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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까운 조용한 바다 산책 -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 / 2013.04.13 집에 있기가 너무 답답했었다. 회사일은 힘들기만 하고, 쉬는 날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몰래 반짝 치고 빠질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너무 멀리까지 내려가면 피곤할 것만 같아서 너무 멀지 않은 적당한 곳을 찾았었고,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게 영흥도였다. 대부도 인근이고,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서 매력적으로 보였다. 사실, 가기 전에 이것처것 찾아보고 갔었는데, 크게 볼만한 것이 없다는 게 흠이었다. '만약 볼 게 없다면, 바닷가를 걸으면 되지' 라는 생각과 안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에둘러 달래면서 차를 돌려 향했다. 이 날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 햇살은 봄이 다가오는 중이라 따스한 편이었지만, 바람의 세기가 어마어마했다. 바닷가 인근에 있는 주차장에 서 있었는데도 바람이 부웅부웅 소..
혼자 생각에 잠겨 조용히 걸었던 산책 - 올림픽공원 / 2006.09.29 2006년의 나는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대외활동을 하나 하고 있었다. 사실, 2005년 이후의 내 생활은 학교와 그 대외활동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외활동에서 나는 인정받는 사람이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매우 재미있게 했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가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놀고 그랬으니까. 그러나 졸업이 가까워 오면서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점은 괜찮았는데, 영어점수가 문제였던 것. 과유불급이라고, 대외활동에 투자했던 시간이 많아서, 영어는 신경도 못 썼던 것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대외활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멍청하게 한 우물만 팠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4학년 1학기가 끝났는데도 토익점수가 600점이 안되어서 ..
The Cure - Trust 이 곡은 The Cure의 1992년 작 'Wish'에 실려 있는 곡이다. 'Friday I'm in Love'나 'High'처럼 싱글 커트가 되었다거나 크게 인기를 끈 곡이 아니지만, 잔잔한 분위기와 차분하면서도 애잔한 로버트의 목소르기 일품인 곡이다. 그리고 실제로 공연에서도 종종 셋리스트에 오르는 모양이다. 아래 걸어놓은 비디오도 2012년에 있었던 Pinkpop 페스티벌 공연 영상 중 일부이니. 우울하고 잔잔한 느낌이다. 약간 자조적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보면, 살며시 얹어지는 로버트의 목소리. 예전에 들을 때는 그저 그런 곡이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아파서 그런가, 이상하게 자주 듣고, 자꾸 찾아듣게 되는 곡 중 하나. 특히..
Suede - It Starts And Ends With You 90년대 브릿팝의 전성기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밴드 중 하나. 스웨이드(Suede)가 무려 11년 만에 앨범으로 컴백했다. 'Bloodsports'라는 이름의 이 앨범은, 3집 'Coming Up'의 느낌이 다득 담겨있다. 그래서 스웨이드의 팬이었다면 아마 신나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요즘 이 곡에 푹~ 빠져있으니. 스웨이드가 새 앨범을 냈다는 이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여튼, 이 노래는 사랑(관계/Relationship)에 대한 노래이다. 사랑은 껍질뿐인 대의명분 같고, 동시에 부서지기 쉬운 인형과도 같은 것. 그 허무함에 대항하고자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무릎으로 기어서라도 벗어나고자 해보지만.. 부질없는 짓.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사랑은 더 허무해질 뿐이다. 언젠가 씁쓸하게 끝날 것을 ..
6.25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멈춰버린 곳 - 철원 감리교회 & 노동당사 / 2005.03.18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으로 카메라를 산 이후, 혼자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서쪽에 있는 무의도와 실미도를 걸으면서 여행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기 시작했고, 동쪽 끝에 있는 화진포에서는 너무나도 황홀한 힐링타임을 가졌었다. 그리고나서 남쪽으로 내려갈지, 아니면 북쪽으로 올라갈지 고민하다가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마음먹고 목적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내 여행 스타일은 당일로 치고 빠지기. 차가 없었던 나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그래서 보통 한 두 곳만 보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이 때에도 철원에 있는 포석정 등 여려 명소와 노동당사를 두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노동당사를 택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 교과서에서 봤었던 노동당사.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건..
상상력을 마구 꿈틀대게 하던 마법의 공간 - 팀버튼전시회 / 2013.02.17 사실, 팀버튼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내게 큰 의미가 있던 건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봤던 가위손의 감독 정도다. 물론 몇 개의 작품 이름을 더 알고 있지만, 그 영화를 아주 인상 깊게 봤다던가, 그의 빅 팬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가보고 싶었다. 왜 가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그의 기괴한 그림이 전시된 모습을 보기도 했고, 내가 현대카드 회원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 전시회가 대기표를 나눠줄 정도로 성황이라는 소문에 한 번 가보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 전시회를 보고 싶어했을까? 지나간 시간의 어느 지점부터 보고 싶어했을까?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이미 전시를 보..
세상에서 가장 조용했던 겨울바다 - 화진포 해수욕장 / 2004.12.19 오래 전 여행을 되돌아보는 일은 마치 낡은 앨범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여행은 2004년에 다녀온 여행으로 햇수로는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아직도 그 당시의 기억 중 일부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니 새삼스레 믿기지가 않는다. 갑자기 시간의 힘 앞에서 갑자기 겸손해져서는,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어떻게 지내왔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내가 신기하다. 새벽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새벽 차를 탔었다. 아마 간성으로 가는 차였을 거다. 새벽의 어스름이 깔리기도 전인 깜깜한 밤에 집을 나와 헐레벌떡 뛰어가서 겨우 차를 탔던 기억이 있다. 그 차에는 나와 어떤 아저씨, 단 두 명의 승객이 있었다. 미리 알아봤던 소요시간은 약 4시간 남짓. 나는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9년 전, 지난 여행을 돌아보다 - 무의도&실미도 / 2004.05.30 2004년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디카를 샀었다. 그리고는 혼자서 카메라를 가지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 갔던 곳은 오이도. 하지만 즐비한 상가와 횟집에 실망만해서 돌아왔었던 기억이 있다. 나름 큰 맘 먹고 갔던 여행이기에 여기저기 카메라로 사진을 담았지만, 카메라를 산지 얼마되지 않아 서투른 조작법에 사진 또한 엉망이었던 여행. 물론, 어디론가 떠난다는 설레임과 그 느낌 자체는 너무 좋았다. 그 다음에 간 곳이 무의도/실미도였고, 최종목적지는 실미도였다. 하지만 물때가 안맞아서 실미도엔 들어가지 못하고 무의도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던 첫 여행. 어찌보면 9년이 지난 지금도 내 여행 스타일은 별로 달라진 게 없구나. 혼자서, 카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