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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경주 여행의 시작은 양동마을에서 / 201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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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주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번에 증도 여행을 다녀온 후, 그 곳에 HJ를 한 번 데려가 보고 싶어서 조금 멀리 여행을 다녀오자고 운을 뗐다. 증도를 가자고 당장 얘기한 건 아니었고, 그 쪽으로 서서히 좁혀나갈 생각이었다. 오랜만에 멀리 여행가자는 말에 좋아하던 HJ. 그러나 막상 그녀의 입에서 튀어 나온 목적지는 '경주'였다. '왠 경주?'라고 묻는 내 말에, '으응, 그냥 한 번 가보고 싶었어.' 라는 애매한 대답을 들었다.


경주가 굉장히 매력적인 여행지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정작 아는 건 상식선의 지식이 전부였다. 초등학생 5학년인가 6학년일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게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이번 참에 한 번 가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고로 깔끔하게 증도를 포기하고, 경주로 목적지를 바꿨다.


경주로 목적지를 정하고 며칠 후, HJ가 경주 근처에 굉장히 멋진 곳이 있다고 했다. 어디나고 물으니, 양동마을'이란다. 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어! 거기 엄청 괜찮아!' 라며 가본 티를 냈다. 그 때의 HJ가 약간 김빠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기분탓이었으려나? 멍청하게 블로그에 여행기도 정리되어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도 해줬다. 그냥 안가봤다고 해야했던 걸까, 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그렇게 경주로 가는 길에 양동마을을 잠시 들렀다.



양동마을 전시관 초입에 있는 벽

내가 짧은 텀을 두고 이걸 또 보게 될 줄이야

세상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초기라서 컨디션이 아주 좋은 HJ

카메라를 보며 방긋방긋



핀이 살짝 나갔지만 참 잘 나온 사진

이 사진만 따로 놓고보면 되려 더 괜찮아 보이기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마을로 들어가고 있을 뿐인데

무슨 모델 코스프레 하는 줄



양동마을의 명물 양동벅스

그리고 HJ



우리가 갔던 10월 초입의 마을 어귀에는

코스모스가 참 예쁘게 피어 있었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듯



이렇게



꽃을 담다가 잠시



잠시 코스모스를 담고 나서야

양동마을의 전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마을 앞 호수에는 연잎이 가득했다



지난 번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한옥과 초가집이 잘 어우러진 공간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이 전통을 잘 보존했다면

관광 대국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풍경



마을 안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햇살은 여름처럼 뜨겁지 않았고

가을에 밀려 사라져 가는 온기가 느껴지는 정도였다



천천히 걸으며 담은 양동마을의 골목길

아기자기한 담장이 참 앙증맞았다



그리고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담은 어느 집의 모습

뭔가 스냅(Snap)스런 느낌이 묻어나오는 듯한



양동마을의 어느 기와집 앞에 흐드러지게 핀 꽃

그리고 그 붉은 꽃을 담는 HJ



어느 집 담당 너머로 흘깃 보이는 풍경은

고양이가 고무대야 위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계단의 양 옆으로 핀 꽃을 담는 HJ와

그런 HJ를 뒤에서 담는 나



마냥 푸르던 하늘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참 흐렸는데



양동마을 한 켠에 있는 큰 기와집인 관가정

마침 서예 전시가 있었는데, 풍류가 느껴지더라는



관가정 앞에서 바라본 풍경인데

저 앞으로 기차가 지나가더라

소리가 제법 크게 나서 아쉬웠다



사진 촬영에 열심인 HJ

하지만 HJ가 찍은 사진은

온라인에서도 거의 볼 수가 없다



서예로 어떻게 글씨를 이렇게 쓰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



관가정의 처마와 기와는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옛스럽고 멋스러웠음



작년에 함께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

구매했던 제주올레 말 인형

이 친구의 이름은 '말친구' 이다



다그닥 다그닥

마을을 돌아다니는 말 친구



지긋이 말친구를 바라보는

HJ



세상이 돈다

너도 돌고 나도 돈다



양동마을 한 켠에는 언덕이 있는데

 그 위로 올라가 둘러보고 전경을 담았다

이 아름다운 모습이 옛날 우리네 모습이었다니



햇살 가득한 들판에 있던

이름모를 꽃이 예뻤다



초가집을 담던 HJ

그리고 너무 멋진 풍경



우리가 갔던 시간은 그나마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을이 제법 큰 편이라 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HJ를 따라 주차장 쪽으로 가는 길



순간적으로 담아서 핀이 나가버렸지만

포즈도 자연스럽고, 표정도 참 예쁜 사진

그 예쁨이 혹시 흐릿해서 그런것이려나



햇살 가득 품고 있는 배추들

너희들은 커서 나중에 김치가 되리라



정감어린 초가집과 그 앞의 배추밭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정교한 저 초가 지붕이 참 신기하게 보였다



이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마을 입구에 있던 연잎이 가득한 호수를 지나가는 중



예전에 혼자 왔을 때는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서너 시간은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오로지 이 곳만 보러 왔었는데, 부슬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나는 마을 어딘가로 깊숙히 들어가, 마치 흑백사진처럼 멈춰보린 거대한 고요함과 마주했다. 내리던 부슬비가 안개처럼 그 거대한 고요함에 묵직한 힘을 실어주던 그 어느 순간이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소리. 그리고 잠시 후 하늘을 뒤덮어 버린, 손에 잡힐 듯이 낮게 날아가던 수백 마리의 기러기 떼.


나는 허둥지둥 사진을 찍다가, 이 순간을 담아도 단 한 장도 건질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장관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처음 들어보던 기러기 떼의 날갯짓 소리.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최고로 꼽는 순간 중 하나인데, HJ에게도 그런 모습을 한 번 보여주고 싶었더랬다. 그래서 마을 깊숙한 곳에 있는 고요함을 소개시켜주고 싶었으나, 우리의 게으름과 다음 여정이 었던지라 아쉬움만 남겨두고 경주 시내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건, 지난 2012년에 양동마을에 혼자 다녀온 이야기 : http://lifephobia.tistory.com/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