보니 센치해져서는

이빠진 톱니가 괜히 슬퍼보였다



예전 정수장 시절의 부품인데

이제는 조형물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아이



사진을 찍을 때는 삼각형으로 생각하고 담았는데

막상 담고보니 의도한 것만큼 예쁘게 나오진 않았다



강의 건너편

아마 양평동 즈음이 아닐까?



해가 막 지려는 하늘이 예뻤다

노출을 하늘에 맞추서 살짝 어두워보이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어둡진 않았다



걷다가 옛 정수시설도

둘러보고



어딘가에 잠깐 올라서는 순간

아.. 황량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 노출을 맞춰서

실제보다는 어둡게 나왔음



누군가가 벤치 위에 만들어 놓은 작은 눈사람이

피식 웃음을 주었다



서서히 돌아가야지

공원 안에서 마지막으로 담은 사진



그리고 한강 다리를 건넜다

겨울 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