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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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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란, 누구나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책을 읽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작품' 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마따나 작가도 내용도 더 이상의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 번이나마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뒤늦게 책을 잡았다.


'작고 낡은 조각배와 그 옆에 붙어 있던, 배보다 더 큰 물고기의 하얀 뼈'의 이미지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무리 되뇌여봐도 언제 어디서 그런 이미지를 기억으로 가지게 되었는지는 아리송했다. 그러다가 노인이 큰 물고기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읽어 내려가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시절에 TV에서 봤던 수많은 화면 중에서 정지된 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썰물에 드러나는 암초처럼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그 존재조차 몰랐던 기억. '이게,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


전체적인 느낌은 깔끔하고 담백한 느낌이다. 요즘 소설처럼 이런저런 군더더기가 없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노인이 육지에서 소년과 대화를 나누다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큰 그림을 보면 이게 전부다. 어찌보면 무미건조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커다란 흰 도화지에 여백을 크게 두고 그린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기대가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후의 여운은 다른 소설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만 보자면, 차라리 상실의 시대가 더 감동적이었다. 다만, '해설' 부분을 아직 읽지 않고 남겨두었는데, 그 부분을 마저 읽으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두고 봐야겠다.


고독하고 외로운 노인이 있다. 그는 큰 행운을 기대하며, 먼 바다로 나갔고, 그 바램대로 정말 엄청나게 큰 고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노인은 물고기와 싸워야 했고, 온 힘을 다해 상어를 두들겨 패야했다. 또한 생존을 위해 망망대해와 보이지 않는 결투를 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했다. 어쩌면 헤밍웨이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주인공을 노인으로 삼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나 나약하면 자신이 싸워이겨야 하는 상대에게까지 의지할까, 싶은 생각도 해보고.


그렇게 나약한 인간이 힘들게 싸워서 이긴 물고기를 상어들이 와서 전부 뜯어먹을 때는 정말 안타깝더라. 입장을 바꿔서 내가 죽기 살기로 얻은 돈을 다른 사람들이 와서 뜯어먹는데, 내가 필사적으로 저항해도 소용없음을 상상해보니, 이건 뭐 아찔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노인의 모습을 보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것도 인간이더라.




노인과 바다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출판사
하서 | 2008-05-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노인과 바다』. 늙은 어부의 고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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