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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

서울에서 가까운 조용한 바다 산책 -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 / 201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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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기가 너무 답답했었다. 회사일은 힘들기만 하고, 쉬는 날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몰래 반짝 치고 빠질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너무 멀리까지 내려가면 피곤할 것만 같아서 너무 멀지 않은 적당한 곳을 찾았었고,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영흥도였다. 대부도 인근이고,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서 매력적으로 보였다. 사실, 가기 전에 이것처것 찾아보고 갔었는데, 크게 볼만한 것이 없다는 게 흠이었다. '만약 볼 게 없다면, 바닷가를 걸으면 되지' 라는 생각과 안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에둘러 달래면서 차를 돌려 향했다.


이 날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햇살은 봄이 다가오는 중이라 따스한 편이었지만, 바람의 세기가 어마어마했다. 바닷가 인근에 있는 주차장에 서 있었는데도 바람이 부웅부웅 소리를 내며 내 머릿칼을 쓸며 지나갔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서 바닷가로 갔는데..


'아.. 내가 생각한 바다가 아니었다.'


언젠가 왜목마을에서 봤던 그런 바다의 느낌. 어딘가 안쓰러운 그런 느낌의. 다른 곳의 바다와 똑같지 않은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욕심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뭔가 달랐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아니었다. 솔직히 순간적으로 실망을 하긴 했다. 그러나 바다가 어찌 다른 모습이겠는가? 마음이 힘드니 내 기대가 너무 커져버렸나 보다.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고..


다행이었던 것은 관광지에서 으례 들려오는 뽕짝 음악이 들려오지 않았다는 것과 사람이 많이 없어서 조용했다는 것. 여기까지 온 김에 바다는 천천히 한 번 걷고 돌아가기로 했다. 이 곳의 인상깊은 풍경은 썰물이라서 드러난 거친 돌밭과 굴껍질이었다.





바닷가에 굴껍질이 굉장히 많았다

이때가 마침 썰물이었는데, 몇몇 주민들이 굴을 캐고 계시더라는



썰물이라 물이 많이 빠진 모습

저 멀리 큰 배는 잘도 가더라, 물이 그리 깊지 않을 거 같은데



바닷가 모래와 돌 친구들

큰 아이 하나, 작은 아이 여럿



물은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큰 배가 떠다니는 바다로

나는 둥실둥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마을 주민과 관광객 일부가 굴을 캐는 것 같았다

저 일행 말고도 여러 팀이 더 있었다



그날, 파랬던 하늘




물이 빠지니 이렇게 돌들이 드러났고

여기에 굴이랑 따개비 등의 바다 친구들이 붙어서 살고 있었다 



뭔가 평행한 느낌의 이미지




누군가의 발자국



바닷가 바로 앞에 카페가 하나 있었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들어가는 걸로 마음먹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빨간색으로 칠한 문이 보여서 살짝 담아왔다



주차장 근처에 있는 오래된 집

오래된 듯한 슬레이트 지붕과 나무로 된 기둥이 정겹다




카페에서 커피를 하나 사서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바람이 너무 매섭게 불었고, 날씨도 너무 추웠다. 그래서 카페에 들어가 앉아 있을까 생각했지만, 들어가봤자 핸드폰만 만지고 있을 게 뻔해서 그냥 이동하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 큰 해변이 아니라서 한 바퀴 둘러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걷는 중에 ATV를 타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바닷가에서 ATV를 타는 건 아니었고, 바닷가와 접한 길을 따라 탔었다. 예전 회사에 있었을 때, 제휴업체를 찾으러 갔던 제주도 출장에서 한 번 탔던 생각이 났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여기저기 많이 보편화 된 모양이었다. 문득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혼자서 무슨 청승이냐며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나마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