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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16 핀란드

핀란드 여행 - 핀란드 역사가 고스란히 쌓여 있는 투르쿠 성(Turun Linna) / 20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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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쿠(Truku)'는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옛 핀란드의 수도이기도 했던 곳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핀란드 역사의 중심이었던 곳이라 볼거리가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볼 게 없었다. 하지만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자,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도 오래되기로 손꼽히는 '투르쿠 성(Turun Linna / Truku Castle)' 을 볼 수 있었던 점은 아주 좋았다. 내가 여행 준비를 꼼꼼하게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내 체감에는 이 성이 투르쿠 볼거리의 70%이상 차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략한 후기라고 한다면, '옛날의 북유럽은 워낙 춥고 황폐하고 풍요롭지 못한 지역이었던지라, 따뜻하고 풍요로운 서유럽이나 남부 유럽 같은 경이로움이나 화려함은 없었다' 고 적어놓고 싶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인간이 혹독한 자연에 맞서 싸워가면서 생존을 이어온 역사' 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했다. 터무니 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얕은 지식으로 펼친 상상의 나래는 그러하였다.


무민월드가 개장하는 한여름의 투르쿠가 아니라면, 꼭 들러봐야 될 곳인 것 같다.



'투르쿠 성(Turun Linna)'의 입구

들어가는 사람이 없어서 들어가도 되나 싶었는데

마침 저 앞에 한 가족이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다



투르쿠 성의 정면에는

오랜 세월 보수하고 증축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삐뚤빼뚤 그린 그림처럼



'나, 투르쿠 성에 왔어'

HJ의 인증샷



!!!



투르쿠 성은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도 손꼽히는 건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인증샷도 여러 번 남겨보고



이 건물은 사실 성벽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문과 창문이 나 있어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성벽이자 건물이었던 셈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투르쿠 성의 정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

수십년 간 보수하여 1987년에 완료했다고 함

(정면 뿐만 아니라 성 전체적으로)



우리는 우리보다 살짝 앞서 있던 한 가족을 따라갔다. 성의 바깥문 근처에 매표소가 있을 법한데, 없었다. 열려 있던 성의 대문을 지나 광장에 발을 들였으나, 역시 매표소는 없었다. 성의 정면을 보고 사진을 몇 장 담은 뒤, 투르쿠 성 내부로 들어갔다. 계단을 오르고 나니, 그제서야 기념품 판매소를 겸하고 있는 매표소가 있었다. 직원들은 핀란드 전통 복장을 입고 있었고, 굉장히 친절했다. 입장료는 1인당 9유로 였던 것 같다. 내부는 약간 어둑어둑했으며, 상당히 조용했다.



투르쿠 성에 들어가고 오래지 않아

빛이 예쁘게 스며드는 창을 발견했다

벽의 두께가 굉장히 두꺼워서

두브로브니크 요새 생각이 났다





창가에 HJ를 앉혀놓고

사진을 몇 컷 더 담았다



'요르단의 방(Jordankammaren)'

요르단은 1650년 경 이 방에 수감된 죄수인데

독일에서 결혼하고 핀란드에서 또 결혼했다가 걸렸음

그래서 이 곳에서 수감생활을 했고

그의 이름이 방이름이 되었다



벽의 어떤 곳에서는 이렇게 벽화가 남아 있었다

옛날에 그렸던 게 보존된 것 같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원래 도개교가 있던 지점이었지만

1558년에 성이 확장되면서 건축된 곳이다

요르단의 방에 있는 창문으로 바라본 바깥



우리가 이 곳을 여행했을 때는 사람이 정말 없었다. 두 시간이 넘는 관람 시간 동안, 마주친 사람은 30명도 채 되었으니까. 게다가 비수기라 그런지 공기가 굉장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 발걸음 소리가 더무 크게 들려 발을 조심조심 옮길 정도로.


투르쿠 성 관람을 시작하면 맨 처음에 요르단의 방을 지난다. 그리고 바로 한 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를 여러 번에 걸쳐 굽이굽이 걸어가게 되는데, 그런 통로 어딘가를 지날 때 쯤이었다. 저 앞에 나를 앞서 가지만, 좁고 굽은 통로 때문에 모습이 보이지 않던 HJ가 "오빠!" 하고 나를 불렀다. 나는 대답은 하지 않고, 좁은 통로에서 걸음을 재촉했고, 몇 개의 짧은 계단도 오르내렸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심장이 멎을 정도로 크게 놀랐다.


좁은 통로에서 우측으로 꺾자 마자 어떤 여자가 이상한 복장으로 서 있었던 것. 순간적으로 너무 놀래서 한국말로 욕이 튀어 나왔는데, 알고보니 안내 직원이 전통 복장을 입고 서 있는 것이었다. 정말 인기척이 없어서 개깜놀했다. 아마 관광객이 별로 없을 때 성을 구경한 사람 중에는 나처럼 놀란 사람이 제법 있지 않을까 싶다.


여튼, 투르쿠 성의 중간중간에는 전통복장을 입고 있는 안내 직원이 있다. 내가 너무 소스라치게 놀라서 그 아줌마도 함께 놀랐는데, 나중에는 HJ와 함께 다 같이 웃었다.



나를 놀라게 한 안내 직원이 있던 곳은

성 내 예배당이 있던 곳이었다

많이 훼손된 상태에서 복원이 되었지만

상당히 안타까웠다



이 황량한 땅의 핀란드에도 카톨릭이 전파되었다

그리고 수백 년 전에 만든 조각들이

다행히도 살아남아 전시되어 있었는데

서유럽 혹은 남유럽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재질이 돌이 아닌 나무였고

디테일이 생략된 현대 예술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소박하다거나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투르쿠 북쪽 '루스코(Rusko)' 출토 목각상, 15세기)



마치 판타지 영화나 게임에 나올 법한

말 탄 기사가 드래곤을 때려잡는 목각 조각상

카톨릭 적인 요소는 아닌 것 같고

신화나 전설을 재구성한 것 같았는데

이 조각이 핀란드 옛 문화의 정수인 것 같았다



예배당을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만난

빛을 갈망하는 찍찍이 다섯 마리

인형으로 귀엽게 장식해놨다



이 곳은 핀란드 중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방으로

핀란드 왕이 전용으로 사용하던 방이라고 한다

아울러 각종 연회나 파티를 열기도 했다고



당시에는 장식이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현재는 복원의 결과로 그저 하얗기만 해서 아쉬웠다

(어쩌면 그 옛날에도 장식없이 흰 벽이었으려나..)



'수녀의 채플(Nun's Chaple)' 이라고 불리는

1480년대에 증축된 방에도 가톨릭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목각상이 있었다



여러 조각상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인데

서유럽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어쩌면 북유럽 디자인의 시작일런지도

(1300년대 '리에토(Lieto)' 에서 만들어진 성모마리아)



HJ는 거울을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인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리가 없다



성벽이자 창문

벽이 굉장히 두꺼웠다



또 다른 성벽

그리고 또 다른 창문



그런 창문 어딘가 빛이 들어오는 곳에

잠시 HJ를 앉혀 놓았다



오랜시간 여러 시련 속에서도 살아남은

투르쿠 성의 오리지널 벽이 아닐까 싶었던 곳

선 중심의 매우 소박한 장식 혹은 벽화였다



어딘가 강의실 같은 곳도 지났는데

흰 벽에 조명이 되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이 곳은 현재는 평평한 천장으로 되어 있지만

벽에는 꽃받침 모양의 지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끝없는 증축의 흔적도 보이고



어떤 곳의 바닥에는 이런 곳이 있었는데

저 아래는 감옥이고, 위에서 음식을 던지거나

감시하거나 했다고 한다



감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구멍 옆으로

나 있던 작은 창문

(원형 테두리 바닥으로 감옥을 내려다 볼 수 있음)



그리고 다시 시작지점으로 되돌아왔다

계단 왼쪽의 데스크가 안내 겸 매표소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