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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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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 트레킹 #4. 가막머리 전망대에서 본 인생 최고의 일몰 장봉도는 그 이름을 풀어보면 '봉우리가 길게 늘어선 섬'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끝없이 반복되면서 체력을 쏙 빼놓더라.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라 느렸다. 가막머리 전망대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던 것. 그런데 아주 운이 좋게도 높은 봉우리를 지날 때 멋진 석양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크로아티아의 '자다르(Zadar)'에서 봤던 석양을 능가하는 인생 최고의 석양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였던 가막머리 전망대에서 본 일몰도 일품이었다. 출발지인 옹암 해수욕장까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여정 때문에, 가막머리 전망대에는 채 5분도 머물지 못했지만, 동만도와 서만도 사이로 쏙 떨어지는 해가 그려내는 풍경은 그렇게 멋질 수가 없더라. 그리고 돌아오는 길의 길고 긴 ..
노을지는 가을 어느 날의 하늘공원 데이트 / 2015.10.04 주말. 느즈막히 만나서 하늘공원에 가서 산책했던 날.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홈플러스 주차장에 주차하느라 진땀을 뺐던 날이었고, 하늘 공원을 돌아보고 홈플러스를 둘러보다가 같은 회사에 다니는 SW 기자님을 만났던 날. 하늘은 맑고 푸르렀고, 노을지는 빛에 물든 억새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오래 있지 않았고, 찍은 사진도 많지 않아서, 짧은 글로 정리. 하늘공원에 올라 바라본 상암 월드컵 경기장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았던 가을 날 가을이라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친구와 함께 온 여자 아이들이 귀여웠다 늙어가는지 점점 어린 나이가 부러워지는 것 같다 코스모스와 노을 그리고 친구 나를 담고 있는 HJ 하지만 HJ가 찍은 사진은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높게 자란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우리 ..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마지막 여정 - 두번째 마을 마나롤라(Manarola) / 2015.06.30 친퀘테레에서의 두번째 날도 서서히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친퀘테레의 다섯 마을 중 아직 돌아보지 않은 마지막 마을인 '마나롤라(Manarola)'로 향했다. 원래는 HJ와 함께 가려 했으나, 피곤했는지 잠에 취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갈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귀찮은 생각도 들고, '이걸 꼭 가아햐나' 싶은 생각도 들긴 했다. 그러나 만약 안간다면, 지금 당장은 편하더라도,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내가 언제 또 다시 이 곳에 여행올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썩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내딛였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때, 가기 귀찮더라도 막상 가면 좋은 것처럼, 이 때도 그랬다. 숙소를 나서고 2~3분 동안은 그냥 되돌아갈까 싶은 생각이 많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첫번째 마을 리오마조레(Riomaggiore)의 밤 / 2015.06.29 친퀘테레의 다섯 번째 마을인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에서 네 번째 마을인 '베르나차(Vernazza)'까지 약 2시간 정도 트래킹을 했다. 그리고는 피제리아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베르나차를 둘러봤다. 어제그제 지나왔던 베네치아와 파르마와 같이 친퀘테레도 굉장히 더웠는데, 활동량이 많아서 땀을 많이 흘렸더랬다. 그래서 체력이 빨리 그리고 많이 소모된 것 같았다. 늦은 오후가 되었을 뿐인데, 굉장히 피곤해져서 기차를 타고 첫 번째 마을인 '리오마조레(Riomaggiore)'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는 우리 둘 다 잠시 눈을 붙쳤다. 두어 시간을 잤을까? 늦은 오후에 일어났다. 몸은 약간 개운해졌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이 곳까지 여행와서 낮잠을 자다니....
크로아티아 여행 - 두브로브니크 스르지산, 달마치노, 그리고 밤의 거리 / 2013.09.18 성벽투어를 마치고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친구들을 만났다. 나는 혼자 배낭여행을 왔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에 같이 크로아티아에 있던 약간 소원했던 친구들. 낯선 나라에서의 익숙한 얼굴.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우연의 일치. 드라마에서는 그런 만남을 로맨틱하게 그려 놓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을 경험해보니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더라. 나는 혼자였고, 친구들은 셋이었다. 나는 오늘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해서 스트라둔을 걷고, 성벽투어를 했었다. 한편 그들은 며칠 전에 벌써 도착해 있었고, 오늘은 로크룸 섬에 가서 수영을 한다고 했다. 좁고 좁은 두브로브니크 안에서 각자의 일정을 소화하고, 저녁 때가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이미 플리트비체에서 한 번 만났던 친구들이라 익숙해져 있었다. 스르지 산의 정상에서 바..
크로아티아 여행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의 자다르(Zadar) / 2013.09.14 아까부터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 바닷가 항구에 도착했을 때 부터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쏴아아 소리를 내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카페라도 있으면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싶었건만. 아무런 건물이 없어, 일단 나무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러다가 조금 전 내가 지나온 길에 지붕이 있던 걸 생각해내고 그리로 달려갔다. 비는 한 시간 반 정도 내렸다. 숙소(Drunken Monkey Hostel)에 돌아갈까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걸어서 25분이 넘는 거리를 비를 맞으며 가기는 싫었다. 아마 집에 가는 거라면, 맞고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는 크로아티아고, 집이 아니라 호스텔이었으니까. 비가 그치길 바라는 마음이 하늘에 통했는지, 점점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이윽고 비를 맞으면서도 돌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