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었다. 퇴근을 일찍 하려했으나, 일을 하다보니 늦게까지 남아있게 되었다. HJ도 함께 남아서 각자 일을 하다가 적절한 수준에서 마무리를 하고 걸어나왔다. 그리고 잠시 걸어서 청계천을 갔었다. 아무 생각없이 간 것이었는데, 연등이 있어서 깜짝 놀랬다. 왜하는지도 몰랐고, 자세한 것도 아는 게 전혀 없었으나, 좋았다. 마침 큰 카메라를 가져간 터라, 아무 생각없이 걸으며 사진을 몇 장 담아봤다.
청계천 입구에서 바라본 모습이었는데
딴 세상에 온 거 같아서 놀랬다
개인적으로 이런 걸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복 받았다고
HJ와 엄청 재잘거렸더랬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연꽃(?)과 합장하는 손이 있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이 자전거를 탄 소녀를 보고서야
이 모든 게 단지 등이 아닌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저 굽어진 곡선을 어떻게 저리 만들었는지
연꽃과 그 주변의 자연을 만들어놨다
그 퀄리티도 굉장히 좋아서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을지 신기할 따름
이건 찍는 각도를 약간 바꿔본 거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너무 예뻤다
걷다보니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을 비는 곳이 있었다
동전은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해서
동전을 꺼내어 몇 번 시도한 끝에 성공했다
HJ가 담은 동전 던지는 나
동전을 넣는 건 성공했지만
너무 집중해서 정작 소원은 빌지 못했다는
이런 등은 한지로 만드는 것일텐데
세상에 못만드는 것이 없어보였다
아름답고 신기하고 예뻤다
마치 원더랜드처럼 느껴지던 곳
HJ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연등을 신기해하며 청계천을 걸었다
저 앞에 더 다양하고 많은 등이 있어서
저 쪽으로 더 걸어가기로 했다
이건 멍한 표정의 메기이려나
갑자기 사람이 주제로 표현되어
우와우와 하면서 다가감
하늘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던 노란 등은
마치 망고 같기도 하고
병아리라든가, 종달새 같기도 했다
사진으로는 그 예쁨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나처럼 노란 등을 바라보던
어떤 여자 혼자
이건 현대적인 느낌의 등이었다
불교를 소재로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섞여서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호랑이를 타고 가는 스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건 코끼리다
저 코를 어떻게 만들어낸건지
정말 경이로웠다
이건 한지 작업을 하지 않은 뼈대인 것 같았다
에밀레종과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종 몸통에 있는 곡선이 너무 예뻤다
새가 방 안에 있는 모습을 밖에서 본 것일까?
아니면 내가 방 안에서 밖을 바라본 것일까?
그림자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청계천을 걸었다. 퇴근하고 걸으니까 좋더라. 우리처럼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연인들도 있었고, 친구들끼리 와서 와글와글 노는 사람들도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연등과 그런 소리가 뒤섞여 세상이 평화롭게 느껴져서 좋았다. 게다가 금요일 밤이었으니 더더욱.