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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5 이탈리아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첫번째 마을 리오마조레(Riomaggiore)의 밤 /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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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퀘테레의 다섯 번째 마을인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에서 네 번째 마을인 '베르나차(Vernazza)'까지 약 2시간 정도 트래킹을 했다. 그리고는 피제리아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베르나차를 둘러봤다. 어제그제 지나왔던 베네치아와 파르마와 같이 친퀘테레도 굉장히 더웠는데, 활동량이 많아서 땀을 많이 흘렸더랬다. 그래서 체력이 빨리 그리고 많이 소모된 것 같았다. 늦은 오후가 되었을 뿐인데, 굉장히 피곤해져서 기차를 타고 첫 번째 마을인 '리오마조레(Riomaggiore)'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는 우리 둘 다 잠시 눈을 붙쳤다.


두어 시간을 잤을까? 늦은 오후에 일어났다. 몸은 약간 개운해졌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이 곳까지 여행와서 낮잠을 자다니.. 이 무슨 사치스러운 시간을 보냈단 말인가! 하나라도 더 돌아보고 봐도 모자랄 판에. 그래서 밖으로 나가 '리오마조레(Riomaggiore)'를 둘러보기로 했다. HJ를 살짝 깨워 물어보니, 더 자고 싶다고 해서 카메라를 메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카드 키가 하나 밖에 없어서리 키를 방에 두고 나왔다. HJ가 자는 동안 에어컨이 꺼지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나중에 엄청 고생하게 된다.



'친퀘테레(Cinque Terre)'의 첫 마을 '리오마조레(Riomaggiore)'

가장 번화한 골목으로 나와보니 해가 살살 지고 있었다

Via Colombo



약간 오르막으로 된 골목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빨래방이 어디 없나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이 골목의 오른편 어딘가에서 찾았더랬다



걸어 올라온 길을 뒤돌아서 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둘이서 다녔는데

혼자 다니려니 뭔가 어색한 기분이었다



어떤 건물에 널린 빨래가

뭔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담아봤다

리오마조레에 밤이 스며들도 있었음



지붕 위에 십자가가 없었다면

성당인 줄 몰랐을 작은 건물을 만났다

Oratorio Assunta in Cielo



골목길을 계속 걷다보니 차단기가 있었다

이쪽과 저쪽을 나누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나뉘는 경계같기도 했고



리오마조레는 바닷가 쪽은 옛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었으나

바닷가에서 깊숙이 들어간 곳은 주차장도 있었으며

건물도 상대적으로 현대식처럼 보였다



리오마조레의 가장 번화한 거리를 따라 걸다보면

마을이 끝나면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길이 나뉜다

나는 왼쪽 길을 따라 걸었는데, 하늘이 참 예뻤더랬다

Via de Gasperi



마침 이 길에는 아무도 없어서

이 호사스런 풍경을 혼자 독차지 할 수 있었다



마치 색이 묻어나는 듯한 노을 빛이

바다를 향해 서 있는 건물들 위로 흩뿌려지던 모습



나는 길을 따라 바닷가 쪽으로 걸어갔다

가면서 풍경이 너무 예뻐서, 특히 빛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담았지만, 그 느낌까지 담긴 것 같진 않다



가던 길에 고급 빌라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꽃 장식이 자연스럽고 예뻐서 담았다



빛이 모자라서 사진 찍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조금 과장해서 해가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

노을지는 '리오마조레(Riomaggiore)'



낮에도 예쁜 마을이지만

이렇게 해질녘에 봐도 참 예뻤다



내가 걷던 길의 끝은 전망대처럼 만들어놓았는데

그 곳에서 내려다보니 리오마조레 기차역이 보였다

그리고 바다와 노을빛 하늘도



전망대처럼 운영되는 곳에는 작은 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말 작고 소박한 성당이 있었다

Oratorio San Rocco



바닷가 쪽 언덕즈음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오마조레(Riomaggiore)'의 밤



그리고 해가 떨어지는 하늘의 색이 참 예뻤더랬다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본 석양 다음으로 멋졌다



얼마인가 있으니, 하늘이 더 어두워졌다

마을에도 서서히 밤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참 예쁘다고 생각해서 오랫동안 바라본 풍경이었다



옛날에는 해적이나 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었던 성

그런 위협이 없는 이제는 전망대처럼 활용되고 있었다

사실 저 안에서 밖을 봐도 여태 봐온 풍경과 거의 비슷했다

'리오마조레 성 (Castello di Riomaggiore)'



한참을 있었더니, 이 곳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아까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따라 내려갔다

마을이 작아서 굳이 지도 같은 게 없어도

감에 의지해서 갈 수 있었다



나무와 고양이와 의자

이 고양이와 방향이 같아서 잠시 같이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도 아무렇지 않아했음



조명을 받고 있는 성당을 지나면서

나중에 저 안을 꼭 들어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다

1341년에 지어진 산 조반니 바티스타 성당



아까 만난 고양이를 벗삼아

숙소로 되돌아가는 길



시간이 제법 늦어서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 들어가 쉬거나, 숙소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있겠지

나도 얼른 숙소로 가고 싶어졌다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제외하면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동 거리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모기 때문에 앉아있지 않고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있었다. 특히, 낮에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트래킹을 했던 게 데미지가 큰 모양이었다. 한 잠 자고 나왔데도 숙소로 돌아갈 때는 지친 상태였다. 그리고 저녁인데도 날이 더운 건 매한가지라서 땀이 끈적끈적하게 났다. 어서 샤워를 하고 쉬고 싶었다. 피곤했다.


우리 숙소는 호텔이 아니어서 리셉션이 없었는데, 날이 밝았을 때는 열려 있던 중간문이 밤이 되니 잠겨서 방이 있는 복도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방에 있는 HJ에게 여러 번 연락을 해봤으나, 자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바깥으로 나섰다. 먼저 우리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광장으로 갔다.



해는 완전히 져서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가장 번화한 거리조차 사람이 없었다

카페가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고 발이 아파서 광장 벤치에 앉았지만

모기에게 몇 방 물리고는 다시 일어나서 걸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천천히 걸어다닐 생각이었는데

너무 어둡고 사람들도 없어서 목적지를 잃어버렸다

레스토랑에 들어가기에는 지갑이 없었다

밝은 불빛을 따라가다보니 바닷가로 왔더랬다



리오마조레는 바닷가도 굉장히 작아서

해가 지니 갈만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 빛이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추고

사진을 담으면서 혼자 놀았음



리오마조레 포구의 밤

숙소에 들어가지 못해 헤메고 있었던 순간



순간 온갖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 감정에 밀리면 안될 거 같아서 자리를 좀 옮겼다



포구 아래쪽에서 이동해서 담은 리오마조레(Riomaggiore)

그러나 나는 이 사진을 찍고서는

짜증이 폭발해 카메라 전원을 꺼버렸다



계속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숙소로 돌아왔다. HJ가 연락을 받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지친 몸으로 모기에 시달리며 바깥에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있었다. 짜증이 많이 났고 화도 나서, 한 소리 하려고 벼르고 있었지만, 나중에 연락이 되어 막상 미안해하는 HJ를 보니, 그게 또 안되더라. 그냥 몇 번 땍땍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때는 마치 트라우마처럼 각인되었다.


이런 일이 있었던 리오마조레의 밤. 글을 쓰다보니 또 화가나서 엄청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다 적었다가, 검열을 받고 나서는 해당 부분을 다 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