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쇼디치에서 커피를 마신 우리는 어디를 갈까 하다가 비자림으로 가기로 했다. 예전에 MF 운영국을 할 때, HG와 함께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참 좋다고 느꼈던 곳이라 HJ에개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그 길을 한 번 걸어보고 싶었다. 화산재의 일종인 송이로 덮인,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를 냈던 그 갈색 길을. 그래서 잠시 차를 세우고 커피를 마셨던 세화 해수욕장에서 차를 틀어 비자림 쪽으로 향했다.
1년인가 2년 만에 다시 온 비자림
햇빛이 강하고 무더웠던 날이라, 비자림의 그늘이 더 운치있었다
저 그늘진 길을 걸으니까 시원하더라는
사진 속의 갈색 조약돌 같은 것이 '송이'다
화산재의 일종인데, 비자림 전체에 덮여있었다
모 화장품에는 원료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HJ의 발과 내 발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저와 같은 풍경이었길
이런 길을 함께 걷는다는 건
참으로 호젓하고 좋은 일이지 아니한가
아직은 여름이라 푸르른 단풍나무
그리고 그 뒤의 빛망울
전체적으로 산림욕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걷다가 이렇게 동글동들한 잎을 발견했다
다른 큰 나무에 붙어서 사는 것 같았는데
엄청 귀엽고 앙증맞았다
비자림의 끝(?)에는 이렇게 거대한 나무가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새 천년 비자나무'
어떻게보면 징그럽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위압감이 느껴지기도
820살이 넘은 나무란다
이렇게 돌로 예쁘게 만들어진 길을 걸었다
내리쬐는 햇빛이 푸르름과 어우러져 상쾌했다
때로는 이렇게 푸르름이 싱그럽기도 했다
그렇잖아도 한창인 푸르름이 빛을 받아 더 빛나던
전화마저 잘 안터진 이 곳에서 전화를 받는 HJ
업무관련 전화라서 많이 안타까웠다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했지만, 그래도..
뭔가 쌍둥이 같은 나무 두 그루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푸르름 끝에는 푸르름이 있었고
그 끝에는 신록이 기다리고 있더라
비자림은 숲 전체가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 숲은 비자나무라는 나무로 이뤄진 큰 숲이자 제주도 최초의 산림욕장인데, 비자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수종이라, 겨울에도 푸르른 숲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이 곳에 있는 비자나무는 총 2,800여 그루라고 하는데, 단일 수종으로 구성된 숲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게다가 수령도 기본적으로 500년 이상인데다가 최대 800년이 넘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힐링이라는 컨셉이나, 산림욕, 걷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면 좋을 곳.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안개가 짙은 날 이른 새벽에 가면, 안개와 나무가 뒤엉켜 이 세상이 아닌 것만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함께 힐링할 수 있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