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뉴질랜드 북섬 여행을 '오클랜드(Auckland)'가 아닌 '타우포(Taupo)'에서 시작했던 건, 도시가 아닌 자연을 조금이나마 더 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연장으로, 타우포에서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후카 폭포(Huka Falls)'를 이번 뉴질랜드 여행의 첫 일정으로 잡았다. 나는 지난 2012년 에 비가 미친듯이 내리던 날에 이 곳에 온 적이 있었다.
미친듯이 쏟아지던 굵은 겨울비가 마치 우리나라의 장마랑 똑같았다. 하지만 우산은 없었다. 설령 우산이 있다한들 빗줄기가 워낙 거세 그다지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후카 폭포를 구경했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 나는 그대로 얼어 붙었다. 그 정도로 인상 깊은 곳이어서, HJ에게 이 후카 폭포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
'후카 폭포(Huka Falls)' 뷰 포인트
내 인생에 뉴질랜드에 두 번이나 오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 표지판만 봐도 감동이었다
사진 찍는 HJ
그리고 5년만에 다시 마주한 후카 폭포는
그 때 봤던 그 모습 그대로,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본 듯, 찡한 감동이 밀려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후카 폭포입니다
어제 구름 한 점 없던 날씨는
자고 일어나니까 회색 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그 와중에 잠깐 해가 비추던 순간이었다
내가 여기서 마주했던 그 전율과
생각과 느낌의 일부라도 HJ가 느끼길 바랬다
조금 전까지 우리는 저 다리 위에 올라
폭포로 향하는 거친 물줄기를 바라봤다
HJ의 후카폭포 인증샷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에 봤던
타우포 호수와는 너무 다른 물색깔
날이 흐린데도 이정도인데, 맑은 날에 보면
미친듯이 아름다울 것 같았다
여기가 실제 '후카 폭포(Huka Falls)' 이다
초당 20만 리터의 물이 9미터 아래로 떨어진다
1분에 올림픽 수영장 5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라 한다
폭포 아래로 떨어진 물은 거품이 많이 이는데
'후카(Huka)'라는 이 이름이 마오리족 언어로
'거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날씨가 급 흐려져서 사진이 잘 안나왔다)
후카 폭포를 내려온 물은
와이카토 강을 따라 타우포 호수로 흘러간다
흥이 차오른 물이 신나게 몸부림을 한판 한 후
흰 거품으로 여운을 달랜 다음, 저 멀리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면서 차분해지고 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흐르듯 쏟아지는 연비취색의 물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 모습을 눈에, 마음에 얼마인가 담은 후
정신을 차리고는 HJ 사진을 담았다
내가 담은 모습을 HJ도 담고 있다
정말 봐도봐도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였다
후카폭포 주차장에 있는 작은 매점이자
기념품 가게이자, 유료 화장실이 있는 곳
'후카 폭포(Huka Falls)'는 타우포에서 아주 가깝다. 입장료는 없고, 야간에는 개방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생각보다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둘러보는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관광객의 회전율이 높기 때문인지, 주차장이 좁은 편이었다. 우리는 오전 10시쯤에 갔었는데, 벌써 주차장이 꽉 차 있었고, 아주 운이 좋게 한 자리를 차지해서 겨우 주차했었다.
그리고 주차장 한 켠에 작은 매점이자, 기념품 가게이자, 유료화장실이 있었다. 5년 전에 여행왔을 때, 겨울비를 쫄딱 맞고 너무 추운 나머지, 화장실에 돈을 내고 들어가서, 겉옷부터 속옷까지 모든 옷을 하나하나 비틀어 물을 짠 후 다시 입었던 추억이 있는 곳. 그 곳을 마주하니 잠시 옛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2012년 뉴질랜드 후카폭포 여행기 : http://lifephobia.tistory.com/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